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년양식집』 오에 겐자부로
친애하는 신이시여, 마음을 다해 기도드립니다, 제가 작품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추하고 혼돈스럽고 죄로 가득한 것이라 하더라도 당신께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미쳐 돌아가고 폭풍을 품고 있고 천둥번개로 가득찬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만, 그것을 통해 마음을 뒤흔드는 '언어'가 울려퍼지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너는 이해할 것이다, 미래의 문이 닫히자마자 우리의 지식은 전부 죽은 지식이 되리라는 사실을.
요청하면 도움은 온다. 다만 결코 그대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그리스 난파선 선장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는 항해일지 마지막에 이렇게 갈겨쓰고 죽었지.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완벽하게 신뢰한다. 이런 기분으로 폭풍우와 싸우는 건 아주 유쾌하다.
전철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그런 경험에 대해 나는 생각하네. 창문 바깥으로 눈길을 주면 풍경이 이제까지 나한테 없었던 관찰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면서 생생하게 다가오지. 그런 일이 있잖나? 그건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가 작가의 관찰력에 이끌려 분출되면서 순간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눈과 머리에 그때까지 잠들어 있던 능력이 눈을 뜨는 거지.
상처투성이인 나를 벌거벗기고,
당신이 따온 약초
기름을 발라주면서
어머니는 탄식했다.
아이들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살 수 없다고
말해도 되나?
그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오랫동안 수수께끼가 될 말을 이어갔다.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
노년의 내면을 찢어버리는 모순을 두려워 마라.
곤경을 꿰뚫어보고 그 너머로
손을 내밀라,
불안정한 지면을 딛고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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