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완벽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지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 사용자를 생각하는 디자인 노하우
- 오늘 하루 문득 든 생각
- 오타니가 보낸 글러브가 3개인 이유
- Outro
#1. 완벽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지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지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개론
1️⃣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 당시 나는 한번 말하면 못 알아듣는 동료들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링크드인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어떤 스타트업 CEO가 "왜 회의마다 같은 얘기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지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임을 깨달았다"라는 회고였다."
2️⃣ 커뮤니케이션의 이상과 현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예로 들면 이런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 상대방에게 뭔가를 설명하면 철석같이 이해함
- 완벽한 핸드오프 문서를 전달해 개발자로부터 후속 질문이 들어오지 않음
-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동료들이 혼자 온갖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보다 불편한 지점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눔
그러나 실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은 조직 내 현실은 이런 모습에 가깝습니다.
- 상대방에게 뭔가를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함
- 메일, 자료, 미팅에서 전달했던 내용이지만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잊음
-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의하기 위한 미팅에서는 가장 임팩트가 큰 조직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유관 부서는 의견을 소극적으로 나눔
3️⃣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 미팅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간략히라도 정리해서 참석자에게 공유함
- 이때 회의 주요 결정사항과 부서 별 후속 액션 아이템을 정리함
-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은 문서로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직접 만나서, 여의치 않으면 전화로 소통
-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치지 않기
#2. 넷플릭스에서 '독전 2'를 보고 떠오른 디자인 노하우
저는 게임을 자주 하지 않지만 <플레이어를 생각하는 게임 UI 디자인 노하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회사를 다녔던 디자이너 분들과 대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도 나름 짐작할 수 있었고요.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 경험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용자가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선순위가 높은 정보를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부터 텍스트를 사용할 때의 규칙까지 고민하는 점은 UX 리서처의 고민을 퍽 닮았습니다. 예컨대 아래 디자인 체크리스트는 게임이 아닌 산업군, 프로덕트 디자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2가지 디자인 체크리스트
입력 모드와 출력 모드를 유연하게 전환하기
오랜 시간 컴퓨터와 씨름하며 콘셉트 구성이나 디자인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영감(inspiration)이 떠오르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상태에 빠지면 우선 책상에서 떨어져 ‘입력’ 모드로 뇌를 전환합니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눈 앞에 닥친 일과 상관없는 게임을 하거나, 잡지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트렌드 뉴스를 찾아봅니다. 사람의 뇌는 ‘입력’과 ‘출력’을 반복하므로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사고가 정지되면 일부러라도 그 모드를 전환해보기 바랍니다. 돌파구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전체 UI 콘셉트를 구성할 때는 프로젝트 자체의 목적과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고객(이용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에는 프로젝트 관리자나 디렉터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지’를 확인해둡니다.
비전과 목표를 이해하고 디자인하기
- 비전: 대략적인 미래의 이미지
- 목표: 비전을 구체화한 것
예를 들어 ‘전 세계 사람이 플레이한다’와 같이 매우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이미지는 비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게임 출시 후 1년 이내에 10개 국가에 서비스한다’와 같이 달성 여부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목표에 해당합니다. UI 디자인은 반복해서 개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비전과 목표를 의식해야 원래 목적에 어긋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타깃을 확인합니다. ‘이 게임의 대상이 누구인가’는 매우 중요하며 UI 콘셉트를 크게 좌우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항목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 남성인가? 여성인가? 양쪽 모두인가?
- 10대인가? 20대인가? 아니면 50대인가?
-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가?
-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나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이런 항목을 기반으로 유저 퍼소나(persona, 가상의 이용자 이미지)를 만들고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지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그리고 타깃의 니즈(원하는 경험과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니즈의 예시입니다.
- 새로운 쾌감을 얻고 싶다.
-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 다른 사람에게 감사를 받고 싶다.
-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게임은 플레이를 통해 이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와 같은 경험 설계 부분을 확실히 이해하면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UI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발표까지가 디자인이라고 이해하기
디자이너에게 발표는 좋은 디자인 만큼이나 중요한 순간이 옵니다. 특히 시니어가 될수록 자신이 한 디자인을 논리적이고 우아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이 필요하죠. 톤 앤 매너를 결정할 때뿐만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는 평소 발표 기술을 익혀두면 업무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해서 자료로 모으는 능력
- 상대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능력
- 유연한 대응 능력
#3. 오늘 하루 문득 든 생각
1️⃣ 공유할 때 떠오르는 생각
무언가 생각나서 적을 수도 있지만, 적으려고 하니 생각을 정리하다가 생각이 연결될 때가 많습니다. 행동이 생각을 좌우할 수도 있죠. 어떤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면 그 행동이 태도를 바꾸고 바뀐 태도는 생각과 말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의식적으로 더 건강하고 선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착한 척 말을 하고, 착한 척 행동하면 선함이 자랍니다.
2️⃣ 의식하지 않는 지경
"계속 하다보면 의식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재택근무만 3년 넘게 하다가 새로운 회사의 근무체계에 맞춰 대면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1달은 재택근무를 하다 여러 거점 오피스를 오가며 출퇴근을 하는 것이 어렵고 피곤했죠. 2달째가 되어도 비슷했고요. 3달째가 되니 피곤하지만 별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4달째가 되니 출퇴근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 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택시에서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멀미가 나니 눈을 감고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꽂습니다. 바깥 찬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문을 살짝 열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팟캐스트,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계속 하면 같은 상황과 행동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집니다.
3️⃣ 공유는 다른 말로 '연결'과 '신호'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꾸준히 공유하는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유를 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연결되고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자연스럽게 주어지기 때문이죠. 최근 여러 종류의 제안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의식적으로 하는 생각은 '공유하자'라는 기준입니다. 내가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표본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나와 비슷한 표본들과 연결될 수 있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하며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4️⃣ 운영까지가 기획이고 서비스라는 경험
빼어난 서비스, 몰입감 가득한 공간 모두 좋은 제품에 속합니다. 좋은 제품이 설계, 디자인한 대로 사용자에게 경험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좋은 운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주 파주 콩치노 콘크리트에 방문했다 운영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실히 느꼈습니다. 수억 원이 넘는 스피커 시스템, 음악감상에 최적화된 건축물이었지만 신청곡을 LP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틀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LP로 재생하던 음악을 멈추고 노트북을 연결한 후 유튜브에서 신청곡을 틀자 볼륨은 제 기준으로 5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소리가 줄자 주변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LP를 틀 때에는 나오지 않던 영상이 빔프로젝터를 통해서 흘러나왔습니다. HDMI 케이블을 연결한 탓이었죠. 음악을 감상하던 사람들은 콘크리트 벽에 스며든 영상이 나오자 시선을 뺏겼고 대화의 주제가 달라졌습니다. 제가 신청한 곡은 아래 2곡이었습니다. 메가히트한 2곡 LP가 공간 한쪽을 차지한 LP 선반에 없었던 것인지, 찾기 어렵거나 귀찮아서 유튜브를 튼 것인지 모르겠지만 3번째 신청곡은 없었습니다. 좋은 제품도 운영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운영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 Adele "Rolling in the Deep"
- Damien Rice "The Blower's Daugther"
#4. 오타니가 보낸 글러브가 3개인 이유
오타니입니다. 1992년생의 투타겸업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를 보지 않는 분들에게도 익숙한 메이저리그 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6년 동안 LA에인절스에서 뛴 그는 2021년에 이어 2023년 MVP에 선정되었고 FA(자유계약) 신분을 얻었습니다. 오타니 이전 MLB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은 마이크 트라우트가 2019년 3월 맺은 12년 총액 4억 2650만 달러(약 5629억 원)인데 단숨에 5억, 6억을 뛰어넘으며 MLB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죠.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와 계약했을 때 금액이 6억 7400만 달러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내용입니다.
오타니는 이 계약이 성사되기 전, 일본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 글러브를 3개씩, 총 6만 개를 크리스마스 전에 선물했습니다. 글러브가 3개인 이유는 2개가 있어야 캐치볼을 할 수 있고, 왼손잡이용은 별도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왼손잡이용 글러브까지 챙겨서 일본의 모든 초등학교에 글러브를 크리스마스 전에 받아볼 수 있도록 선물한 '야구천재'는 어떤 그릇을 지닌 사람일까요? 사람의 그릇에 대한 생각을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본 이후 처음으로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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