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day Playlist
I’m very glad to see you again. Rany
My daughter!
나를 해마다 다시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태국어로 “포, 메”하고 다정하게 부르는 두 사람.
한국말로는 아빠, 엄마다.
그들은 치앙마이 남쪽 올드타운 근처에 산다.
은행원과 자동차 판매원으로 평생 일하다,
은퇴 후 지금은 집 앞에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이름은 <축음기와 커피>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아날로그 LP가 책장에 한가득 꽂혀 있다.
젊은 시절 포의 취미는 LP 모으기였다.
꼭 우리나라 60-70년대 음악 다방에 온 것 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곳에 오면 나의 시간도 그들의 삶의 속도만큼
사바이, 사바이 느려진다.
( *사바이 사바이 Sabai, Sabai : 편안하고 느긋한 상태를 나타낼 때 쓰이는 말이다. 태국 특유의 느린 속도와 삶의 방식이 담긴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사계절 내내 따뜻한 날씨와 국교인 불교의 영향도 있는 듯 하다.)
카페 메뉴는 아주 단출하고 평범하다.
몇 가지 종류의 커피와 태국 전통 밀크티, 과일 스무디.
디저트는 연유를 뿌린 토스트가 전부다.
그렇지만 모두 그들만의 속도가 있고 메뉴얼이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메는 음료를 만들고, 포는 옆에서 달콤한 토스트를 굽는다.
맛도 공간도 모두 평범한 이 카페에서
단 하나,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들이 내게 보여주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환한 미소와,
한없이 내어주는 따뜻한 사랑이다.
그들이 자신의 속도대로 메뉴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에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
나는 그들의 속도가 좋아서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종종 그 카페를 찾아 갔다.
한 번은 내가 직접 만든 엽서에 구글 번역기를 돌려 태국어로 두 사람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편지를 받아보고 한참 배를 잡고 웃었다.
아마도 번역이 엉망진창이었나보다.
그때부터 메는 나를 앉혀놓고 태국어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포는 간식으로 마당에 있는 큰 사과 나무에서 사과를 따주었는데,
그 장면이 내게 아주 다정한 맛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함께 끼니를 먹는 시간도 점차 늘어갔다.
*
포와 메는 건강상의 이유로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결혼 후 평생을 둘이서 살았고, 두 해 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 ‘노남’과
고양이 세 마리가 두 사람의 식구다.
우리는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한층 더 가까워졌다.
어떠한 빈 자리에서 오는 공통된 마음을 동시에 느끼게 된 것이다.
그들은 딸이라는 존재가 부재했고
내게는 아빠라는 존재가 부재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아빠의 존재 없이 엄마와 외가 식구들의 보살핌 아래 자라났다.
엄마의 무한한 사랑 덕분에 아빠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며 자라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도 가족 구성원에 대한 어떤 결핍이 있었던 것 같다.
*
포와 메를 보며
‘나도 저렇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길을 잃어 두 사람의 카페를 발견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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