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캔디와 오쓰는 오늘도 힘내서 뉴스레터를 만들어냅니다. 벌써 여섯번째라니, 매번 우리는 우리의 노력을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구독자가 서른명이 넘어섰습니다. 벌써 서른명이라니!! 소소한 기쁨이 점점 늘어나는 뉴스레터입니다. 댓글 하나가 달릴때마다 우리는 가슴두근대며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앉아 뭐라고 댓글을 달까 수다를 떱니다.(거짓말입니다. 캔디가 혼자 답니다)
여섯번째 주제는 커뮤니티입니다. 저희는 요즘 커뮤니티라는 말을 엄청 많이 쓰는데요. 그래서 한번 따로 또 같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커뮤니티가 뭘까? 캔디는 자신의 커뮤니티를 형성 과정을 복기하며 우리가 서로의 커뮤니티가 되는 것의 의미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오쓰는 이사와 이사 후의 삶의 경험들, 그리고 요즈음의 초대들을 떠올리며 커뮤니티를 지어가고 있는 나와 우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도 힘내고 있는 오쓰와 캔디의 글, 즐겁게 읽어주세요!
참!!! 댓글과 후기 기다려요! 우린 사실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모두 서로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에게 커뮤니티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이 꽤 길었다.
10대에는 반의 모든 아이들과 친했지만, 수학여행에서 같은 조를 할 그룹이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동기들은 숫자가 적고 뭉치는 성향이 아니었고, 나와 잘 놀던 선배들은 당시 내가 연애 중이던 선배의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가족’이라고 했지만, 그 가족 안에서도 나와 가장 끈끈했던 가족은 헤어지면 끝일 뿐인 애인이었고, 나머지 가족은 뭔가 애인의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과 학생회를 했지만, 함께 학생회를 했던 후배들과는 그룹으로보다는 개별적인 관계를 더 맺어나가게 되었다.
서울에 올라와선 그 외로움이 점점 커져갔다. 여기저기서 보이는 한 그룹의 사람들. 저들끼리는 가까운 친구 관계가 되고, 누구보다 끈끈하게 서로를 챙겨나가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 '내 자리도 저 안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냥 부럽기만 했을 뿐이다.
그러다 처음 내 친구들이 생겼다. 같은 동호회의 친구들은 늘 함께 모여 놀고, 한 친구 집에 모여서 놀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린 매우 끈끈했지만, 동호회 활동과 노는 데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사건과 연애들로 우리의 모임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감사하게도 그중의 많은 친구들이 지금도 개별적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과 연애를 했다. 트랜스 남성과의 연애, 둘 다 20대였던 우리의 연애는 고민이 참 많았다. 그에게도 커밍아웃의 범위는 고민이었고, 나에게도 고민이었다. 단체가 있었기에 고립되지는 않았지만, 단체 밖으로까지 커뮤니티를 넓힐 수는 없게 되기도 했다. 그와 헤어지고도 단체 활동은 지속했다. 오히려 그 이후가 그 단체의 친구들과 개별적 관계를 맺으며 더 끈끈해지던 시기가 되었다.
그 후에 지금의 나의 커뮤니티를 만나게 되었다.
같은 동네에서 치킨을 같이 먹으며 친해진 사람.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오래오래 인연을 맺게 된 사람.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애인.
같은 팟캐스트를 듣던 친구.
내가 일하던 곳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
같은 사무실을 쓰는 다른 단체의 활동가.
혹은 내가 가입한 단체의 다른 회원들까지.
여기저기서 얽히고설킨 이들이 근처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몇 개의 그룹이 오밀조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이와는 정기적으로 치킨을 먹었고, 어떤 이들과는 정기적으로 캠핑을 갔다. 어떤 이들과는 거의 만나지 않고, 어떤 이들과는 비정기적으로 만났고, 어떤 이들과는 꾸준히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개별적으로 이어진 인연들이 포함되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고, 나는 이제 그들을 커뮤니티라고 부른다.
그들 중 몇몇과는 매일 소통하고, 그들 중 몇몇과는 매달, 어떤 이들과는 많아야 1년에 한 번 소통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며, 공간이었다. 같은 가치의 공유이기도 했고, 같은 취미 생활의 공유, 혹은 그저 같은 삶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했다.
언젠가 텃밭을 하는 이와 차를 타고 가다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공동체가 되어가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렇다, 생각해 보니 친구들보다 텃밭 사람들을 더 정기적으로 자주 만난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에게는 아마 우리도 공동체이고, 우리보다 아주 덜 만나지만, 그의 친구들 또한 공동체일 것이다.
공동체는 시간만으로, 혹은 공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중 하나는 우리 집 5분 거리로 이사를 왔지만, 여전히 나와 개별적인 관계를 맺어간다. 그 친구는 큰 의미에서는 나의 공동체이지만, 나와의 공통 그룹을 만들지는 못하였다. 커뮤니티는 느슨하고 쫀쫀한 모든 관계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공동체는 친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가끔 친분이 없는 이들의 도움도 받는다. 그들은 나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함께하는 가치를 신뢰하고, 함께 공유하는 단체를 신뢰하며 서로를 돕는다.
우리에게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 돌아보니 지난 20년 동안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과 관계 맺기를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다. 성공 또는 실패와 별개로 그 관계들은 이어지기도, 이어지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10년이, 20년이 지나고 나니 어떤 관계는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많은 곳에서 관계가 맺어졌다. 커다란 행사의 우연한 만남이기도, 구체적인 단체이기도 하고, 어떤 소규모 모임이기도 했고, 누군가의 소개이기도, 하다못해 전 애인의 친구였던 사람들도 있다. 내가 들은 강의의 강사이기도, 내가 강의를 했을 때의 수강생이기도 했다. 난 우리 동네 편의점 사장님도 나의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넣기도 한다.
나의 커뮤니티란 무엇일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커뮤니티라고 하는 것의 상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커뮤니티는 엄청나게 큰 개념일 수도, 동시에 구체적인 개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성소수자 온라인 어플을 ‘성소수자 커뮤니티’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들과의 쫀쫀한 모임을 ‘나의 커뮤니티’라고 이야기한다. 두 개 다 커뮤니티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어떤 경향성의 공간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것 같다. ‘나의 커뮤니티’는 조금 다르다. 가끔은 은평이라는 공간으로 나의 커뮤니티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의 소그룹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느슨한 익명성의 커뮤니티부터 아주 쫀쫀하고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커뮤니티까지, 그 둘 모두가 나의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은 존재만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지난하고,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귀찮고 시간을 들여 획득해 낸 것은 운 좋게 단번에 획득한 것과는 또 다르게 우리에게 더 소중해지고, 더 큰 가치로 남기도 한다.
난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커뮤니티가 되고 싶다.
가끔은 궁금해할 것이고, 가끔은 핸드폰을 보며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주 연락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급박한 순간에는 약간의 노력을 기울여 연락을 서로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모두 서로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아라! 나는 전도사다!
은평으로 이사를 온 날, 나는 열 여섯이었다. 자신의 부모로부터 독립해 제 살림을 처음 꾸린 나의 부모는 아주 기뻐보였다. 새 수건을 화장실에 채워 넣으며 부모는 “이제야 우리집”이라고 말했다. 기뻐하는 부모의 등을 보며 나는, 내가 나의 집을 갖게 되는 것은, 그러니까 내가 저렇게 기쁜 등짝을 갖기 위해서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생각했다. 생각만큼 긴 시간이 필요했다.
리빙박스 하나와 전기자전거를 가지고 캔디의 집으로 갔다. 이것을 이사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이사는 이사. 독립은 독립이었다. 엄마는 집을 나서는 나를 붙잡고 삶은 고구마를 비닐봉지에 담아 줬다. 부모의 집을 떠난 바로 다음 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했다. 캔디 아래 ‘동거인’이라고 적힌 서류가 가지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었던 부모는 나의 발빠름을 서운해했다. 서운해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집을 가지고 싶었다. 내 집. 내 동네. 내 커뮤니티.
이사를 하고 나서 얼마안가 몸살에 걸렸다. 아주 지독한 몸살이었다. 그때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가 굴라쉬를 해다줬다. 어떤 친구는 커피를 내려줬고, 또 어떤 친구는 그레놀라를 볶아줬다. 그걸 잔뜩 먹고 약도 잔뜩 먹고 그리고 캔디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았다. 땀을 잔뜩 흘리며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비로서 내가 집을, 동네를, 이웃을, 가족을, 커뮤니티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닫고 나는 빠르게 적응했다. 이 동네에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쪼르르 갔고, 이 동네에 누군가 심심하다고 하면 또 우르르 갔다. 캔디와 나는 이 동네에 이장이 되고 싶어하는 오지랖쟁이들이니까. 우리는 우리의 동네를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
요즘- 나는 청년부 전도사답게 청년들을 집에 자주 초대하고 있다. 불러서 밥을 해 맥이고, 그들이 챙겨 온 고민을 듣고, 시시껄렁한 답을 주고 받고 영 해줄 말이 없으면 함께 보드게임을 한다. 그들이 타고 돌아갈 N버스를 함께 기다리며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짧은 기도를 한다. 하느님, 00이가 씩씩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조금 덜 씩씩하게 보낸 날이 있으면, “그건 그런대로 잘했다, 애썼다, 수고했다” 하느님이 할 수 있는 말을 몽땅 다 해주세요. 그런 기도를 하곤 한다. 기도를 잘 못하는 날라리 전도사인데 애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어렵지 않게 기도가 술술 나온다. 어쩌면 내가 내 기도를 하려고 애들을 부르나.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기도를 마치고 나면 나는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담근다. 누가 남기고 간 이어폰을 줍고, 테이블 위에 흩어진 보드게임 말을 상자에 넣고, 현관에 가지런히 놓였다가 사라진 신발들의 자리를 본다. 집은 다시 조용해졌는데 이상하게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사람들이 다녀간 집은 늘 그렇다. 분명히 어질러졌는데, 어딘가 자리가 생긴다.
나는 오랜 기다림 끝에 내 집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집은 갖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내어주다가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집. 내 동네. 내 이웃. 내 가족. 내 커뮤니티. 그것들을 내 것이라 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곳엔 내 이름이 없다. 내 커뮤니티는 밤늦게 N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을 앉혀두고 먼저 먹으라며 채근하는 동안, 누군가의 이름을 넣어 짧은 기도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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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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