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7] 🍄 공연 같이 가실 분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요즘 부쩍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걸 느껴요. 따사로운 햇볕에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조금씩 푸른 싹도 나고 있는 것 같고요. 3월 중순이 되어야 봄이 다가옴을 바라보게 됩니다. 조만간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거리가 더 화사하게 변하겠죠? 봄의 문을 여는 벚꽃도 만나게 될 테고요. 

구독자님의 삶도 조금 더 피어나길 기도해 봅니다. 그리 춥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겨울을 지나 움츠렸던 어깨와 마음을 활짝 펴길 바라요. 기대하셨던 일, 계획하셨던 일 모두 불발되지 않고 멋지게 폭발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올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가열차게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봄을 여는 기분으로 공연 하나를 예매했어요. 제가 애정해 마지않는, PRIIISM을 통해서도 여러 번 소개 드렸던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이랍니다. 3월 29일(금), 30일(토) 양일간 진행되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의 발매기념 공연이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팬심을 담아 여러분께 공연 소식을 전해드려요.

저는 29일(금) 공연을 예약했는데, 아직 자리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공연에 오실 예정이거나, 제 추천을 듣고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알려주세요! 현장에서 만나 뵌다면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정규5집 발매공연 '봄에 핀 꽃' 공연 예매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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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불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오펜하이머>가 주인공이었다. 특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는 <오펜하이머>를 통해 남우조연상으로 첫 아카데미를 수상했다. 화려한 배우 생활과는 달리 그동안 아카데미와는 연이 없었던 것. 작년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배우 양자경이 화제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로 아시아계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배우 모두 슈퍼스타 중의 슈퍼스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은 환갑이 거의 다 된 시점이었다.

두 사람을 보며 내 인생의 정점은 언제 오려나 곰곰이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2014년 국방부에서 군 생활을 하던 그때가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디까지 왔을까? 내리막을 걷고 있나, 그래도 조금씩 오르막을 힘겹게 내딛고 있나. 돌이켜보니 지난 시간 동안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조금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그래도 나름 발길질은 열심히 해왔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일명 구남)의 <불발>을 들으니 꼭 내 이야기 같다. 영광스러운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 누군가의 동경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오늘도 그저 부동산 앱과 주식 창만 들여다보고 한숨을 쉬고 있는 내가 다시 혁명을 꿈 꿀 수 있을까. 주머니 속에 숨겨두었던 돌멩이 같은 주먹을 조금씩 꺼내볼 때가 된 것 같다. 불발되었다고 해서 아직 온전히 불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 오히려 불발탄은 언제 터질 지 몰라 더 치명적이고 위력적이니. 예기치 못한 순간에 폭발해 화려한 빛을 발할 테다. 나도 그럴 것이고 구남도 그럴 테다.

🍄 씨피카 - Crusader

2회 연속으로 소개한다.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앨범이 씨피카(CIFIKA)의 [ION]이라 어쩔 수 없다. 지난주 소개한 <Melody> 외에도 모든 트랙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 소개하는 데만 트랙 숫자 만큼 10주가 걸릴 것 같다. 마음을 담아 고르고 또 골라 오늘 소개하는 노래는 <Crusader>. 제목에도 유추할 수 있듯이 십자군(=기사)의 이야기다. 싱글 앨범 설명에 따르면 중세 시대 기사와 여왕의 로맨스를 차용한 곡이라고 하는데, 그 옛날 유명했던 노래 <마법의 성>이 떠오르는 스토리다.

지난주 그녀의 음악을 따뜻한 일렉트로닉이라고 설명했던 것처럼 이 곡 역시 서정적인 멜로디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와 감정선이 드라마틱해 한 편의 시네마틱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건 이 노래와 앨범 [ION]이 사랑을 주제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씨피카는 자신의 이번 앨범을 “사랑의 기쁨이 연인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슬픔이 어떻게 승리의 순간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는지와 같은 감정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사랑과 감정, 그리고 양면성이라니! 과연 나와 같은 INFJ 다운 발상들이다.

<Crusader>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Giant Lion>이다. 마찬가지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부드러운 보컬 뒤편으로 울리는 메탈 보컬의 샤우팅은 점점 고조되는 감정선을 잘 보여준다. 그녀의 음악은 그녀 스스로 이야기한 것을 인용하자면, 끊임없이 합쳐지고 분열되며, 탄생하고 죽어가는 우주이고 사랑의 감정이자, 엔트로피 그 자체다. 씨피카는 2024년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ION]으로 올해의 일렉트로닉 앨범과 타이틀곡 <Hush>로 올해의 일렉트로닉 노래 후보에 올랐으며, 올해의 일렉트로닉 노래를 수상했다. 앨범상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 더 좋은 앨범이 계속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Ginger Root - Loretta

알고리즘의 위력을 또 경험했다. 유튜브 피드에 뜬 1,800만 조회수와 취향을 자극하는 썸네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니. Ginger Root(진저루트)의 노래 <Loretta>는 예상했던 그대로 레트로한 신스팝 스타일에 시티팝 감성 그 자체의 곡이었다. 이 곡을 시작으로 이들의 여러 음악을 살펴보았는데,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에 뭔가 스토리도 이어져 하나의 세계관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이 그룹은 어떤 세계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컨셉츄얼한 노래를 꾸준하게 내고 있었던 걸까.

역시나 나만 몰랐던, 이미 유명했던 밴드 진저루트는 중국계 미국인 ‘카메론 류(Cameron Rew)’를 필두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든 밴드다. 잠깐만, 일본인이 아니라고 미국인이라고? 그것도 중국계 미국인이라고? 일본 밴드의 아메리칸 스타일을 지향하는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인이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사실 경제 호황기를 누리던 80년대 일본은 같은 시대의 미국 감성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진저루트는 그런 미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80년대 감각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

이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스타일도 감각적이다. 듣는 재미에 더해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유튜브나 숏폼 콘텐츠처럼 보는 재미가 늘어난 시대에 잘 어울린다(요즘에는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 초반까지 레트로가 더 올라온 것 같지만). 진저루트는 지난해 홍대 단독 공연을 했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면서 국내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매니악한 느낌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탄탄한 팬층을 만들어줄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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