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보내는 신호

2024.07.11 | 조회 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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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에서 보이스카우트에 참가한 열세 살 주인공은 친구들 장난으로 나무에 묶여 숲에 버려졌고 겁에 질려 똥을 쌌다. 극도의 수치심 속에서 주인공은 결심한다, 두려움에 지지 않기 위해 ‘몸의 일기’를 쓰겠다고. 몸이 무엇을 할지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몸의 모든 것에 대해 기록한다면, 몸에 휘둘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열일곱이 되어서도 주인공의 생각은 변함없다. 아직도 몸 속속들이 익숙하지 않았고, 발전된 의학이 자기 몸에 대한 낯선 느낌을 없애주진 못했기 때문에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자기 몸을 관찰하고 채집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열셋부터 여든여덟까지 몸이 벌이는 사건, 몸이 보내오는 온갖 신호를 기록한다.

늙은 몸이 도통 가늠되지 않을 때 이 소설을 다시 읽는다. 나는 언제나 몸이 아니라 정신, 이념, 의지가 나인 것처럼 살았다. 하지만 틀렸다. 몸이 나에게 협조하지 않는 순간이 벼락처럼 온 후 나는 비로소 몸이 나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이제 몸의 일기를 쓴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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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작가는 현재 러닝 유튜브 〈마라닉 TV〉의 운영자 ‘해피러너 올레’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방송사 PD로 일하는 동안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 응급실에 무려 세 차례나 실려 간 적도 있었던 그는 ‘마라닉(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단어로, 즐거운 달리기를 의미하는 말이다)’을 접하게 되었고, 달리기도 내 속도대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란 걸 깨닫는다. 거창한 목표보다, 모범 착지법보다, 좋은 러닝화보다 중요한 건 지금 한 발 내딛고 내 몸에 맞춰 달리는 즐거운 경험이라고.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뭐든 너무 빠르게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고 쉬이 낙담하죠. 하지만 확실한 방향을 설정하고 자기만의 속도로 작은 성취감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마음 근육이 더 단단해지고 자연스럽게 한층 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글들을 보면 피식하고 코웃음을 치던 시절이 있었어요. 마라톤은 그저 달리기에 중독된 사람들이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고는 ‘나 열심히 살고 있어’라며 자기 위안을 하기 위한 도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 조급함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며 작은 성장을 이뤄낼 때 그 말도 안 되는 거리를 달려낼 힘이 쌓인다는 것. 그것이 제가 달리기를 통해 배운 가장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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