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같은 곳을 여행하는 이유

#6 그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6년째 같은 곳을 여행하는 이유

2024.02.11 | 조회 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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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의 여행노트

기꺼이 자기만의 길을 걸으려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여행레터를 전합니다. [☀️오늘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Hi, I’m Gun. I’m a builder. I can build everything. because I’m 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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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부터 생기넘치고 유쾌한 그는 나의 단골 카페 사장님이다.

님만해민 Soi 7번가를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건의 가게를 찾을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의 라떼를 마시기 위해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을 찾았다.

그의 라떼는 여전히 맛있고,

그의 열정 또한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여전하다.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소식을 전하는 와중에 그가 새로운 프로젝트 소식을 알린다.

 

‘열정이 넘치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 또,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니.. 대단해‘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그가 카페에서 베이커리를 겸한 가게로 확장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태국식 디저트샵과 국수집, 레스토랑까지 동시에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갈 때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역시 건답다 생각한다.

 

 

그게 건이니까,

건은 뭐든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

그에게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해가 뜨겁게 내리쬐던 1월 어느날, 찡짜이 플리마켓에서 열린 커피위크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평소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우선, 건의 가게에는 단골이 참 많은 것 같아. 그 비결이 뭐야?

 

7년 전 카페 <브루팩트>를 열었어. 그리고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내 가족처럼 대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살갑게 인사하고, 종종 식사도 함께 했어.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우리는 충성도가 높은 가족같은 로컬 고객들을 엄청나게 확보하게 된 거야.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만나러, 그러니까,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순간,

그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찾아온다는 점이야.

내 역할을 완전히 전수받고 이해한 듬직한 직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만 찾더라고.

고민이 많아지는 지점이었어. 

왜냐하면 나는 비지니스를 확장하고 싶었거든.

그럴려면 내가 카페에 머무는 시간은 최소화 할 수 밖에 없었어. 

결단이 필요했지.

마침 코로나로 인해 셧다운 국면이 펼쳐지면서 나는 카페를 잠시 닫고,

완전히 새로운 가게로 리뉴얼했어. 인테리어부터 메뉴 셋팅까지.

 

그래 맞어, 초창기 고객중 하나로서 그 부분이 나도 아쉽더라. 그전 <브루팩트> 인테리어가 훨씬 아늑하고, 사교적이면서, 포근했는데 말야.

 

맞아. 다른 손님들에게서도 그런 피드를 더러 듣긴 해.

하지만 그 변화의 시기 동안 내 계획은 적중했어.

전보다 세련되었지만, 다소 평범해진 카페 인테리어와 훨씬 더 다양해진 베이커리와 음료의 구성,

그리고 직원들 교육을 통해 ‘건의 브루팩트’가 아니라 ‘그저 브루팩트’로 마침내 리브랜딩 된거지. 

이달 중순에는 사업을 확장해서 레스토랑과 디저트샵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야.

 

무엇이 널 이렇게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거야? 너를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는 뭐야?

 

음.. 나에게는 꿈이 있어.

내 여자친구 임, 그리고 합심해 일하는 팀원들과 함께 좋은 F&B 회사를 만드는 거야.

나는 직원들에게 보다 나은 급여를 주려 애쓰고, 내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혹 계속 나와 함께 일을 하지 않을지라도,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운영과 메뉴개발에 대한 지식을 알려줘.

그렇게 7년이 지나 여기까지 왔어. 

꿈이 있고, 그것을 지지하는 열정이 함께 작용한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내가 보기에 너는 완전 워커홀릭이야. 정말로 몸이 부서질 것 처럼 열심히 일해. 꿈을 이루기 위해 너가 하고 있는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이야? 아니면 해야만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에도 무엇인가를 소비하고, 또는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 이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동시에 반드시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닌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도 있어. 행행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고, 그 안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팝업을 여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지.

 

정말 어려운 질문인걸? 왜냐하면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봤어.

그동안 나는 일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분리해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 

돈을 벌기위해 해야만 하는 일? 글쎄, 내가 돈을 쓰는 곳은 굉장히 단순하고 소박해.

나는 큰 집도, 슈퍼카도, 새 바이크도 필요없어. 나는 임과 같이 행복하게 지내고,

그리고 내 팀원들을 서포트할 수 있기만 하면 돼. 

음, 그리고 뭐였지? 내가 좋아하는 일? 음.. 나는 커피 좋아해, 그리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

음.. 하고 싶은 일이라..

아차차 나 여행하고 싶어.

언젠가 너희처럼 임과 같이 전세계를 여행하고 싶어.

한국, 일본, 유럽 등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해보고 싶어.

그 전에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을 안정화시켜야겠지. 지금은 열심히 돈을 벌어야할 때야. 

 

임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건에게 임은 어떤 존재야?

 

마침 임이 옆에 있었다.

승무원의 본업을 마치고 쉬어야 하는 토요일 아침, 건의 일을 돕고 있는 그다.

건은 임을 곁에 두고, 한발짝 떨어져 임을 다시 한 번 더 바라본다.

 

그에게 임은 어떤 존재인걸까?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며 한참을 말을 아끼는 그를 가만히 쳐다본다.

조금 전까지 장난기 많던 얼굴에서 어떻게 임에 대한 질문 하나에 저런 표정이 나오는 걸까?

너무 진심이라 어쩔줄 모르는, 

너무 소중해서 표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모습이라니.

 

한참을 머뭇거리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다가, 

‘아, 아무래도 모르겠어’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자신의 언어로는 도저히 사랑하는 연인을 표현할 수 없겠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내렸다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아니면, 임은 너한테 집같은 존재야?“ 하고 내가 넌지시 던지니,

건은 이렇게 대답했다.

 

“집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곳이잖아. 그런데 나한테 임은 그런 존재가 아니야. 집보다 더… 음…..“

턱을 괸 채 허공을 바라보며 어떤 말로 표현할 지 다시 고심한다.

 

커피 위크를 찾아온 붐비는 인파 속에서 크고 작은 감탄, 소음이 적절히 섞인 가운데

우리의 시간은 잠시 고요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그의 입밖으로 어렵게 어렵게 나온 단어 하나. 

 

’우주‘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존재하는 곳.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임이라는 우주 속에 있어 나는..“

 

아끼고 아껴서 꺼낸 한마디

우주.

 

나는 순간 머리를 쿵하고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마음이 울컥한다.

연인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힘겹게 찾아낸 그저 영민하고 달콤한 말이 아니라

평소 생각지 못했던 ‘너의 의미’를 우연히 깨닫고, ‘그렇지, 임은 나에게 우주야’ 하며

건이 스스로에게 하는 고백같았기 때문이다. 

그게 마치, 어느 성장소설 속 주인공의 진솔한 독백 장면처럼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의 연인을 소개해 주기도 하면서 

천천히 두텁게 우정을 쌓아왔기에, 그의 감정에 더 깊이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내 건은 내가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한, 감정이 차올라 다소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사실 난 성인이 되기까지 보호 시설에서 자라났어. 그러다 몇 년 전, 친부모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기관으로부터 전해듣고, 나한테도 가족이, 형제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지점이었다.

그가 팀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말끝에 항상 My team, 가족이라는 단어를 곧잘 쓰던 것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아이같은 표정을 짓던 것도.

 

 

*

 

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이 한 문장을 메모장에 적었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이 모든 사랑이 하나로 아울러 발휘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뭐든 할 수 있다 말하는 건 옆에 나란히 서있는 임을 본다. 

그리고 건을 본다. 

 

“Hi, I’m Gun. I’m a builder. I can build everything. because I’m Gun.“

 

‘그래, 건. 넌 네가 꿈꾸는 모든 것을 지을 수 있을 거야.

새로운 가족도, 그들과 함께할 집도, 모두.‘

 

 

이 날의 감동을 가슴에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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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도와준 훈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인터뷰를 도와준 훈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치앙마이에 가게 된다면, 
치앙마이에 가게 된다면, 

 

주소: Siri Mangkalajarn Rd Lane 7, Tambon Su Thep,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카페 브루팩트>
주소: Siri Mangkalajarn Rd Lane 7, Tambon Su Thep,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카페 브루팩트>

 

 

 

 


🎧 Today playlist

 

<봄의 시작, 입춘>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이 글을 썼어요. 꼭 함께 들어주세요 : )

 

이 곡은 건의 최애 노래라고 합니다! 건한테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글을 다 읽고, 건을 떠올리며 들어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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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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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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