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2023.08.15 | 조회 5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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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작가 헨리크 입센 작품이 모두 실린 전집을 번역한 공로로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가 한국 문화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훈장을 받았다.

올해 75세의 김 교수는 입센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 60세에 노르웨이어를 독학했다. 정년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번역 작업에 매달렸고, 74세 되던 지난해, 총 23편, 10권 분량으로 입센 전집 한국어 번역본을 발간했다.

“한글로 되어 있는 자료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때 뭐라 그럴까, 자괴감, 절망감을 느꼈어요. 그래도 우리도 문명국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일본 책도 있고 중국 책도 있는데 한국 것만 없어요.”

“제임스 조이스나 토마스 만 같은 작가들도 입센을 오리지널로 읽고 싶어서 노르웨이어를 배웠대요. 그 사람들은 세계문학의 거장들이고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라고 못할 것 뭐 있어? 나도 한 번 해보자! 그랬죠. 그런데 막상 도전해 보니까 다행이었던 게, 입센이 즐겨 쓰는 어투나 구절이 자꾸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있었죠.”

“입센이 갖고 있었던 ‘소명 의식’, 그리고 자유를 추구하되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 당파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끝까지 해내는 정신이 굉장히 좋았어요. 입센은 19세기 중반에 극작가가 되었는데, 당시엔 노르웨이가 스웨덴의 속국이었거든요. 노르웨이적인 연극도 문화도 별로 없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작품을 사주는 사람도 없고, 치즈와 빵을 살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초지일관 자신이 하고자 한 일을 끝까지 했다는 점 때문에, 입센을 보면서 ‘사람은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민중의 적’에 나오는 스토크만 박사가 마지막에 ‘이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은 독일 작가 쉴러가 한 말이기도 한데, 저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브란’이라는 작품에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소명에 헌신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작품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어요.”

“누군가는 해야 되지 않나? ‘콜링(calling)’이라는 말, 소명 의식을 많이 얘기했는데, 사실 학생들 가르칠 교재가 없어서 번역도 하고 책도 쓰고, 많이 하게 된 거죠. 책이 안 팔려도 책은 있어야 되는 거고, 이다음에 내가 죽더라도, 이제 입센 전집이 있으니까 누군가 입센을 공부할 수 있고, 그런 걸 생각해서 하는 거죠. 당장 내일만 생각하면 사실 할 수 없어요. 좀 더 길게 보고 내가 중요한 일을 한다, 그래도 한국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 선배들이 닦아놓은 한국 연극의 길에 내가 조금의 보탬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바로 그 ‘누군가’가 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그 간극을 뛰어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바로 소명의식 아닐까요. 연극과 연극학에 대한 애정이, 그 소명 의식의 바탕에 있었을 겁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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