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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오프 1 (24.05~24.06)

[프로브톡 스핀오프 9화] 내가 제일 중요해!

2021년 9월의 어느 날

2024.06.18 | 조회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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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2021년 7월 말에 수술을 하며 퇴사를 했습니다. 암처럼 심각한 병은 아니었지만 악성의 경계에 온 거 하나, 근종 19개(이 중 3개는 6개월 만에 8, 5, 4센티까지 자라버렸고), 이명, 위궤양, 과민성대장증후근, 포도막염, 극심한 피로, 우울감과 화, 탈모, 설통, 입술안쪽의 붓기와 통증.. 소소한 불면증이나 두통, 소화불량 같은 누구나 있는 건 제외하고도 그 해 몇 달 간 시달렸던 증상들이었습니다. 5월부터는 더 심해졌구요. 휴직이 아니라 퇴직을 결정한 건 떨어진 체력보다 저 증상들의 원인이 심리적 문제가 아니었을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술 후 서너달이 지날 때까지도 거슬리게 한 건 입안 통증이었는데 혀끝이 마비된 느낌과 바늘 수백개로 찌르는 듯한 통증, 위아래 입술 안쪽이 붓고 아려 화끈대는 거였죠. 알고 보니 마비된 듯 둔해진 게 아니라 너무 예민해져서 착각한 거였더라는. 처음 병원에서 검진하며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니 뭐 얼마나 힘들다고 몸뚱이가 이 모양인가"였습니다.

지인들과도 이야기 하면서 "다른 사람은 더 큰 의사결정을 하고, 더 많이 신경쓰며,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는데 뭘 얼마나 했다고 몸이 유난인가.."란 말을 했어요. 제 자신이 엄살쟁이 같고 유난스럽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불쑥 남들이 어떻건 대체 무슨 상관인가, 내가 안 괜찮다는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하필 왜 일이라는 잣대를 들이댔을까, 다 감정 문제였는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픈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많이 몸에 이상이 올 땐 그 역시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냐 했죠.

제주도에 있는 제 단골 게스트하우스 담벼락 그림(저인 줄)
제주도에 있는 제 단골 게스트하우스 담벼락 그림(저인 줄)

전 통증에 둔감한 편이고 잘 참습니다. 병원에서 실제로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달려오라 할 정도였어요. 둔감하기도 하고 참아서 병을 너무 키워 온다구요. 발목 인대가 파열되어 퉁퉁 붓고 걸을 수 없는 지경인데도 이번엔 좀 많이 다쳤나보다며 병원에 걸어가고 A형 간염에 걸려 열이 40도인데도 너무 어지럽네 하며 강의 마친 후 병원에 걸어가 대기도 했을 정도. 

신체적인 것 외에도 어릴 적부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평생 겪을까 말까 싶은 일들을 많이도 겪었습니다. 지인들이 대체 왜 너의 주변엔 온통 에피소드냐 할 정도였죠.

인생의 별별 사건을 경험하며 한 때 타인의 상황에 대한 공감력이 확 떨어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뭘 보고 들어도 "그까짓 걸 가지고 유난"이란 마음이 먼저 들었거든요.

내 경험치가 별나다 생각함 남의 마음이 우스워지기 쉽습니다. 지금이야 가끔씩 너무 공감을 해서 문제일 지경이 되었지만 그래도 불쑥불쑥 이런 마음이 튀어날올 때가 있어요. "그게 대체 왜 문제야, 그 정도 갖고 왜 그래?, 왜 그리 유난이야"라며.

저 때도 "나 이명이 자꾸 생겨, 병원 가봐야 하려나", "혀끝이 왜 이리 아리지?", "이상하게 피곤하네.." 같은 얘기를 의식 없이 던졌는데 옆에서 더 걱정을 해줘 이상한 건가를 느끼곤 했어요. 그렇게 그냥 시간을 뭉개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면 왜 진작 안 왔냐는 얘길 듣고서야 치료가 시작되었고 수술도 했죠.

선천적인 통증 둔감성은 제치고서라도 심리적으로도 과거의 최악이다 싶었던 일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최악의 경험을 기준으로 그보다 덜하다면 "괜찮아, 별 거 아냐"를 자기 세뇌처럼 하며 살다 보니 몸이 반응해야 알게 되는 지경이 되었던 거 같아요. 몸은 정직하니까요.


모든 건 다 마음가짐이라는 말은 어쩌면 가혹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오력과 정신력으로 모든 걸 견디란 말은 상황에 따라 폭력적일 지도요.

모든 건 다 있는 그대로, 내 의식적/무의식적 마음상태를 잘 알아차리고 관리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린 뭘 그리 다짐하고 자세를 마음까지 다잡으라 강조하는 걸까요. 

여러분은 자신에게 관대한가요? 정작 나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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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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