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퀴어동네 이장이 되고 싶어

우리는 도대체 누구일까

2026.08.18 | 조회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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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캔쓰입니다. 입추가 지났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게 절기는 대단하다 싶지만, 그래도 더운걸 보니…. 이젠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심정이 듭니다. 오늘의 주제는 정체성입니다. 뭐, 사람에게 정체성은 백만개이지요. 성별, 성적지향, 직업, 태어난 곳, 사는 곳, 관계맺는 사람들, 좋아하는 것…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나는 스스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오늘 오쓰와 캔디는 각자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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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갑을 잃어버려서 나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게 무슨 말이고 하니,

유실물 센터를 들락날락하며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다녔는데 센터에서 지갑을 여성용과 남성용 그리고 기타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지갑은 여성용이었을까, 남성용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닌 기타였을까. 갈피를 잡지 못해서 나는 세가지 카테고리를 몽땅 살펴보았고, 정작 내 지갑은 찾지도 못했는데- 지갑을 찾기 위해 나에 대한 고민을 새삼스레 해보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여성인가 남성인가 아니면 기타인가. 나의 지갑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좌우지 장지지지. 나는 여전히 기타의 F코드를 잘 짚어내지 못한다.

나의 지갑에게 젠더를 물어보지 못했지 뭐야
나의 지갑에게 젠더를 물어보지 못했지 뭐야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태초부터 시작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려서부터 공주인형놀이보다는 변신로보트가 좋았어요.” 라던가, “중학교 입학식 때 치마교복을 입고 강당에서 선서를 하고 싶지 않아서 입학도 하기 전부터 교무부장 선생님에게 대들었어요.” 라던가 하는 이야기는 원한다면 하루종일도 해줄 수 있지만- 내가 무슨 세헤라자드도 아니고 끝없는 이야기를 풀어낼 자신이 없다. 어느새 내 이름에 대한 말하기에 큰 흥미가 사라진 탓도 크다. 나에게 딱 맞는 이름을 찾는 일보다 당장 내일 만날 과외학생이 숙제를 해올지 안 해올지가 더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고, 다음달 카드 할부를 갚는 일이라든가. 이번 명절에 양가 부모님 선물을 사는 일이 더 급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뒤로 미루고 미뤄놓다가 어느새 그런 것이 있는지도 까먹어버렸다. (이거 꽤나 어른이 된 것만 같군) 그런데 별안간에 지갑을 찾으러 들어간 유실물 센터에서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찾은 것이다. 지갑은 못 찾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 지갑이 여성용으로 분류되는 것이 싫다. 애초에 그렇게 보이지도 않겠지만- 내 지갑을 주운 누군가가 내 지갑을 열어보고, 내 신분증에 적힌 숫자나 혹은 내 이름을 보고 '아 조금 헷갈릴 뻔 했지만 이 지갑은 여성용이군'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지갑신령이 하얀 연기와 함께 유실물센터에서 솟아나와서 “이 금지갑이 너의 지갑이냐”하고 물으면 “아니요, 저의 지갑은 여성용이 아닙니다.”하고 답할 것이다. 


나는 나의 무엇도 여성용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다. 그래, 이제는 조금 인정해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성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 지갑도 여성용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성인가. 아니다. 나는 남성도 아니다. 그렇게 지저분한 것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기타인가. 다시 시작되는 나의 연주. 좌우지 장지지지. 나는 기타도 싫다. 기타는 너무 시끄럽다. 나의 인생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아니, 나이 서른 먹고 나에 대해 이렇게 고민해야 하다니. 정말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저는 그 지긋지긋한 것을 해내고야 맙니다. 나의 고민과 닿아있는 이름은 트랜스매스큘린-논바이너리이다. 트랜스매스큘린은 태어날 때 여성으로 분류되었지만 자신의 젠더가 여성이라는 범주에만 머물지 않고 남성성으로 향한다고 느끼는 다양한 사람들을 묶는 넓은 표현이다. 논바이너리는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두 범주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느끼는 다양한 젠더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나를 ‘남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성적인 여성’(한동안 나를 잘 설명해주었던 ‘부치’)이라는 말에도 부족함을 느낀다. 물론 나의 멋진 부치 친구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들이 옷을 고르는 방식에는 큰 도움을 많이 얻는다. 

 

나는 내가 혼자 존재할 때 ‘남성’이라는 자각이 없다. 내 몸이 어떤 모양이어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지 않다.(물론 내 몸이 어떤 몸이면 더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나는 늘 키가 커지길 바라고, 어깨가 더 넓었으면 하고 바라고, 몸의 굴곡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지금의 몸이 보기 싫다거나 끔찍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남성’으로 패싱되기를 원하는 순간이 많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나를 ‘이모’나 ‘고모’보다는 ‘삼촌’으로 불러주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 누가 나에게 ‘오빠’ 노릇을 하려 하면 그게 누가 되었든 간에 그 자리에서 정강이를 차고 싶지만, 누가 나에게 ‘형’ 노릇을 하면 빗장을 쉽게 풀어 버린다. 누가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 언제든 울 준비가 되어 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엉엉)” 그 이름은 내게 너무 무겁고 끈적거린다.

 

그리하여 '트랜스매스큘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건 뭐 드라큘라도 아니고 이름이 너무 길다. 이 긴 이름은 내 추구미는 아니다. 나는 단촐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 사람들과 만나 정체성을 소개하게 된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트랜스매스..에.. 뭐.. 그냥 성소수예요.”하는 내가 상상된다. 이런들 저런들 나는 트랜스매스큘린-논바이너리다. 이게 무슨 말이야. 몰라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도록 해. 어찌되었든 내 일기장에 새로운 이름이 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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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번째 정체성: 근육 낭비하는 근수저 

 

뉴스레터를 쓰려다 지난번 뉴스레터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아! 지난번 내 메인 정체성은 중독자였군!' 누군가 "넌 뭐냐?"라고 물으면, 그때그때 매번 다른 정체성이 튀어나온다. "나? 엄마 딸이지~" "나? 오쓰 와이프지이~" "나? 활동가!" "나? 바이섹슈얼!" "나? 만화책 좋아해!" 이렇게 줄줄줄 나온다. 그런데 막상 오늘 또 무슨 정체성을 이야기할까 생각하니, 괜히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게 된다. 뭔가 멋진 걸 이야기하고 싶기도, 혹은 너무나 구린 걸 고백하고 싶기도 한 그런 마음이랄까? 

 

여하튼 한참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 끝에 내가 내놓은 오늘의 정체성은“근수저이자 힘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다.

 

사실 난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빠르지도, 엄청나게 느리지도 않았다. 체육 시간에 크게 뒤처지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도 않는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힘 하나는 좀 셌다.

 

그걸 처음 깨달은 건 대학 때였다. 여중, 여고에 다니는 동안은 내가 힘이 세건 말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친구들끼리 일도 골고루 나눠서 했던 것 같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씩 하며 협동을 배웠을 것이다(라고 없는 기억을 미화해 본다). 그런데 대학에 가고, 남성과 여성을 유난히도 참 잘 나누는 사회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내가 힘이 세다는 사실이 꽤 중요해졌다. 선배들이 '남자가~', '오빠가~' 하고 나설 때면, '내가 너보다!', '나도 너만큼!' 하고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첫 기억은 동아리 여름 합숙 즈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다 함께 어딘가로 놀러 가는 길이었다. 꽤 긴 거리를 걷는데, 어떤 선배가 "오빠가", 아니면 "남자가 들겠다!" 뭐 이런 류의 말을 하며 "여자는~", "여자가~" 어쩌고저쩌고했다(사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난 그런 말을 하는 선배 옆에서 텐트 두 개와 온갖 짐 꾸러미를 번쩍 동시에 들고 걷기 시작했다. 속으로 내가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힘센 사람인 내가 좀 좋아졌다. 무거운 것을 번쩍 들고 한 번에 많은 것을 나를 수 있는 내가,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가 좋았고 은근히 자랑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뭐, 나는 뚱뚱하니까 힘이 센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논리적인 근거 따윈 없었고, 그냥 그럴 거라는 막연한 위축감이었다. 그럴 땐 힘센 내가 다시금 창피해지기도 했다. 뭐, 사람 마음이 능히 그럴 때도 있잖아.

 

내 안의 그런 부정적인 말들이 쏙 들어간 것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개인 PT를 받을 때마다 운동을 참 잘 따라간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만큼 했는데 숨이 덜 차세요?"라는 말도 들었고, "사실 아까 슬쩍 무게를 올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거뜬히 잘하시더라고요"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면서 트레이너에게 들은 말이 바로 ‘근수저’였다. 아! 난 그저 뚱뚱하고 힘센 사람이 아니라, 타고난 근육량이 많아서 근력이 좋은 사람이구나! 나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된 순간이었다.

 

물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근수저인 나를 긍정하고 나서부터는, 근수저인 주제에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나 자신이 조금 얄미워졌다. '하면 잘할 거면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뭐, 어쩌겠나. '게으름뱅이', '귀차니스트'도 내 커다란 정체성 중 하나라는 것을 이젠 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하면 잘할 거지만 귀찮고 게으르니까, 조금 천천히 해야지!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이상, 근육 낭비하는 근수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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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의 추천(8월 19일 ~ 9월 1일)

 

[영화제]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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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주의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여성영화의 장 | 일시 : 2026년 8월 20일(목) ~ 2026년 8월 26일(수) | 장소 : 메가박스 신촌,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 https://siwff.or.kr/ | 주관 : (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퍼]제6회 춘천퀴어문화축제 <소양강퀴어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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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8월 27일(토) 13시 ~ | 장소 : 춘천시 온의동 586(모다아울렛 앞 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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