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강국진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객관적 답이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 개발은 곧바로 인간의 자기 성찰이 되고 만다.
내적으로 말해서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은, 아이의 소원이 이뤄지고 아이의 질문에 답이 주어질 때가 아니라, 아이가 어른이 원할 법한 것을 원하게 되고 어른이 던질 법한 질문을 던지게 될 때이다. 이런 내적 변화의 순간, 아이는 비로소 어른으로 살기 시작한다. 전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 뇌와 시계와 컴퓨터는 모두 물질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까 그것이 모두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물리학은 왜 물질이 특정한 방식으로 모여서, 때에 따라 뇌가 되거나 시계가 되거나 컴퓨터가 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고전 역학이건 양자역학이건 마찬가지다. 법칙에만 시선을 두다 보면, 환경의 특성이나 초기조건을 과소평가하여 자신이 아는 것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 내가 물리법칙을 따라 살게 된다는 보편적 지식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나는 하필 왜 이렇게 태어났는가'라는 특수한 조건이다. 그게 우리 삶을 지배한다.
홀로 존재하는 물질로서의 책은 '해리포터'의 줄거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잉크 분자의 나열이 만들어낸 문자, 그 문자의 배열이 만들어낸 소설을 읽고 의미를 해석해내는 질서는 책을 읽은 우리의 마음속, 즉 관찰자의 마음속에 있다. 원자들은 줄거리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전달하지 않는다. (…) AI가 지능적인 행동인지는 그 행동을 보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세상의 모든 변화를 다 따라갈 수 없다. 따라가도 의미가 없다. 왜냐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뒤처지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취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태도가 있다. 그건 바로 '왜'라고 묻기, 이론 세우기를 자제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고, 정해진 시간 동안 데이터를 얻었다면 최종적으로는 본인의 직관을 존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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