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의 ‘올해의 베스트 톡’
이라 읽지만 사실 베스트 소비 내역을 추천합니다.

지난 레터에서 확인하셨겠지만 제가 상반기에 투어 관람을 겸한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보통은 공항을 갈 때 공항철도를 이용했는데요. 이번에는 눈 딱 감고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탑승 시간 보셔서 아시겠지만 공항철도 첫차도 다니지 않는 시간에 출발해야 했거든요.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는데 돈은 쓸 때 써야지 싶어서 미리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탁월한 소비였어요. 정말 집 앞에서 공항까지, 심지어 항공사가 어디인지 물어보시고는 가까운 게이트에 내려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체력 완전히 아껴서 여행 다녀왔습니다.
공항철도 운행 시간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공항철도를 이용하겠지만 제 마음 속 택시 이용에 대한 장벽을 낮춘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참고로 저 미리미리 어플은 공항 입출국을 위해서만 이용 가능한 어플이고요. 광고 1원 한 장 받지 않았습니다. ㅎㅎ
부유하는 유부의 ‘상반기 베스트 톡’
무엇이든 마음이 있어야 닿기 마련!

상반기 베스트 톡을 찾으려고 지난 톡방들을 하나 둘 살펴보다 보니 필요에 의해 오고 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상반기 메마르게 산 건가? 되물어본다. 물론 때때로(사실은 자주) 허튼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그걸 베스트 톡이라 고를 수는 없지. 그러다 발견한 귀여운 대화.
이 친구와는 각자 떠난 여행길 숙소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 대화를 나눈 것이 인연이 돼 어느 새 20년 지기가 됐다. (하 세월 ㅠ.ㅠ) 마치 영화 <비포 선라이즈>처럼, 우리가 동성이 아니라 이성이었다면 로맨스를 꿈꾸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지금보니 동성이라 오히려 다행이다 ㅎㅎ 더 길게 볼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이따금 만나 먹고사니즘을 논하지만 여행 길에서 만난 친구여서 일까? 누군가 보기엔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싶은 일상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이 날도 예쁘게 핀 꽃 사진을 시작된 대화는 이렇게 수집한 귀여움 공유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을 동네의 작은 꽃밭. 그 공간을 알아봐 준 마음과 또 봄을 기다리며 구근을 사다 공터 한 곳을 일구고 예쁘게 흰 돌로 마감한 사랑스러운 모습! 한두해 살아가는 날이 늘어날수록 인류애를 잃는 순간도 늘어나지만 종종 발견하는 인간들의 귀여운 면모가 마이너스 된 인류애를 멱살 잡고 끌어올린다. 덕분에 공동체에서 별 무리 없이 살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ㅎㅎ 사실 귀여움도 마음이 있어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니까, 하반기에도 귀여움 레이더를 세우고 곳곳에서 감동하고 즐거워해보자!
곰자자족의 ‘상반기 베스트 톡’
시작도, 끝도 내게 언니들이 있었네!


마음속 자체 토너먼트를 치열하게 거쳐 상반기 최고의 톡 타이틀을 거머쥔 방은 동네 도서관 독서 동아리 멤버들과의 단톡방이다.
<1>번 사진은 올해 초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직후의 대화다. 나는 스토너의 학문에 대한 진지하고도 신실한 열정이 부러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에 깊이 빠져 헤엄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깊이 매료됐던 것 같다. 그런 그의 삶이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린다. 흔드는 장본인은 그의 부인 이디스다.(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때문에 나는 그가 이디스를 만난 것이 그의 인생 통틀어 최악의 선택이라고 봤다. 더불어 이런 생각을 했다. 한 개인이 어떤 인간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이 완전히 나락이거나 극락이 된다는 것.
그런데 독서 모임에서는 뜻밖에도 스토너보다 이디스에 공감하는 멤버들이 있었다. 전혀 다른 해석이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스토너와 이디스의 대변인이 되어 한참을 토론했다. 그것은 또한 서로의 삶을 읽고 나누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수많은 대화 중에서 특히 ‘좋아하지만 보상 없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 ‘좋아하는 데 보상 없다고 못한다면 그게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대답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좋아하는 것 그 자체 외에 좋아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인기, 명성, 부 같은 것을 좋아하고 기대한 것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독서 동아리를 하는 동안 나는 책만 읽은 게 아니었다. 언니들은 언제나 책을 자기 삶으로 끌어왔다. 아이에게 메모를 남기며 마음을 전하는 법, 집을 비울 때 숨겨둔 포스트잇으로 사랑을 전하는 법, 이웃과 수박 한 통을 나누는 법까지. 언니들은 늘 책 밖의 삶까지를 이야기했고, 덕분에 나는 그들에게서 마음을 주고 받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얼마 전, 다시 회사를 다니게 될 것 같아 동아리에 자주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도 언니들은 누구보다 크게 응원해주었다. (<2>번 사진 참고)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고 일할 수 있을 때 다 해보라고. 그러다 아니면 또 돌아오면 된다고. 그 말이 얼마나 든든하든지.
올해 상반기의 시작에도, 끝에도 언니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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