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든 들어와

2023.06.01 | 조회 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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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연세가 많아 보이는 팔십 대 해녀 할머니에게 물어요.

“할머니, 스쿠버 장비를 사용하면 훨씬 편하시잖아요?”

“그럼 편하지, 혼자서 100명 몫은 하지.”

“그런데 왜 안 쓰세요? 힘드신데.”

그러니까 할머니가 대답하길 “내가 그걸 쓰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살라고?”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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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제목 ‘사슴벌레식 문답’은 정원과 ‘나’의 대화에서 따왔다. “낯선 공간에 던져진 새끼 오리들처럼 초창기 대학가에서 함께 지낸 친구들을 오래도록 잊지 못한” 4인방은 강촌으로 우정 여행을 떠나고, 숙소에서 “휴지로 감싸기 두려울 만큼 크고 우람한” 사슴벌레를 발견한다.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오냐”고 묻는 나에게 숙소 주인은 득도한 표정으로 답한다. “어디로든 들어와.”

정원은 연극이 하고 싶고, 나는 소설이 쓰고 싶다. 불확실한 미래라도 일단은 뛰어들겠다는 청춘들은 사슴벌레식 문답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한다. 왜 하고많은 일 중에 하필 소설이고 연극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설이 쓰고 싶고, 연극이 하고 싶다는 열망이 이들이 가진 전부라서다. 사슴벌레식 문답은 더는 직설적일 수 없는 방식으로 그 열망을 표현한다.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 “너는 어떤 소설을 쓸 거야?” “나는 어떤 소설이든 쓸 거야”라고.

권여선은 “책을 읽고 자신의 과거가 궁금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문득문득 과거를 떠올리고 기억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고 그것을 감당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살면서 보니, 어느 시절을 살아내게 해준 힘이 다음 시절을 살아낼 힘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음 시절을 나려면 그 전에 키웠던 힘을 줄이거나 심지어 없애거나 다른 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 독자 여러분도 새로운 계절에 맞는 새로운 힘을 길어내시길 바랍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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