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산책의 주제는 ‘봄을 찾기’ 입니다. 어린 시절 소풍가서 보물찾기 해보셨죠? 보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대답듣고) 네 맞아요. 몸을 숙이고 여기저기 자세히 봐야 되죠? 오늘 우리가 찾을 봄도 보물찾기 하듯이 보다 보면 발견할 거예요.”
3월 수목원을 소개하는 해설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봄을 찾기, 보물찾기’라는 말장난을 생각해내고서 마음에 들어 스스로 으쓱해졌다. 그리고 좀 더 짜임새 있는 내용을 찾기 위해 김신지 작가님의 <제철행복>을 펼쳐 들었다.
춘분이면 경칩에 깨어나 기지개를 켠 자연의 모든 것들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산책이란 모름지기 목적 없이 슬렁슬렁 거니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이 무렵의 산책만은 다르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 바로 ‘봄을찾기’. 잡지를 만들던 시절에 애착을 가지고 준비했던 기획의 이름이기도 하다.
김신지 <제철행복> p.62
아… 역시 내가 오리지널이 아니었다! 과거 <제철행복>을 재미있게 읽고 ‘봄을 찾기’란 구절이 인상깊어 머리 속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다가 이번에 꺼내진 것. 이런 기막힌 말장난?을 내가 생각해냈다면 무척 뿌듯하겠지만, 또 아니면 어떠한가? 이 맘 때 봄을 찾는 마음은 보물을 발견했을 때만큼이나 설레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좋은 책 한권 소개하는 셈 치며 출처도 안내하면 되지, 뭐! ㅎㅎ
시작은 봄의 향기로 해보련다.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납매’. 섣달은 음력 12월을 말하는데, 한 겨울 피는 꽃의 향이 매화 같아서 붙은 이름이란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수목원은 납매가 원래 사는 지역보다 북쪽이라 그런지 3월 즈음 꽃이 핀다. 사실 꽃 자체는 크게 임팩트가 있는 모양새는 아닌데, 속는 셈 치고 겨우 하나 핀 꽃망울에 코를 가져다 본다. 고급진 화장품 냄새랄까? 이름 속 그 매화 향기가 훅하고 콧속으로 퍼진다. 겨우 한송이 꽃에서도 향이 그윽했다. 이 발견 후 신이 나서 관람객들에게 꽃은 몇 송이 안 폈지만, 향은 강력하다고 어서 코를 대보라며 종용해봤다. 마지못해 향을 맡았다가도 이내 감탄하며 즐거워한다.

‘봄을 찾기’의 걸맞은 친구가 바로 다음 대상이다. 다 핀 꽃도 지름이 2cm가 되지 않는,손톱만한 작은 꽃. 잎 뒤편에 털이 보송보송한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노루귀’. 꽃이 활짝 피기 직전 하나 둘 정원에 올라오는 녀석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땅 위를 샅샅이 훑어봐야 한다. 진짜 보물 찾기다. 분명 어제도 와서 찾고 갔는데 다음날이 되면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은 황망함을 아는가? 이쯤되면 기필코 찾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그렇게 관람객과 땅을 훑으며 땅위로 삐쭉 솟아오른 노루귀를 찾고, 확대한 노루귀의 솜털 사진을 공유하며 즐거운 ‘봄을 찾기’를 이어가 본다.


다음은 이름부터 봄이다. 봄을 부른다는 뜻의 ‘영춘화’. 다소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살짝 분홍빛을 머금은 꽃봉오리의 끝이 활짝 열리면서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모습은 꽤나 사랑스럽다. 어린 시절 그리던 꽃과 닮아 친숙하달까? 개나리 같은 모양새에 헷갈리기도 꽃잎이 5~6장으로 꽃잎이 4장인 개나리와 다르고, 개인적으로는 개나리보다 훨씬 힘있어 보인다. 그 영춘화가 언덕에 가득 피어 노란 군락을 이룬 모습을 보니 열심히 찾지 않아도 ‘이제 진짜 봄이구나’ 싶다.


그 뒤로 레터에서도 종종 말했던 복수초라든가 풍년화라든가 등등의 노란색 친구들을 마주하며 함께 봄 찾기를 이어간다. 그러다 문득 ‘왜 봄꽃은 노란색이 많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찾아보니 기온이 낮은 초봄부터 활동하는 꽃등에가 노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벌과 나비에게 노란색은 인식되지 못하고 어둡게 보인다는데, 꽃등에의 경우 구분이 가능해 쉽게 꽃을 찾을 수 있단다. 게다가 노란색을 열을 잘 흡수해 꽃 내부의 온도도 올려준다고 하니 추운 시기 곤충들에게도 따뜻한 휴식처가 될 수 있다고.
단출한 모양새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 수정에 우위를 점하고, 추워 남들은 아직 잠자고 있을 때 먼저 꽃을 피워 광합성도 1등으로 하며 치열한 햇볕 받기 경쟁도 피해가는 초봄의 꽃들. 보송한 털로 추위를 이기고, 한발 더 나아가 색깔조차 그냥인 것이 없는 놀라운 생존 본능! 자연에 대한 의문점들에 답을 구하다 보면 과학이 아닌 것이 없다. 짧은 생을 어떻게든 효과적으로 꾸려 나가보겠다는 의지, 노력의 결과가 지금 내가 마주한 광경이 아닐까? 봄 바람에 설레는 마음으로 가볍게 나섰다가, 대자연의 섭리에 그저 감탄하게 되는 바야흐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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