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연애, 이제 못할 것 같애…‘
2023년 1월,
나는 6년 간 만나온 치앙마이라는 남자친구와 꽤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같이 있는게 좋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도 흥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뒤돌아서면 지루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치앙마이와 나 사이에 알게 모르게 권태기가 찾아온 것이다.
치앙마이가 싫어진 건 정말로 아닌데…
여전히 올 때마다 내게 따스함을 채워주는 곳인데…
‘무엇이 나를 괴롭게 만든 걸까?’
이제 시내 안으로는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당장이라도 시끄러운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열심히 검색을 한 끝에 숙소 하나를 찾아냈다.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또 멀지만은 않아서 좋았다.
내가 원하는 정도의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
여행을 조금 해본 사람들이라면
어디서 많이 본 자기소개 형식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다.
요즘은 에어비앤비에서 내 취향에 꼭 맞는 숙소를 찾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런데 자신을 소개하는 프로필에 이렇게 적어둔 호스트가 있었다.
쓸모없는 재능은 하루 종일 커피, 밤 늦게까지!
책과 음악을 좋아하고, 취미가 평화 사랑 즐거움인 사람.
‘몇 글자 안되는 말로
이토록 자기다울 수 있을까?‘
그의 집 사진까지 보고나니 예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주일 조금 넘게 남은 여행날을 몽땅 그의 집으로 예약해버린다.
우리는 이렇게 처음 만났다.
점심 시간이 다되도록 긴 아침을 함께 먹고, 낄낄거리다
조금 전까지도 같이 있다가 막 헤어진 그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
그의 이름은 ‘짐’이다.
*
일단 그를 말로 할 것 같으면 한 영화가 떠오른다.
르네.
이름마저도 주인공같다.
표정과 제스처,
모든 것이 ‘이게 나야’ 하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는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조용한 카페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시킨다.
그에게는 자신만의 커피 마시는 방법이 있다.
적당한 온도와 색깔, 알맞은 농도로 맞춘 커피, 그리고 담배 하나.
이 시간을 자꾸만 방해하는 종업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I really wish you hadn't done that.
난 네가 정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I had it the right color, the right temperature.
나는 내가 마시는 알맞은 색깔과 온도의 커피가 있어.
It was just right.“
이게 딱 맞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나눈 이야기,
11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짐은 르네같은 사람이다.
커피는 커피다워야 한다며,
너무 시지않고, 적당히 탄맛이 나며, 적당히 고소해야 하는 것이 커피라 말하는 사람.
섬세한 커피 취향를 가지고 있고, 마음에 들면 하나만 파고 드는 사람.
그래서 몇 년째 복숭아향이 나는 블랙피치 커피만 마시는 사람.
고장이 나도 여러 번 났을, 1970년대 올드카 시트로엥, 벤츠 450 SLC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자신만의 고유한 멋이 어떤 것인지 알고,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클래식 그 자체인 사람.
화려한 90년대 태국을 살았고, 인생의 반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며 살아온 사람.
누가봐도 모든 행동에 여유와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사람.
완벽히 자기 인생에 주인공인 사람.
겉으로는 쿨해보여도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
*
모호한 내 색깔이 조금은 더 짙어지길 바라는 한 해를 보내고 있던 내게
짐은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내 마음의 온갖 소음으로부터
바람이 잘 드나드는 집이 되어주었다.
그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역시… 나는 치앙마이와 연애를 끝낼 수 없겠구나’
생각한다.
* 2부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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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 글과 사진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어요. 공유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라니의 여행노트
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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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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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의 여행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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