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검이불루 화이불치
- 전문용어는 어려워야 할까?
- 책임감과 '최대한의 나'
- 자기만의 마스터피스를 빚으세요
- 먼저 집은 샌드위치를 빼앗는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 토스에 대한 기대를 여실히 느끼게 한 유난한 반응
- 관심 없는 사람들에 대한 유난한 관심
- Outro | 114회 참여한 서비스의 갑작스러운 종료
구독자님, 새해 첫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음력이라는 핑계에 기대더라도 이번 뉴스레터는 조금 늦었습니다. 작년 12월에 걸린 독감으로 1달 정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생을 좀 했습니다. 목소리가 안 나오니 행동이 위축되고 약속을 취소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을 해도 진척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코는 막히고 기침은 계속 나오고 두통까지. 올해는 예방접종을 꼭 맞겠다는 다짐과 함께 올해 마음에 품은 2가지 문장으로 편지를 시작합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 2022년 중앙일보 칼럼을 읽다 메모해 둔 것인데요.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입니다. 마침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무인양품'의 철학, '너무 화려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은(anti-gorgeous, anti-cheap)'을 사뭇 닮았습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이 온조왕 15년에 지어진 궁궐의 자태에 대해 남긴 말이었습니다. 저와 연결된 자리에서 제 모습이 너무 누추하거나, 사치스러워 보일 때에는 적당히 꾸짖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적 동기가 소진되어 한계에 다다르면 책임감이 나설 때다. -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4 멤버인 태희 님 독후감을 읽다 메모해 둔 문장입니다. 3번째 모임에서는 제현주 님의 『일하는 마음』을 함께 읽었습니다. 2025년 2월, 일에 대한 고민과 커리어에 대한 답답함, 전문성과 탁월함에 대해 생각이 길어진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아래 본문에서는 트레바리 모임에서 나눈 '발제문'과 제 생각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 <TREND REPORT, 2024년 12월에 본 것>에서 진행한 인스타그램 팔로워 이벤트 당첨자를 공지합니다. 지난 편지를 읽고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분들이 안부와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덩치와 나이에 안 맞게 좋아하서 하는 일인데 징징거린 건 아닌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아주 가끔은 아쉬운 소리도 해야 인간미도 있고 이 기회에 연결도 되고 그러면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월 12일(수) 유.스.콘에 초대해 드릴 12분을 공개합니다. 모임 후 네트워킹 시간에 인사와 안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전문용어는 어려워야 할까?
전문지식이 전문학자들에만 머문다면 그 분야는 그렇게 쇠퇴할 수 있다. 저변이 좁아지고 깊은 공부를 달성하는 인구는 그만큼 쪼그라들 수 있다.
한국정보과학회 쉬운전문용어제정위원회
한국정보과학회에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위원회가 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는 위원회의 공식 명칭은 '쉬운전문용어제정위원회'로 국립국어원 전문가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원회 취지를 몇 가지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문지식이 전문학자들에만 머문다면 그 분야는 그렇게 쇠퇴할 수 있다. 저변이 좁아지고 깊은 공부를 달성하는 인구는 그만큼 쪼그라들 수 있다.
- 전문지식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그래서 더 발전할 힘이 많이 모이는 활기찬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면, 그러면 그 분야를 밀어 올리는 힘은 나날이 커질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성과를 위한 문제제기와 답안제안에 참여할 수 있고, 전문가의 성과는 더 널리 이해되고 더 점검받을 수 있게 된다.
- 그러므로 쉬운 전문용어가 어떨까. 전문개념의 핵심을 쉽게 전달해 주는 전문용어. 학술은 학술의 언어를 - 우리로서는 소리로만 읽을 원어나 한문을 - 사용해야만 정확하고 정밀하고 경제적일까? 아무리 정교한 전문지식이라도 쉬운 일상어로 짧고 정밀하게 전달될 수 있다. 시에서 평범한 언어로 밀도 있게 전달되는 정밀한 느낌을 겪으며 짐작되는 바이다.
쉬운 전문용어를 만들 때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
- 정확히 이해하기: 전문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한다. 이해못했다면 쉬운말을 찾을 수 없다.
- 쉬운말을 찾기: 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는 쉬운말을 찾는다.
- 어깨힘을 빼기: 이때, 어깨에 힘을 뺀다. 지레 겁먹게하는 용어(불필요한 한문투)를 피하고, 가능하면 쉬운말을 찾는다.
- 하나만일 필요는 없다: 전문용어 하나에 쉬운 한글용어 하나가 일대일 대응일 필요가 없이,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풀어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미의 명확한 전개.
- 때로는 소리나는대로: 도저히 쉬운말을 찾을 수 없을 땐, 소리나는대로 쓴다.
- 때로는 만들기: 쉬운 느낌을 가진 새 말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모국어의 심연을 공유하므로 가능하다.
- 괄호안에 항상-I: 원문 전문용어는 괄호안에 항상 따라붙인다.
- 괄호안에 항상-II: 이때, 기존용어는 원문 전문용어와 함께 괄호안에 따라붙인다.
- 깨어있기: 기존의 관성에 눈멀지 않는다. 이미 널리퍼진 용어지만 쉽지않다면, 보다 쉬운 전문용어를 찾고 실험한다.
- 순우리말 No, 쉬운말 Yes: 쉬운말은 순수 우리말을 뜻하지 않는다. 외래어라도 널리 쉽게 받아들여진다면 사용한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심심한 사과'나 '이번 연휴는 사흘이라 짧다' 등 문해력 논란이 불거졌던 경우도 있죠. 이런 현상이 한자 교육의 부재와 디지털 영상 중독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위의 원칙의 9번은 '깨어있기'이고 10번은 '순우리말 No, 쉬운말 Yes'입니다. 언어는 본래 사회성과 역사성을 지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죠. 그러니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사람은 사회적 흐름을 읽기 위해, 동시에 깨어있으려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제가 스스로 하는 다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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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임감과 '최대한의 나'
2월 7일, 금요일엔 <리서치 하는데요> 4번째 시즌, 세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어느새', '벌써'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2월의 첫 번째 금요일은 날이 추웠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윤정 님께서 준비해 주신 공식모임 전 번개에는 8명이 모였는데요. 도치피자에서 먼저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모임은 평소보다 한결 더 따뜻하게 시작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엔 매달 1번, 4시간 가까이 얼굴을 마주 보고 같은 책에 대해 다른 생각과 고민, 관점을 공유하며 각자의 해상도를 넓혀가는 것은 큰 퍼즐을 함께 맞춰가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읽은 제현주 님의 『일하는 마음』은 제가 항상 곁에 두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한 걸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꺼내보는 책입니다. 아껴둔 책을 제가 아끼는 모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며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따뜻했습니다. 제현주 님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없지만 2019년 3월, PUBLY 저자파티에서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팬심을 담아 인사드리고 고 싶었지만 이 자리에는 자리를 만들어주신 소령 님과 생각노트 님까지 제 팬심이 넘치는 자리였기에 단체사진에 같이 담긴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돌이켜보니 PUBLY가 보여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시도, 실행, 가치, 네트워크까지. 저는 많은 덕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자 소령 님과 첫 번째 콘텐츠의 PM 소리 님, 두 번째 PM 동윤 님과 세 번째 PM 소희 님께 고마움과 안부를 전합니다.
모임에서 함께 나누고 싶었던 3가지 관점
1️⃣ 일을 하면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어요?
성장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오늘의 과업에 집중해야 할 때가 있어요.
2️⃣ 책임감을 갖는 게 도움이 될까요?
무언가에 책임감을 갖는 것, 어떤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은 '쓰임'이나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데 필수적일 수 있어요. 다만, 그 책임감이 나의 의식과 일치되어 있는 것인지, 조직이나 상사가 부여해서 시키는 일에 그치는 것인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어요.
3️⃣ '필요 이상'을 쏟아붓는 선택은 언제 해야 할까요?
손에 일이 익지 않았을 때 가성비를 따지기 어려운 시기가 있습니다. "10분짜리 인터뷰를 위해 밤을 꼬박 새워 준비했던" 김현정 PD의 이야기처럼, 가장 깊은 지점까지 닿으려면 숨을 참고 물속으로 내려가야 하는 때가 있을 테니까요. 다만, '과잉노력과 즐거움의 총량 늘리기' 그래프에서 나눈 이야기처럼, '필요 이상'의 기울기를 너무 가파르게 해 90도에 가깝게 만들면 마음과 몸이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프가 완성되려면 기울기가 0도가 되는 지점까지 이르러야 하는데 그전에 그만두면 즐거움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내가 내일도 운동장에 나가서 뛸 수 있는 정도로,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의 '필요 이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최대한의 나'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책임감을 갖는 사람이 경계해야 하는 일하는 마음, 억울함
일을 하다 억울한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한 일을 마치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알려질 때. 혹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나의 잘못이나 책임처럼 알려질 때. 성과를 쉽게 낼 수 있고 의사결정자의 관심이 높은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이 하고 나는 비교적 중요도가 낮거나,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만 하는 것 같을 때. 그레이존을 채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가까운 동료도 그 애씀을 알아주지 않을 때. 잠깐만 떠올려봐도 많은 상황들은 일을 하면서 억울함을 갖게 합니다.
저는 이 억울함이 사실 '책임감'이랑 매우 가까이에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억울함을 느낄 가능성이나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거나, 그레이존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억울함을 느낄 상황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억울함은 상황에 가까이 닿아 있을 때, 애정을 갖고 있을 때,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크게 느끼는 법이니까요.
책임감이 큰 사람은 억울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들 때에는 가만히 자신의 선택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기로 선택했고 어디까지가 내가 하는 일인가? 그 대답은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체면을 차리지 않고 내가 하는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은 다행히 탁월함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탁월해지려면 억울하게 책임을 지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무던해져야 합니다. 책임감에 억울한 상황이 있다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면 자기 최면에 가깝지만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라며 탁월함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일을 하면서 느끼는 억울함은 책임감에 비례하고, 견딜 수 있는 억울함은 내 그릇을 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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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모임 오픈에 대해 궁금해하셨는데요! 다섯 번째 시즌도 오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함께 나눈 대화가 제게도 지적 대화로써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즌4 멤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래 버튼을 통해 모임을 찜(하단 하트모양)해두시면 오픈과 동시에 알림톡을 받게 됩니다. 다만, 시즌4 멤버분들이 먼저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여석에 한정하여 추가 모집을 진행하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트레바리는 최대 20명까지 멤버를 구성할 수 있지만 15번의 모임을 해본 결과 저는 20명으로 모임을 진행하면 자기만의 생각을 공유할 시간이 보장되기 어렵고, '잔잔하고도 단단한 모임'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즌5도 17명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버튼을 통해 살펴보세요!
#3. 자기만의 마스터피스를 빚으세요
첫 회사에서 만난 사수가 제게 해 준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 선배를 항상 신기하게 느꼈어요. 회사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지역전문가를 다녀왔고, 가까이에서 1년 넘게 보니 정말 일을 잘했습니다. 문제를 잘 정의했고, 어떻게 하면 우아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이 아닌 손으로 증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신기하게 느낀 건,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그러니까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도 그 쉼의 기간마저 열과 성을 다했다는 점이었어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직원들은 그 시기를 프로젝트를 마친 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비공식 연차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시기에 방금 했던 프로젝트에서 개선할 건 없는지 스스로 찾고, 같이 찾을 사람을 찾는 모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래서 한 번은 제가 "선배님은 고객이 없을 때에도 어떻게 그렇게 일을 쉬지 않아요?"라고 물었어요.
자기만의 마스터피스를 하나 더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어떤 것이어도 좋으니, 하나부터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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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마스터피스를 빚는 5가지 방법
- 1️⃣ 과거에 해 온 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세요
- 2️⃣ 자기 만족에 그치는 것보다는 문제 해결, 고객 만족이라는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세요
- 3️⃣ 마스터피스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건 성실함입니다
- 4️⃣ 동료는 이때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을 구할 대상입니다
- 5️⃣ 동료는 도움만 구할 대상은 아니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입니다
#4. 먼저 집은 샌드위치를 빼앗는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최근 방송인 타일러가 겪었던 스타벅스 에피소드를 아시나요? 매장에 방문해 직접 매대에서 샌드위치를 고르고 결제를 하려던 순간, 이미 다른 고객이 '사이렌오더'로 결제한 샌드위치라며 구매할 수 없다는 직원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하나 남은 샌드위치를 결제 직전에 빼앗겼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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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사용자(타일러)가 직접 샌드위치를 고르고 꺼내 줄을 섰지만 자신의 차례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이렌오더로 다른 사람에게 결제된 것이라며 "결제를 해드릴 수 없다"라며 빼앗긴 사례입니다. 사이렌오더가 결제된 시점과 현장에서 샌드위치를 집어든 시점 간의 비교는 불가능했습니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해프닝을 통해 사용자 경험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이 분절되지 않은 하나의 매끄러운 경험이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짚어봅니다.
사이렌오더에서 생긴 사용자 경험 이해하기
- 기대: 매장에서 직접 고른 제품은 내 것이 될거야
- 현상: 이미 다른 분이 결제된 제품이라 가져갈 수 없어요
- 차이: 재화의 물리적 점유와 디지털 결제 서비스로 인해 소유권 충돌
스타벅스 샌드위치 케이스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현재, '하나의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채널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경험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스템에서 통합된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안내하지 않는 순간, 이로 인한 갈등과 수고스러움, 불편함과 언짢음은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과 샌드위치를 손에 든 고객에게 전가됩니다.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 세심한 고려가 없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의 직원과 고객에게 전가됩니다. 만드는 이가 애쓰지 않으면, 쓰는 사람이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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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 "먼저 집었는데 빼았겼다" 타일러가 불 지핀 '사이렌 오더' 논란
#5. 토스에 대한 기대를 여실히 느끼게 한 유난한 반응
토스 테크 블로그에서 근래 가장 화제가 된 콘텐츠, "[미디클] 라디오 vs. 체크박스 뭐가 좋을까?"를 읽어보셨나요? 먼저 그 글을 읽어보시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미디클]은 미스터리 디자인 클럽으로 토스 내의 모임으로 보입니다.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는 1월 20일 발행된 이 글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입니다. 다른 토스 테크 블로그 콘텐츠는 평소 10~20개가량의 댓글이 달리는데 기사 작성시점에 [미디클]은 1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X(트위터)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정도의 '후폭풍'은 이례적이고 실제로 원문 콘텐츠는 최소 2차례 이상 수정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사용자라 함은 제가 추측하건대 테크 업계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 리서처, PO 등으로 관련된 업무를 하는 실무자 그룹이거나 관련한 공부를 하는 학생이 주축이라고 예상합니다. 또 토스가 워낙 여러 가지를 유난하게, 빠르게 잘 해내기 때문에 잘 된 사례(Best Practice)를 참고하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반응이 있었을까요?
이번 아티클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에서 '관습적 디자인'이란 사용자들이 오랜 시간 학습하고 익숙해진 상호작용 패턴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하나만 선택할 때에 '라디오 버튼', 여러 가지를 선택할 때 '체크박스'를 사용하는 것이 그러한 관례입니다. 토스에서 이러한 관습적 디자인을 UT로 검증해 보니 "사용자는 버튼의 모양보다는 질문의 맥락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원형의 라디오 버튼을 반드시 사용할 필요는 없고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입니다.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이고 실제로 주요 모바일 플랫폼의 개발자 문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iOS에서는 라디오 버튼을 사용하지 않고 대안으로써 세그먼티드 컨트롤(Segmented Controls) 컴포넌트나 피커 뷰(Picker View), 체크 마크(Check Mark)를 사용하는 반면, 안드로이드의 Material Design에서는 여전히 라디오 버튼을 주요 선택 컴포넌트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간 차이는 '관습적 디자인'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사실 라디오 버튼 자체가 과거에 사용하던 라디오의 기계식 버튼에서 사용자 편의를 고려해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다른 버튼이 자동으로 취소가 되는 (예: 재생 중에 정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재생 버튼은 위로 톡 튀어나오며 풀려보리는)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고 작은 원의 중심을 정확히 눌러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이 모바일 퍼스트, 모바일 온리 시대에 여전히 유효할까?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좋은 발제 주제였고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 보이는 콘텐츠는 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걸까요?
1️⃣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테스트는 '특정 상황에서 버튼의 모양이 사용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맥락이 버튼 모양보다 중요하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엔 실험 설계나 변인 통제가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어, 디바이스 환경(모바일 터치 vs PC 마우스 클릭), 사용자의 기존 UI 이해도, 태스크의 복잡성 등 다양한 변수들이 통제되어야 했습니다. 또한 '맥락'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되고 측정되었는지도 명확히 제시되어야 합니다.
2️⃣ 사용자는 토스만 쓰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함께 사용한다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콘텐츠에서 경계해야만 하는 태도입니다. 조금 가치지향적이지만 UX 리서처로서 일을 하면서 가장 가슴에 품고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나는 리서처이지 사용자가 아니다' 사용자를 만나고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남긴 행동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조직 내 역할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고객을 알고 있거나 그 고객의 모든 생각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용자는 토스만 쓰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함께 쓰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을 고려할 때에는 우리의 프로덕트 안에서만 검증된 가설로 관습적 디자인을 부정하거나 관례를 깨뜨리는 것처럼 보일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접한 사용자'이지 '내가 접하지 못한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15명을 대상으로 UT를 진행했다고 해도 검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아티클에서는 5명이란 숫자를 UT의 불문율처럼 이야기합니다. 5명을 만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일에 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해야 할 검증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예산과 패널은 제한이 있고 리크루팅과 정산의 부담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5명을 대상으로 사용성 문제를 검증한다고 나타날 수 있는 사용성 문제의 85%를 검증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가장 잘못 사용되고 있는 믿음입니다.
2000년에 닐슨노먼그룹에서 공개한 아티클에서 <5 Users: The Optimal Sample Size for Qualitative Usability Studies> 그래프를 소개할 땐 하단에 33% 확률로 나타날 문제라는 세부 전제가 있었습니다. 더 낮은 발생 확률(10%)의 문제를 같은 비율로 발견하려면 18명 이상의 참가자가 필요합니다. 15명 중 13명이 라디오 버튼에서도 복수 선택을 했다는 것은 Adjust Wald 신뢰구간으로 보면 95% 신뢰도 기준에서 61~98%의 구간을 의미하며, 이는 최대 39%의 잠재적 사용자 그룹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4️⃣ 토스에 대한 높은 기대만큼 그에 맞는 책임감이 있는 건 아닐까?
토스는 참 잘하는 게 많습니다. 남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참 쉽고 놀라울 만큼 변화가 빠릅니다. 자연스럽게 미디 클 콘텐츠에 대한 독자의 기대치가 높았을 겁니다. 댓글과 커뮤니티 반응으로 문제가 인식되기 전부터 아티클은 조금 더 상세했어야 했고,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 환경에 대한 제약을 명시하면서, 이 실험에 대한 한계도 밝혔어야 합니다. 그냥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웃자고 쓴 글에 왜 이렇게 진지해?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토스가 가진 업계 내의 위치와 영향력, 독자들의 진지한 태도를 이해하는 것부터 거꾸로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요?
5️⃣ 관습적 디자인에 대한 파괴가 꼭 혁신일까?
외부 미팅이 있어 파트너사에 방문했던 날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미팅장소가 바뀐 것을 깜빡하고 다른 층을 눌렀습니다. 이미 누른 층을 눌러 취소하려고 했는데 이미 누른 층을 다시 눌러도 해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반복하자 뒤에 있는 다른 분이 제게 "아, 헷갈리시죠? 여기 엘리베이터가 좀 특이해요. 밑에 C 버튼이 취소예요"라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일부 사용자이미 체크박스는 다중 선택, 라디오 버튼은 단일 선택이라는 멘탈 모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마치 엘리베이터에서 누른 버튼을 다시 눌러 취소하는 것처럼, 이러한 기본적인 상호작용 패턴은 서비스나 플랫폼을 넘어 보편적으로 적용됩니다. 새로운 사용자도 쉽게 쓸 수 있으려면 이러한 관습적 디자인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디오 버튼의 유례와 그 쓰임새의 유효성, 시의성에 대해 깊이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규칙을 알고 사용하는 사용자는 이 규칙이 깨졌을 때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반감을 갖게 될 겁니다. 익숙한 인터랙션 패턴이 깨져버리면, 마치 처음 보는 취소 버튼 앞에서 당황하는 것처럼 사용자는 부조화를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 관습을 변경할 때는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금융 서비스처럼 정확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도메인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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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에 대한 기대를 여실히 느끼게 한 '미디클' 유난한 반응
디지털 인사이트 - 토스 아티클에 UIUX 실무자들이 뿔난 이유
#6. 관심 없는 사람들에 대한 유난한 관심
조수용 님의 『일의 감각』에서 메모해 둔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합니다. '사용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만드는 사람들에게, 특히 디자인을 하는 사람에게 왜 중요한 지 생각하게 하는 문단입니다.
나는 리서처이지 사용자가 아니다. 나는 내가 만난 고객과 관찰한 사용자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모르는 사용자가 여전히 있으며, 통계적으로도 내가 만난 사용자가 모든 사용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내가 접한 사용자'이지 '모든 사용자'가 아니다. 그러니 내가 직접 사용자가 되어보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REDBUSBAGMAN
114회 파트너로 참여했던 '커피챗'이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커피챗을 희망하는 분들이 계셔서 관련한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옮겼습니다. 벌써 몇 분이 홈페이지를 통해 커피챗 신청을 하셨고 주말엔 첫 번째 커피챗을 진행했는데 플랫폼이 사라져도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저와 커피챗을 희망하는 분이 계신다면 홈페이지 Contact 하단의 'coffeechat' 버튼을 누르거나 @redbusbagman으로 DM을 보내주세요. 그럼 2월과 3월 사이에 '최대한의 나'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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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스백맨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다음 시즌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즌5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찜하기를 누르시면 오픈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멤버가 연장한 이후 남은 여석에 대해서만 오픈할 계획입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trevar.ink/eqZK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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