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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세상을 떠났다. 예전 그의 인터뷰를 읽다가 익숙한 문장을 발견했다. “매일 아침 나는 항상 읽을 책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서 깬다.” 영화, 노래, 그림, 그리고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삶을 지속하는 데 동기부여가 된다. 오에는 매우 심각한 인지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과 평화주의 운동가라는 이유로 늘 그를 공격하는 주변의 경멸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이유가 많았지만, 이 단순한 신념에 의지해 삶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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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으로 모든 일상이 그야말로 '올 스톱'한 가운데 사랑을 말하는 작품이에요. 전쟁은 잠깐의 행복이 영원하지 못할 것임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꿈같이 묘사한 사랑이 인상 깊었어요.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있으니까.
저도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꿈처럼 느낄 때가 있었어요. 거대한 비눗방울 같은 데 들어가 살고 있는 느낌이었죠. 저를 둘러싼 상황은 최악으로 불안정할 때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많은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했던 시기였어요. 매 순간 많은 것들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할 때 마침 이 책을 읽었는데, '눈물 많은 희망' 같다고 느꼈어요.배우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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