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9] 🥦 나른한 날에 휴식과 휴가를 떠올리며 듣는 곡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저는 먼 출장을 떠났다가 일상으로 돌아온 지 2주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좀 원 상태로 돌아온 것 같네요. 열한 시간 반을 비행기로 이동해서 현지 시차에 적응할 만할 때쯤 다시 귀국하니까 아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지는 거 있죠. 시차도 시차인데 출장 기간 동안 주말과 주중,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없어졌던 것도 심신을 피로하게 만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하루 하루는 바쁘고 어느새 한 주, 한 달이 흘러 있네요. 유월이 코앞에 닥쳤다는 사실을 인지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흔히 내뱉게 되는 말은 '한 것도 없는데…' 인데요. 미처 몰랐거나 알아봐주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한 게 꽤 있을 겁니다. 겨우내 가지만 앙상했던 나무들이 봄이 되며 꽃을 피웠고 싹을 틔워 어느덧 잎이 꽤 풍성해진 것처럼요.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푸른 풀과 나무는 더욱 짙어지고 그렇게 건실해질 거예요.

날이 제법 더워졌습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햇볕을 맞으면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지네요. 그늘로 가면 아직 서늘하니 그래도 여전히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고요. 아무쪼록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숨도 돌리고 여유도 가지면서,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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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eetwood Mac - Sunny Side Of Heaven

최근 보름 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 쉬고 싶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그저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먹고 풀이나 나무와 물을 보고 운동도 하고 낮잠도 좀 자고 커피 내려 마시고 책도 읽고 이런 저런 사유도 하고 그러다 글도 써보고, 그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충 일상이 피곤하고 몸과 마음이 피로하다는 소리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위안이 되어준 곡이 플리트우드 맥의 <Sunny Side Of Heaven>다. 이 곡을 들으면 눈 앞에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해변이 떠오른다. 햇볕은 더워서 조금 걸으면 이마와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반면 바람에는 아직 시원한 기운이 남아 있어 그늘 아래로 가면 금방 땀을 식힐 수 있다. 그런 풍경과 계절이 그려진다.

시대를 지나면서 음악적 변화를 겪는 밴드야 많지만 플리트우드 맥은 그중에서도 변화 폭이 큰 편이다. 플리트우드 맥은 소위 피터 그린 시절로 불리는 초창기 블루스 록 밴드에서, 스티비 닉스, 린지 버킹햄 시절의 팝 록, 소프트 록 밴드로 변모했다. <Sunny Side Of Heaven>은 두 시절의 과도기라 할 수 있을 1972년 작 [Bare Trees]에 수록되어 있다. 블루스, 사이키델릭함과 세련된 멜로디의 공존이랄까. 유월이 코앞이다. 날도 여름이 부쩍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 곡을 들으며 떠올린 이미지를 눈 앞의 현실로 만들어볼까나.

🥦 Weezer - Island In The Sun

<Island In The Sun>은 여름 휴가철에 어울리는 노래 중 하나다. 가사도 연인과 함께 태양이 비치는 섬에서 휴양을 보내고 싶다는, 그러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이 곡을 휴가가 아니어도 종종 찾곤 한다. 이 노래 특유의 태평하고 심드렁한 분위기가,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찰떡 같이 들어 맞기 때문이다. 간단한 기타 코드 진행 이후에 보컬 리버스 쿼모(Rivers Cuomo)가 내뱉는 첫 마디 "Hip hip"부터 그러하니 한번 따라해보자. '힙~힙~(정확히 '힙'이라고 하기보단 '힙'과 '헵'의 중간 정도로 대충 발음해줘야 맛이 더 산다)'

<Island In The Sun>은 미국 록 밴드 위저(Weezer)가 2001년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 제작 당시엔 이 곡이 겨우 수록되었다고 하는데, 막상 발매되자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위저의 대표 곡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곡의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멜로디와 낙천적인 분위기, 그리고 어딘가 '너드(Nerd)' 감성을 풍기는 리버스 쿼모의 매력 덕분이 아닐까.

🥦 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 - Deadstick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피곤할 땐 쉬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는 게 잘 쉬는 것일까. 일단 푹 자는 게 중요하겠다. 그리고 잘 먹어야 한다. 반신욕도 좋다. 무리한 운동은 자제해야겠지만 적당한 운동은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냥 침대에만 있는다고 피곤함이 가시지는 않더라(지난 주말 기운 없다고 침대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그러다 늦게 자고, 악순환을 반복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근육 운동을 하고 달려주는 게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

정신을 번뜩 뜨이게 하는 곡을 들어주면 몸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름이 이상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밴드, 2010년 결성된 호주 출신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의 <Deadstick>을 듣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호주 출신의 이 밴드는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구석이 많다. 포크를 기반으로 한 록부터 메탈, 프로그레시브 록 같이 너무나 이질적인 장르까지 섭렵한다. 2017년에는 한 해에 정규 앨범 5장을 발매해버리기도 했다.

<Deadstick>은 이들의 무려 스물일곱 번째 정규 앨범 [Phantom Island]에 수록되었다. 올 4월 15일에 싱글로 발매되기도 했다. 'Deadstick'이란 비행 중에 비행기 프로펠러가 멈출 때를 뜻한다고 한다. 비행 중에 프로펠러가 멈추다니, 청천벽력 그 자체다. 충격으로 얼어버린 사람, 겁에 질려 우는 사람, 구명 조끼를 찾는 사람 등으로 기내는 혼비백산이 될 것 같다. 그런 제목과 가사에 걸맞게 시종일관 갖가지 악기가 시끌벅적하다. 이 곡을 듣고도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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