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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철학은 앞날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역사적 조건이 지나간 이후에야 그 뜻이 분명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혜를 무기로 자신을 성찰하라는 의미다. 일상으로 분주한 낮에는 잊고 지내다가 그 일상을 내려놓는 어둠이 찾아오면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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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기분이 든다. 우주에 웅대한 목적이 있고,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느낌 말이다. 숙명, 섭리, 계시, 업보, 인연, 우주적 질서 등 뭐라 불러도 좋다. 우주는 목적으로 충만하고, 내 삶은 그 높은 계획의 작은 일부라고 생각하면 왠지 안도감이 든다. 내 인생이 비로소 의미를 띤다고 여긴다.
우주에는 목적이 없다. 이 깨달음은 과학 혁명이 인류에게 건넨 빛나는 횃불이었다. 우주는 잔인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선의도 악의도 없다. 우주는 단지 무관심하고 냉담할 뿐이다.
진정 어른스러운 태도는, 내 삶은 내가 선택한 만큼 의미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죽음보다는 삶이 더 낫고, 궁핍보다는 풍요가 더 낫고, 억압보다는 자유가 더 낫고, 불행보다는 행복이 더 낫다. 목적이 없는 우주를 사는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용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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