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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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라고 부르는, 한 개인보다 훨씬 큰 어떤 것이 저 소년을 움켜쥐고 힘껏 구겨 놓았다. 이제, 저 아이는 평생에 걸쳐 그 구겨진 삶을 천천히 다시 펴야 하겠지.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구겨버렸다고 해서, 그냥 구겨진 대로 살다가 죽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겠지. 끈기 있게 펴다 보면, 어느 날 구겨진 것을 마침내 다 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무너졌지만, 서로에 기대어 일어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구겨진 마음을 편 사람, 좌절했다가 회복한 사람,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스스로 서게 된 사람이다. 어느 시점엔가 삶이라는 해변에 무너져 있는 상태로 있는 자신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고급 신축 아파트 단지 홍보 전단에 갓 인쇄된 것 같은 과시적인 행복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 그을린 행복, 그래서 인간의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상태에는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르건 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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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서서 새들의 유희를 관찰하다 보면, 그렇게 물속에서 놀며 잔물결을 일으켜 차츰 얼음을 녹여 자기들의 놀이 영토를 넓히는 모습이 매우 성스러워 보였다. 물론 새들의 그런 움직임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겠지만, 지구 생명들이 살아갈 건강한 터전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존과 놀이가 동반된 그들의 활기찬 모습은 내 가슴에도 성스러운 파장으로 와 닿았다.
나는 새들을 바라보다가 그냥 혼자 중얼거렸다. 행복이 뭐 별거야? 찧고 까불며 신나게 놀다가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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