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수업 시작합니다
"기사 몇 건 나왔나요?" PR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실무자도, 대표도, 투자자도 가장 먼저 기사 수를 확인합니다. 눈에 보이고 세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PR이 잘 되고 있는지는 기사 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월 5건의 기사가 나와도 메시지가 제각각이라면 그건 잘되는 PR이 아니라 그냥 홍보 활동의 나열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진짜 변화는 숫자보다 먼저, 조직 안에서 나타납니다. 대표가 던지는 질문의 종류가 달라지고, 내부 회의에서 쓰는 언어가 정리되기 시작하고, 고객과의 대화 방식에 일관성이 생깁니다. 이런 변화는 보도자료 한 장보다 중요하지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종 간과됩니다.
오늘은 숫자가 아니라 '상태'로 확인하는 PR의 신호들을 정리해봅니다. 지금 우리 회사의 PR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진짜 기준들입니다.

1️⃣ PR이 잘 되고 있다는 착각부터 정리하기
많은 회사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사 나오면 PR 성공, 노출 없으면 PR 실패. 이 공식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실제로는 기사 몇 건 있어도 메시지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PR은 불안정합니다. 반대로 당장 기사 없어도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잡혀 있다면 PR은 진행 중입니다. 마치 건물에 비유하자면, 기사는 외벽 타일이고 PR은 기초 공사입니다. 타일만 번쩍번쩍해서는 건물이 단단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 PR은 결과보다 '작동 여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지, 메시지가 쌓이고 있는지, 조직이 말을 다루는 방식이 진화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입니다. 기사는 그 과정의 결과물 중 하나일 뿐입니다.
2️⃣ 작은 회사에서 나타나는 진짜 PR 신호 5가지
① 대표가 “이거 PR 관점에서는 어때?”라고 묻기 시작한다
PR이 잘 안 될 때 대표는 주로 이렇게 묻습니다. "이거 기사 나와?" 또는 "이거 언제 보도자료 내?" 질문의 초점이 온통 '노출'에 맞춰져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PR을 '알리는 일'로만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PR이 조금씩 작동하기 시작하면 질문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이 소식, 지금 말하는 게 맞을까?" "경쟁사도 비슷한 발표 준비 중인데, 우리가 먼저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건 대외적으로 어디까지 공개해도 괜찮을까?"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노출을 원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과 범위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면 이런 질문도 나옵니다. "이 내용, 기록으로 남겨도 괜찮을까?" "나중에 이 말이 우리한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 단계에 오면 PR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무엇을 말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도 함께 판단하기 시작한 거죠.
이것은 PR이 결정 과정에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대표의 질문이 '노출'에서 '판단'으로 옮겨가는 순간, PR은 조직 안에서 제 역할을 찾기 시작합니다.
② 같은 이야기를 다른 채널에서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홈페이지, SNS, 제안서, 인터뷰. 표현은 달라도 결이 비슷하다면 PR은 이미 구조를 갖춘 상태입니다. 브랜드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는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면, SNS에서도 "숫자로 경영을 돕는다"는 메시지가 반복되고, 제안서에도 "데이터 중심 전략"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해야 합니다. 이렇게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를 때 고객은 브랜드를 명확하게 인식합니다. 메시지가 채널마다 다르면 고객은 혼란스럽고, 브랜드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이건 단순히 문장을 통일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왜 중요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내부에 생겼다는 뜻입니다.
③ PR이 ‘급한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일’이 된다
보도자료를 급하게 쓰지 않습니다. 콘텐츠가 한 번에 몰리지 않습니다. PR 미팅이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PR이 이벤트가 아니라 운영 업무가 된 상태입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PR 리뷰데이'로 정했습니다. 이번 달 무엇을 말했고, 다음 달 무엇을 준비할지 점검합니다. 급하게 보도자료를 쓰는 일이 줄어들었고, 메시지가 계획적으로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PR이 급한 불 끄는 일에서 루틴으로 자리 잡은 순간이었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일이 될 때, PR은 비로소 지속 가능해집니다.
④ 고객의 말이 내부 자료로 다시 쓰이기 시작한다
후기, 문의, 피드백이 콘텐츠로 정리되고, 제안서 문장으로 쓰이고, 메시지 근거로 활용됩니다. PR이 외부에서 내부로 다시 순환하기 시작한 신호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한 B2B 기업이 고객 인터뷰에서 "이제 회의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문장은 홈페이지 메인 카피가 되었고, 제안서 첫 페이지에 실렸으며, 보도자료에도 인용되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가 브랜드 메시지의 근거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외부 반응이 내부 자산으로 전환될 때 PR은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⑤ “이건 아직 말 안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생긴다
PR이 잘 안 될 때는 말할 기회를 놓칠까 봐 불안해합니다. 뭐든 빨리 알리고 싶어 합니다. PR이 안정되면 말하지 않는 선택도 전략이 됩니다. 침묵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기준이 생긴 상태입니다.
한 대표는 투자 유치 직후 보도자료를 내려다가 멈췄습니다. "아직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투자 소식만 먼저 나가면 기대만 키우고 실망을 줄 수 있어요. 제품 출시와 함께 발표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 판단은 PR이 단순 노출이 아니라 브랜드 관리 차원으로 진화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판단이 가능하다는 건, 커뮤니케이션의 우선순위와 타이밍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모든 걸 다 말하려 하지 않고, 지금 말해야 할 것과 나중에 말해야 할 것, 아예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할 줄 압니다.
3️⃣ 대표가 안 물어봐도 PR이 돌아가는 상태란?
이 상태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판단 기준이 문서로 남아 있고, 메시지가 자산으로 쌓이고, 누가 바뀌어도 흐름이 유지됩니다. PR이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조직의 시스템이 된 순간입니다.
예를 들어
✔️키 메시지 문서가 있어서 누가 제안서를 쓰든 비슷한 방향이 나옵니다.
✔️보도자료 가이드가 있어서 급하게 쓸 때도 최소한의 품질이 유지됩니다.
✔️FAQ 문서가 있어서 고객 문의에 일관된 답변을 제공합니다.
이런 문서들이 쌓이면 PR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멈추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4️⃣ 지금 우리 회사 PR 상태 점검 질문 3가지
✅ 첫 번째, PR 판단 기준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나요?
어떤 내용을 언제 어떻게 말할지에 대한 기준이 머릿속이 아니라 문서로 존재해야 합니다. 기준이 문서화되지 않으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PR이 멈춥니다.
✅ 두 번째, 같은 메시지가 다른 채널에서도 반복되나요?
홈페이지와 SNS, 제안서와 인터뷰에서 표현은 달라도 결은 비슷해야 합니다. 메시지가 채널마다 다르면 브랜드는 일관성을 잃습니다.
✅ 세 번째, PR이 멈췄을 때 왜 멈췄는지 설명할 수 있나요?
"바빠서"가 아니라 "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어서" 또는 "메시지 정리가 선행되어야 해서"처럼 구체적인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합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건 PR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PR은 아직 '성과 이전 단계'에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기사 몇 건이 아니라 PR의 기초 구조를 다시 점검하는 일입니다.
🙋🏻 Q&A
Q. 5가지 신호 중에 하나만 있어도 괜찮은 건가요?
괜찮습니다. 이 신호들은 동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는 대표의 질문이 먼저 바뀌고, 어떤 회사는 메시지 일관성이 먼저 잡힙니다. 중요한 건 '5개를 다 갖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있는 신호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Q. 기사가 전혀 없어도 PR이 잘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단, 기사가 없는 이유가 'PR을 안 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메시지가 명확하고, 채널별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면 이미 PR의 토대는 만들어진 겁니다. 기사는 이 토대 위에서 필요할 때 진행하면 됩니다.
Q. PR 담당자가 따로 없는데, 이런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분기에 한 번, 30분짜리 '메시지 점검 회의'를 해보세요. "우리가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설명이 채널마다 달랐는지" "다음엔 어떤 메시지에 집중할지"를 정리하고 문서로 남기면 됩니다. 구조는 복잡한 게 아닙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반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 PR 한 줄 팁
PR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는 기사 수가 아니라, 조직이 말을 다루는 방식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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