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0] 🥦 화가 치밀 때에는 메탈이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살다 보면 화날 때가 있습니다. 사소한 짜증부터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북받치더니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까지, 화로 묶을 수 있는 감정도 그 폭이 꽤 넓을 거예요. 주변에서 누군가 화를 내면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말리려고 합니다. 그런 시도가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먹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화를 내는 사람도 화를 내고 싶어서 내는 게 아니라 그 자신도 모르게 화가 분출되는, 주체할 수 없이 나오는 것일 테니까요.

때때로 저도 화를 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대부분 '아 왜 그랬지'하고 자책하게 되는데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뭐, 어떡하겠어요. 우리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화를 낼 수도 있는 거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마냥 참고 삭이는 것도 내게, 어쩌면 타인에게도 좋지만은 않을 것 같고요. 내 감정을 다스리는 데 경솔했다며 반성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죄책감에 스스로를 짓누를 것까진 없지 않겠냐고 생각해봅니다.

중요한 건 마음 속의 화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아닐까요. 나는 소중하니까요. 물론 남도 소중하니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불을 끌 수 있다면 좋겠죠. 이번 PRIIISM에서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제가 찾는 음악을 여러분과 나눠보려고 합니다. 다음 세 곡은 세부 장르로 들어가면 각각 나누어지지만 큰틀에서는 메탈로 묶을 수 있습니다. 열이 올랐을 때 메탈을 들으면, 제 안에 야수가 그르렁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자..(그르렁)...그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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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allica - For Whom The Bell Tolls

납득되지 않는 일을 해야할 때가 있다. 이건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하기로 이미 정해졌고, 따라서 그렇게 해야하는 일. 그런 일을 할 때면 기분이 아주 찜찜하다. 이게 맞나, 뭐하는 짓인가 싶어 신경이 곤두선다. 머리에 열이 오른다. 그럴 때 듣는 메탈리카(Metallica)의 <For Whom The Bell Tolls>는 뾰족 모난 마음을 묵직하게 담금질해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니, 제목부터 딱 와 닿지 않는가. 나는 누구를 위하여 키보드를 두들기나.

제목에서 눈치채신 분이 있을 텐데 <For Whom The Bell Tolls>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 받은 곡이다. 가사도 소설 내용에서 따왔다. 메탈, 넓게는 록에는 색안경이 씌워져 있는 것 같다, 소리만 꽥꽥 질러 시끄럽고 무식한 음악. 일부 그런 면도 있으나 상당 부분 선입견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당장 이 곡만 해도 대문호의 작품에 바탕을 뒀는데 무식하단 표현은 맞지 않다. 한편 작곡, 연주 측면에서 메탈은 어떤 대중음악 못잖게 뛰어난 실력을 필요로 한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다뤄보자.

<For Whom The Bell Tolls>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기타와 드럼은 천둥이 치는 것 같고 클리프 버튼(Cliff Burton)이 연주한 베이스가 도드라진다. 음이 높아서 기타 소리로 오해하기 쉽지만 와와 페달을 이용한 베이스 소리가 맞다. 기타 두 대에 드럼, 베이스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금속성 소리가 단단하고 육중하다. 마치 오와 열을 맞춰 진군하는 군 부대 또는 사자가 자세를 낮추고 먹잇감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 Limp Bizkit - Break Stuff

'화'를 다스리기에 <For Whom The Bell Tolls>가 조금 아쉬울 수 있다. 보다 빠르고 직설적인 게 필요할 것이다.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Break Stuff>가 제격이다. 욕설이 난무하니 감안해서 들어주시길 바란다. 어쩌면 욕지거리 때문에 오늘 주제에 가장 잘 부합할지 모른다. 가사는 대충 이런 뜻이다. '나 오늘 기분 매우 배설물 같으니까 알아서들 해라.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 아님 한판 붙든지.'

방송에서 소위 '삐' 처리 될 정도로 심한 욕은 크게 세 종류다. ①상대방 부모를 찾거나, ②견과류(땅콩·호두·잣 / 이런 ~같은) 혹은 ③가축류(개·소·말 / 야이 ~)에 빗대는 식. 가장 흔한 것은 역시 가축류에서도 특정 종(시바: 일본이 원산지인 개의 한 품종)으로 표현하는 것일 테다. 뭐가 됐든 욕은 나한테 한 게 아니더라도 들어서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영어로 된 욕은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왜 그럴까. 모국어로 체득한 말과 후천적으로 빈약하게 배운 언어에서 오는 차이일까.

어쨌든 <Break Stuff>엔 위 ①~③에 해당할 욕이 계속 나온다. 화날 때 듣고 나면 좀 후련해진다. 나 대신 욕해주는 기분이랄까. 한물 간 지 꽤 됐지만 림프 비즈킷은 통산 앨범 판매량이 5천만장을 넘을 정도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름을 날렸다. 적어도 영화 <미션 임파서블 2> 주제가는 많이들 익숙할 것이다. 미국 프로레슬링(WWE) 팬들에게는 이 곡도 친숙할 것이다. 거친 사운드에 욕을 때려박는 음악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시절이 있었다.

🥦 Slipknot - Before I Forget

<Break Stuff>가 직설적이고 좋긴 한데 다소 가벼울지 모르겠다. 분노를 다스리기엔 너무 신나고 촐싹 맞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은 제대로 강력한 걸로 준비했다. 슬립낫(Slipknot)의 <Before I Forget>이다. 포문을 여는 기타 소리부터 과격하다. 심벌이며 스네어며 사정 없이 갈겨대는 드럼의 타격감이 고막에 착착 붙는다. 압권은 보컬이다. 노래인지, 랩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거친 음성에 광기가 서려 있다.

림프 비즈킷과 마찬가지로 슬립낫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을 풍미했는데, 무려 9인조다. 보컬 1명, 기타 2명, 베이스 1명, 드럼 1명, 퍼커션(타악기) 및 백 보컬 2명, 턴테이블 1명, 키보드 1명으로 이뤄졌다. 단순히 사람 수만 많은 게 아니라, 밴드 멤버 9명이 각자 0부터 8까지 고유번호를 갖고 있으며, 기괴한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오른다. 요즈음 특정 세계관을 들고 나온 아이돌 그룹 못잖다.

사실 '화, 분노'라는 주제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이 따로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짜고짜 '우워어억' 괴성부터 토하는 곡은 진입장벽이 높을 거란 생각에 그나마 정돈된 <Before I Forget>을 소개했다. <Before I Forget>이 들을 만하다면 차마 꺼내지 못한 곡도 들어보시길 권한다. 이런 괴팍한 소음을 왜 듣나 싶은 분이 많을 것 같다. 나도 평소엔 거의 듣지 않는다. 아주 가끔 다 깨부숴버리고 싶을 때 듣는다. 그러니까, 메탈과 함께라면 잘할 수 있다, 분노 조절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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