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8] 🌻 새 계절에 듣는 취향 따로국밥 플레이리스트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그저께였나, 여느 때처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공기 중에 찬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완연한 봄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 주에 기온이 다시 반짝 내려간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 꽃들은 열심히 준비해 온 봉오리를 저마다 터뜨릴 거예요. 꽃잎보다 부지런히 찾아올 새 잎의 순간을 열심히 관찰할 계절이 온 거죠!

절기로 보자면 이번 주가 경칩과 춘분 사이라고 해요. (그러고 보니 저는 레터에 날씨와 절기 얘기를 매 계절 빠뜨리지 않네요) 올해 3월 20일인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로, 일본에선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춘분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고도 해요. 자세한 기원은 모르겠지만 뭔가 낭만적이군요. 춘분 날 연차라도 내서 나만의 봄의 시작을 기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독자 님도 부지런히 이 계절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지난 주 PRIIISM에 대한 구독자 분들의 응답을 공유 드린 적 있죠. 종종 나누어 주시는 감상은 현생에 찌든 숑콜로에게 크나큰 힘이 됩니다. (아주 가끔씩 돌아가는 계정이지만) 프리즘 인스타그램(@priiism3)에도 이따금 감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작은 관심을 부탁 드리며... 오늘의 세 곡을 소개 드릴게요! 모아 놓고 보니 일관성이라곤 전혀 없는데요. 그 나름의 재미로 읽고 들어 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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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와 숫자들 - 빙글 빙글

오래 전 PRIIISM에서 '애정하는 가수 특집'을 썼을 때 이들을 소개한 만큼 9와 숫자들의 음악은 나에게 언제나 최신이자 최애다. 기쁠 때와 슬플 때는 물론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면 또 새롭게 떠올라 처음처럼 설레며 듣는다. 9숫만의 문학성, 포근함, 위트, 모든 계절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그 어떤 밴드로도 대체할 수 없다.

<빙글 빙글>은 2015년 발매한 9와 숫자들의 미니 앨범 [빙글빙글]의 수록곡이다. 재미있게도 이 앨범에 수록곡은 단 세 곡.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이다. 말장난 같은 세 곡은 각기 전혀 다른 감성이다. 그 중에서도 <빙글 빙글>은 딱 요즘처럼 들뜬 기분이 차오르는 봄의 시작에 가장 어울리는 분위기가 아닐지. 노랫말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현대인의 세상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처럼 폭닥해진 날씨에 이런 노래에 발맞춰 아무렇게나 걷고 있자면 과장 조금 보태서 세상사 근심이 절반은 증발하는 듯 느껴진다.

🌻 Paul Desmond - Black Orpheus

뜬금없이 재즈 색소폰의 매력에 빠졌다. 잘은 모르지만 쿨 재즈(Cool Jazz)라는 장르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1949년 마일즈 데이비스가 발표한 곡을 쿨 재즈의 시작으로 본다는데, 여기서의 쿨은 차갑다기보다 모던하고 심플한 연주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즈의 역사니 계보 같은 것엔 전혀 문외한이지만 일단 쿨 재즈나 색소폰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재즈 플레이리스트는 백발백중이다(?) 하는 식으로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이야기한 김에 요즘 가장 즐겨 듣는 재즈 플리 유튜브 채널도 추천해 본다. 요즘 가장 자주 듣는 색소폰 연주자 폴 데스몬드(Paul Desmond)가 첫 곡으로 나오는 바로 이 플리다. 구독자 1만 명 정도인데, 영상마다 적힌 설명 글이나 개인 계정을 보면 정말 재즈가 좋아서 채널을 꾸려 나가시는 게 느껴진다. 역시 최고의 창작물이란 창작자가 순수하게 좋아서 시작하고 지속해 나가는 무언가인 듯하다. 아무래도 이 플리와 PRIIISM 사이에도 분명 공통점이 있다. (은근슬쩍)

🌻 주주클럽 - 나는 나

이사한 지 5개월 만에 스피커를 샀다. 맘에 쏙 드는 걸 고르고 싶어서 벼르고 미뤄 왔다. 아무리 음질로 유명해도 집의 톤 앤 매너를 해치면 안 되고, 스피커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도 안 되고... 까탈스러운 기준을 거쳐 구매하고 나니 드디어 바라왔던 집들이 콘텐츠를 개시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엘피바처럼 집들이 온 친구들에게 쪽지와 펜을 주고 신청곡을 받는 것. 이건 생각 이상으로 호스트에게 이로운 시스템이었다. 신청곡이라 함은 누구에게나 지금 이 순간의 최애다. 우리집에 방문하는 모두의 최애 곡을 수집한다는 건 내게 엄청난 디깅이자 보물섬 발견 같은 일이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주주클럽의 노래도 그렇게 알게 된 게스트의 신청곡 중 하나였다. (90년대생으로서) 영턱스클럽까진 알겠는데 주주클럽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창법이 희한하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나>는 주주클럽이 1996년 발표한 데뷔 앨범의 수록곡이다. 세기말 가요의 노랫말은 새삼 주옥 같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사랑한다는 내용인데, 제목과 함께 생각하면 결국 초월적인 자기애 같달까. 느른한 분위기와 응당 레트로한 분위기의, 내 나이와 비슷한 이 노래를 요즘 참 자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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