[Vol.146] 🥦 미리 만든 하프 마라톤 재생 목록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PRIIISM에서 몇 차례 언급했듯 저는 운동이자 취미로 달리기를 합니다. 보통 주말에, 가끔 주중에도 뛰죠. 거의 동네에서만 뛰다 다가오는 주말, 발행일로 이틀 뒤 원정길에 나섭니다. 하프 마라톤에 나갈 예정이에요. 처음은 아니랍니다. 2년만에 다시 뛰는 하프 마라톤이죠. 지난 번보다 나은 기록으로 기분 좋게 달리기를 마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사실 일상이 빠듯한 요즘이에요. 일 년 중 업무로 가장 바쁜 시기를 지나고 있거든요. 책은 놓은 지 한 달이 넘었고 음악도 주말에 새로운 걸 몇 곡 찾아보는 게 고작이고 주중엔 휴대전화에 있는 곡들을 돌려 듣죠(네, 저는 스트리밍이 아니라 다운 받아서 곡을 듣습니다). 업무 폭풍 여파로 여가 시간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어서 주말이 와서 달리기 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게 소소한 낙이랄까요.

틈틈이 하프 마라톤 때 들을 재생 목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곡이 좋을까 저 곡이 좋을까 하며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거죠. 이번 PRIIISM은 거기 꼭 들어갈 세 곡을 가져왔어요. 설명과 함께 들어보시면 제 하프 마라톤 완주 구상을 대략 짚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러닝에 아무 관심 없다고요? 다른 운동할 때 곁들이기에도, 그저 음악 감상으로 듣기에도 괜찮을 곡들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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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Cafferty - Hearts On Fire

따지고 보면 달리기만큼 유서 깊은 운동도 없을 것이다. 달리기는 운동이란 개념이 존재하기 전부터, 아마 인류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 야생에서 대피하기 위해, 사냥할 때, 하여간 인류는 문명 이전부터 유구한 역사 동안 달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DNA 어느 한 구석에 달리기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을까.

달리는 모습에 가슴이 갑자기 뜨거워졌던 적이 있다. 중학생 시절 영화 <록키> 시리즈를 보고서다. 잘 알려졌다시피 <록키>는 복싱 영화다. 어김없이 복싱 시합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데 달리기 장면도 꽤나 많이 나온다. 경기를 앞둔 록키는 시장통을, 해변을, 설산을 달리고 또 달린다. 존 카퍼티(John Cafferty)의 <Hearts On Fire>는 시리즈 4편에 실렸다.

록키 시리즈를 상징하는 두 음악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글쎄, 내 생각에 달릴 때 듣긴 이 곡이 더 좋다. 두 곡은 너무 비장한데 반해 <Hearts On Fire>는 경쾌하고 활기차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일단 숨을 틔워야 한다. 심장박동수를 끌어올려야 한다. <Hearts On Fire>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는 곡을 듣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 Mansun - I Can Only Disappointed U

주변에 러너가 없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끔 '주말에 같이 달릴래?' 하고 농담 삼아 묻곤 한다. 그에 대한 답으로 사양과 함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난 빨리 못 뛴다'는 소리다. 달리기 하면 나도 모르게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 또는 '빨리 달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달리기 유전자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가 보다.

하지만 아니다. 같은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빠르게 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달린다고 할 수 있겠지만, 5년째 꾸준히 달리고 있는 아마추어 러너 입장에서 말하자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거리요, 시간이며 건강함이다. 오래, 멀리 그리고 꾸준하고 건강하게 달리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잘 달리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래, 멀리 가려면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가려고 부단히 신경써야 한다. 나아가려는 본능을 의식적으로 붙들어야 한다. 활기찬 노래가 물론 좋지만 파이팅 넘치는 곡들로만 재생 목록을 채웠다간 오버 페이스를 범하기 십상이다. 차분해야 한다. 호흡, 자세를 부드럽게 유지해야 한다. 맨선(Mansun)의 <I Can Only Disappointed U>는 그렇게 뛰기에 적절할 것이다.

🥦 The Stone Roses - I Am The Resurrection

이미 한 번 달려봤겠다, 이번엔 지난 번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령 그날 컨디션이라든가 장 트러블, 날씨 등 변수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비가 적어도 한 번은 닥치지 않을까. 그때 이 곡이 나오면 좋겠다. 스톤 로지스의 <I Am The Resurrection>이다. 곡 제목처럼 다시 살아나 멋지게 완주하리라.

보컬 이안 브라운(Ian Brown)은 코러스 첫마디에서 이렇게 외친다. "I am the resurrection and I am the life(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그에 걸맞게 곡은 후반부에서 연주와 멈춤을 몇 차례 반복한다. 그만큼 재생 시간도 늘어났다. 그렇지만 밴드 연주를 즐기는 분에겐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20km 넘는 거리를 지루함도 힘듦도 잊은 채 유유히 달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가만 있어 보자 8분이면 얼마나 달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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