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아.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네가 나의 작은 천사처럼 느껴져.“
*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짐과 나는 에어비앤비 메세지로 연락을 계속 이어갔다.
우리만 아는 비밀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처럼,
내가 답장을 하면 그는 노래로 답을 보내온다거나
우리의 대화는 주로 서로가 아는 무언가로 ‘이런 느낌 알지?’를 공유하는 식이었다.
한 번은 짐이 재미난 부탁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뷔‘ 단독 화보가 담긴 한국 잡지를 사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기쁘게 선물했고,
그는 다음 치앙마이 여행에서 지낼 방과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때부터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해 온 걸까?
*
1년이 지나고, 다시 치앙마이 그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맞이한 평범한 화요일.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짐은 우리를 데려가고 싶은 식당이 있다고 했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40분 정도 오르니 목적지가 겨우 보인다.
주변엔 산 뿐인데, 여기에 뭐가 있는 걸까? 싶다.
너무 조용해서 문이 닫힌 건가 했는데 저 멀리서 작은 음악 소리가 들린다.
숲 속 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이었다.
운이 좋게도 식당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나와 짐, 그리고 내 짝궁 H, 나란히 셋이었다.
숲 속 새소리와 잔잔하게 깔린 음악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려온다.
.
.
.
그러다 갑자기 생긴 일,
내 표정을 기가 막히게 읽어내는 H가 말문을 열었다.
“왜?..
눈물이 날 것 같애?“
그 말을 들으니
꾹꾹 누르고 있던 벅찬 감정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다.
“지금 감정을 잘 들여다 봐,
지금 라니가 엄청 행복하고 충만한 눈물을 흘리는 거 잖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게 됐을까?“
이렇게 충만한 감정이 내 안을 가득 채운 게 얼마 만인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해서 웃다가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내가 오기 한참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짐의 마음이 느껴진다.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그의 마음이 너무 곱고, 근사해서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 행복해서 나는 눈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맙다는 말, 그 뿐이었다.
*
“라니를 보고 있으면 가끔, 나를 보는 것 같아.”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느낌이 들어.”
“그러다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가 전생에 어떤 연이 있었나 하는 생각까지 해.“
“나의 소울메이트, 아주 작은 천사같다고나 해야 할까?”
그는 나에게서 어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걸까?
*
짐은 자주 자신이 어릴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난 그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서, 귀를 더 쫑긋 세우고 그에게 마음을 갖다댄다.
우린 서로 다른 색을 가졌지만, 서로가 살아온 시간을 단숨에 통과할 만큼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다.
짐이 어린 시절에는 끼니 때가 되면 집집마다 다함께 모여 밥을 지어 먹어서
돌절구 찧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는데,
마치 내가 거기에 있었던 것 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
올해가 가기 전에 그가 한국에 온다고 한다.
나는 그와 함께 우리 엄마를 만나러 갈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엄마 밥상에 그를 기쁘게 초대할 것이다.
메뉴는 당연히 한식이다. 밥상 위에는 갖가지 제철 나물 반찬이 가득하고,
손맛 좋은 엄마가 담근 김치도 종류별로 꺼내달라고
이날만은 특별히 부탁할 것이다.
엄마한테는 짐을 이렇게 소개해야지.
“엄마, 우리집에 진짜 멋진 친구가 올거야!”
*
믿기지 않지만 그는 올해로 72세가 되었다.
그의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다.
그가 내게 들려준 여행기에서
‘비오는 소리를 들어봐’ 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이 어떻게 변했는지 얼른 다녀와서 알려주고 싶다.
🎧 Today playlist
<Wake me up before you go-go>
네가 가기 전에 나를 깨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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