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가을이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거 같은데, 여전히 많고 많은 모기에 동공이 흔들리는 캔쓰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을! 캔디와 오쓰는 가능한 나의 삶의 중심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충실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는 ‘감사’입니다! 가을을 떠올리며 주제를 고심하다가 ‘추수감사’의 ‘감사’를 따왔습니다. 좀 뻔한가요? 캔디는 감사를 고민하다 복받은 사람으로 약간 같지만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해보았고요, 오쓰는 요즈음의 삶에서 드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새코너!!! 두둥!! 오쓰의 호르몬 일기가 시작됩니다! 호르몬을 시작한 오쓰! 어떤 변화를 겪을까요? 몸의 변화부터 마음의 변화까지 시시콜콜 나누는 오쓰와 테스토스테론의 밀땅기, 즐겁게 읽어주세요! 오쓰의 호르몬 일기는 호르몬에 따른 변화가 옅어질때까지 계속됩니다.

캔디, "난 복 받은 사람이다"
감사라는 키워드를 받아들고 약간 당혹스러웠다. 생각해보니, 나는 무얼 감사하며 살고 있는걸까, 나는 감사라는 말을 어느샌가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사실 모든걸 마음 속 깊이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한참을 눈알을 데골데골 굴려가며 생각을 했다.
나는, 감사하고 있는가?나는, 늘 내가 복받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정체화를 쉽게 했다. 고등학교 때 알고 지내던 친구가 이쪽 사이트를 알려주었고, 그곳의 단어들을 읽으며 내가 양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되지 않았다. 내가 전에 좋아했던 사람은 여자였고, 그 다음에 좋아했던 사람은 남자였다. 나는 여자도, 남자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인데 거기에 이름도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나도 세상방방곡곡 정체성을 떠들고 다닌건 아니고, 그럴 수도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고민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복받은 것이라 늘 생각하곤 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진입한 커뮤니티는 온라인의 페미니스트 모임. 거기를 통해서 다른 페미니스트 캠프를, 여성전용 동호회를 알게 되었다. 거기서 만나게 된 수많은 퀴어들.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내가 나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들 덕에 성소수자 단체에서의 활동을 결심할 수 있었다.
단체의 활동을 시작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활동하는 나의 주변에는 나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멋진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을 보면 하나씩 하나씩 배워갈 수 있었다. 내가 민주노동당에 입사했을 때, 어떤이들은 성소수자위원회에 입사하고 걱정이 태산인 나에게, 여성위원회라고 말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보호받는 다는 감각, 연대라는 감각이 나의 삶을 타고 들어왔다. 주변의 귀인들은 나의 삶에 사소한 조언부터, 중요한 제안까지 다양한 마음을 베풀었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대학원을 제안해주었고, 엉망진창인 연애의 끝물에 있는 나에게는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2012년 말에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이 들어왔다. 대학원 논문을 계속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할 때였다. 딱 내가 원하는 일로, 딱 내가 원하는 곳에서 제안을 해주었고, 그 제안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성소수자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삶의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도전해 볼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내가 잘 하는 것들을 알아봐 준것도, 우물쭈물 하는 나를 응원해 준 것도 다 센터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력사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도 나에게 센터가,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센터에서 만나게 된 모든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었다. 센터 뿐이었겠는가. 내가 서울에 올라와 만나게 된 친구들,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인연들, 력사의 친구들, 우리의 친구들이 다 함께 해 주었다. 먹는 것, 노는 것, 병원에 가는 것, 서로를 돌보고 위로하는 모든 것들을 함께 해 주었다. 그 엄청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돌봄에 나는 고맙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리고 오쓰를 만났다. 오쓰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복이다. (염장이다) 오쓰를 만나게 된 것은 하늘에 감사해야 하는걸까? 라고 가끔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오쓰에게 고맙다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소리내서 말하면 뉴스레터때매 말했다고 할 것 같아서 속으로 말하고 여기에 쓴다) 나의 삶을 길고 길고 길게 함께 보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고 결정한 사람이다. 이 사람과 하는 매일매일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또 말하고 싶은 퀴어 캔디 삶의 이벤트들과, 그 이벤트에 얽힌 사람들. 백만명이다 백만명. 하나하나 나열하다가는 이 밤이 새고 말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나는 다시 복받았구나. 라고 써본다.
그 감사의 마음을 개인과 개인에게 나누고, 또 그 고맙다는 말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맨날 말했는데, 시시때때로 또 잊곤 하는 나를 질책하면서, 복받음의 책무를 잘 이행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한번 더 말을 건낸다. 난, 복받았다. 복받은 이의 책무는 그 받은 복에 감사하고, 그 받은 복을 계속 잘 나누는 것에 있다.
어떻게? 늘 잘 모르겠는거지만. 어떻게든.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끔은 사소한 농담과 웃음으로,가끔은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으로,가끔은 내가 해나야만 하는 과업으로.그렇게 감사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삶이, 감사로구나

오쓰, "이 땅이 삼전보다 나은 것에 감사"
가만 생각해보면 감사할 것이 지천에 깔렸다. 감자를 반토막 내서 땅에 심으면 한 계절 사이에 감자가 주렁주렁 난다. 나의 영민한 동생- 김짹짹이는 이를 두고, 사람들이 왜 주식을 하는지를 물었다. 땅의 수익률이 이렇게나 높다고. 맞다. 이 땅이 삼전보다 낫다. 지천에 감사할 것이 깔렸다는 말은 어쩌면, 주식차트보다는 지천을 봐야 감사를 안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트랜지션을 하기 전에 내 관계가 재편될 것이 두려웠다. 지금(트랜지션을 하기 전)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실은 나는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않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무서웠다. 달라질 나도, 달라지고 싶은 나도 사랑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은 고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염려와는 다르게 착착 무리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확실히 운이 좋다. 파트너(캔디)는 나보다 더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식이 많고(캔디는 트랜스젠더 단체의 실무자이기도 했다) 나의 정체성과 무관하게 그는 늘 내가 최고로 멋지고 최고로 이쁘다고 말한다. 나의 동료들도 조금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는 눈치지만 내 편의를 최대한으로 생각해주고. 바뀐 이름을 불러주려 애쓴다. 교회 청년들은 내가 무얼해도 잘한다 잘한다 해주고 내가 존경하고 따르는 어른들도 변함없이 나를 응원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다.
그래서 일까. 죽고 싶다고 우는 소리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정체화 혹은 호르몬의 역할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뜨거웠던 여름이 한 철 지난 것이라고. 가을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찾아온 계절은 새로 찾아온 계절만큼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 남겠지. 여름을 버텨낸 모양으로.
지천에 깔린 감사를 잘 찾고 싶다. 삼전을 사는 일보다는 역시나 쉬워 보인다.

오쓰의 호르몬 한달차 일기 “세상에, 이런 세상이”
9월 30일날 시작될 예정이었던 월경이 멈췄다. 8월 31일부터 테스토스테론을 맞기 시작했으니 꼬박 한 달만의 일이다. 한 달 동안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월경을 하지 않으니 무척이나 편하고 좋다. 나는 늘 내 몸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저기 있잖아, 내 몸에서 집을 만드는 일을 멈춰줬으면 해. 입주 예정자가 없거든. 기운이 뻗치면 차라리 다른 일에 노력을 해줘.” 라고 말을 건네는 상상. 나는 월경통도 제법 있는 편이어서. 월경을 시작한 십대 이후에 달에 한 번씩 하던 상상이었다.
나와 내 몸은 늘 대화가 안 통했지. 그런데 호르몬 한 달 만에 내 몸이 나와 말이 통했다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이런 세상이 있었다니. 월경이 멈춘 일 다음으로 제일 기분 좋은 변화는 골격근량이 늘어난 것이다. 2kg 늘었다. (참말로 이래서 운동선수들이 도핑을 하는 것일까) 근육을 늘며 밴드를 활용해 폴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안에 밴드 없이 폴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선천적으로 골격이 크지 않으니 한계는 있겠지만 운동을 통해 몸이 커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몸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변화하는 나의 몸. 이리저리 요동치는 나의 몸. 배가 나오는 모양이 바뀌고 있다. 가슴에는 못 보던 털이 자란다. 등에는 뾰루지 생긴다. 생식기의 모양이 달라진다. 땀냄새가 묘하게 다르다.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달라진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게까지 몸을 들여다 보고 있는 내가 낯설다. 조금 우습게 느껴진다.
이런 내가 십대라면 귀여웠을 것 같은데, 삼십대에 이러고 있는 건 조금. 뭐랄까. 나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히 나이 이야기 같은데 이것은 뭐랄까. 조금 징그럽달까. 자꾸만 추구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내 추구미는 서른에 거울에 달라붙어 있는 삶은 아니다.
그렇지만 달라진 세상에 던져진 것은 사실이니까. 새로 만난 뾰루지 선생님께 오늘도 말을 건다. 등에 난 뾰루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런 곳에 안착하신 연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선생님을 내 쫓기 위해서는 어떤 바디워시 제품이 좋을까요. 아니면 특별한 연고가 필요한가요. 패치정도여도 괜찮을까요. 그런 대화를 새롭게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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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네마
이 감사가 감사하다… 늦은 밤 방긋 웃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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