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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시즌 2

스핀오프(24.05~24.06)

[프로브톡 스핀오프 6화] 지나고 나서야

2020년 11월의 어느 날

2024.06.06 | 조회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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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전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모이기만 하면 인증한다고, 추억이라 간직해야 한다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을 피하기 바빴죠. 지금도 SNS에 제 사진이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구요.

그래서 어릴 적 사진도 거의 없습니다. 앨범 하나 있는데 반절 정도만 채웠을 뿐이죠.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인 앨범을 청소하다 말고 버릴까 싶어 뒤적인 적이 있습니다.

보다 보니 아련함이 올라오는 사진들이 있더라구요. 그 중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국민학교 입학하던 날 찍었던 사진.(국민학교.. 네, 옛날 사람)

꼬맹이 걸음으로도 집에서 고작 10분 거리였지만, 할아버지는 매일 하교 시간이면 정문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기다리다 절 자전거 앞 보조의자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하셨어요. 그럼 동네 할아버지 친구분들에게 인사하며 귀여움을 독차지 했더랬죠.

프로 뜨개질러 할머니는 겨울이면 조끼나 장갑에 모자며 목도리를 떠주곤 하셨는데 한 번은 분홍 원피스도 만들어 주셨어요. 당시 동네 아주머니들이 어디서 샀냐 묻던 원피스, 지금 생각하면 없어서 못 입을 핸드 메이드인데 그 땐 왜 그리 기성복이 입고 싶었나 모르겠습니다. 뭐든 다 잃어버리려 태어난 듯한 저였기에 할머니는 늘 엄지장갑에 끈을 달아 떠주셨는데 그때는 그것도 어찌나 싫든지..

생각해 보니 절 애지중지 키워주신 거 같아요. 중학교 땐 도시락 가방 없이 등교해 점심시간마다 갓 지은 밥과 국을 건네받고, 반짝 소나기에도 비 한 번 맞은 적이 없습니다. 늘 할머니가 우산을 가지고 학교 앞으로 마중 나와 주셨거든요.

두 분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나던 시기를 지나, 담담하게 그 땐 그랬지 하던 시기도 지나, 이젠 주로 잊고 지내지만 한 번씩 갑작스런 그리움에 울컥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맘이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는지를 너무 한참 지난 후에야 느낍니다. 어쩌면 이쯤 나이가 드니 그 마음이 어떤 건지를 비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이 글을 쓰고 1년 후엔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문득문득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프로브톡에 어떤 글을 실을까, 이 포스팅을 다시 보며 예전 동료들과 야유회 가서 찍은 사진이며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저는 연말이면 사진 파일도 정리하는데요. 그래서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네요. 

작년 연말에 30년 지기 친구가 암으로 떠났어요.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그녀를 보내며 계속 만나는 동창들과 옛날 사진을 꺼내놓기 시작했는데요. 저도 분명 같이 찍은 것들이 있는데 다 삭제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젠 사진 좀 더 찍고 남겨두기도 해봐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추억을 남길 필요 없다고 해왔지만 사람들과 가장 재밌게 웃을 땐 지나간 얘기 떠올리며 깔깔거릴 때인 거 같기도요. 


늘 이게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곁에서 날 아껴주는 이들의 마음을 후에야 알게 되는 거 말이에요.

적기에 감사한 게 뭔지 알고 소중히 대하는 것도 능력이고 인성은 아닐지..

 

여러분은 소중한 사람을 잘 알아보고 많이 표현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불쑥 점심 먹고 동료나 가족에게 사진 한 장 찍을까 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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