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종소리를 들어라, 종은 하나지만 소리는 여러 가지로 들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2024.05.01 | 조회 3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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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 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옮겨 갈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 힘들다면, 살기 힘든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 짧은 순간만이라도 짧은 목숨이 살기 좋게 해야 한다. 이에 시인이라는 천직이 생기고, 화가라는 사명이 주어지는 것이다. 예술을 하는 모든 이는 인간 세상을 느긋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까닭에 소중하다.

 

이 세상에 살게 된 지 20년이 되어서야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임을 알았다. 25년이 되어서야 명암이 표리인 것처럼 해가 드는 곳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른이 된 오늘날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치워버리려고 하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돈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이 늘어나면 잠자는 동안에도 걱정하게 될 것이다.

 

두려운 것도 그저 두려운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면 시가 된다. 무서운 것도 자신을 떠나 그저 단독으로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림이 된다. 실연이 예술의 제재가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실연의 고통을 잊고 그 부드러운 면이나 동정이 깃드는 면, 수심 어린 면, 한 발 더 나아가 말하자면 실연의 고통 그 자체가 흘러넘치는 면을 단지 객관적으로 눈앞에 떠올리는 데서 문학과 미술의 재료가 된다.

 

우리는 도보 여행을 하는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힘들다, 힘들다, 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다른 사람에게 예전에 했던 여행을 자랑할 때는 불평스러운 것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다. 재미 있었던 일, 유쾌했던 일은 물론이고 옛날 불평했던 일까지 재잘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이는 굳이 스스로를 속이거나 남을 속이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보통 사람의 마음이고 지난 여행을 이야기할 때는 이미 시인의 태도가 되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적인 입각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의 느낌 자체를 자기 앞에 놓고 그 느낌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그대로 차분하게 남처럼 이를 검사할 여지만 만들면 되는 일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뭐든지 닥치는 대로 열일곱 자로 정리해보는 것이다. 열일곱 자가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은 간단히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시인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깨달음이니 간편하다고 해서 모멸할 필요는 없다. 자, 약간 화가 났다고 가정해보자. 화가 난 것을 바로 열일곱 자로 표현한다. 열일곱 자로 만들 때는 자신의 화가 이미 타인의 화로 변한다. 화를 내고 하이쿠 짓는 걸 한 사람이 동시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살짝 눈물을 흘린다고 하자. 그 눈물을 열일곱 자로 표현한다. 그 순간 기뻐진다. 눈물을 열일곱 자로 정리했을 때는 괴로움의 눈물이 자신에게서 분리되고, 나는 울 수 있는 남자라는 기쁨만을 느끼는 자신이 된다.

 

기교가 극단에 달했을 때, 기교가 보는 사람을 강제하면 추하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더욱더 아름답게 하려고 안달할 때, 아름다운 것은 오히려 그 정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사에서 차면 기운다는 속담이 바로 이것을 말한다.

 

자연의 고마움은 여기에 있다. 정작 때가 오면 사정도 미련도 두지 않지만, 그 대신 사람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경박한 태도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 예나 지금이나 제왕의 권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냉담할 수 있는 것은 자연뿐일 것이다. 자연의 덕은 속세를 높이 초월하여 절대의 평등관을 광대무변하게 수립하고 있다.

 

"참 경치가 좋군요. 스님, 장지문을 닫고 있는 건 아깝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허나 매일 밤 보니까요."
"며칠 밤을 봐도 좋지요, 이런 경치는. 저라면 자지 않고 보고 있겠습니다."
"하하하하. 하지만 당신은 화공(畫工)이니 나하고는 좀 다르겠지요."
"스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화공입니다."

 

선은 행하기 어렵고 덕은 베풀기 어려우며 지조는 지키기 쉽지 않고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안타깝다. 굳이 이것들을 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나 고통이다. 그 고통을 무릅쓰기 위해서는 고통을 이겨낼 만한 유쾌함이 어딘가에 숨어 있어야 한다. 그림이라는 것도 시라는 것도 또 연극이라는 것도 이 비참함 속에 틀어박힌 쾌감의 별칭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취를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의 행동은 장렬해지기도 하고 우아해지기도 하며,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가슴속의 한 점을 차지하는 최상의 취미를 만족시키고 싶어진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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