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고 읽기, 읽고 쓰기.' 그건 타자의 상처에 자신의 경험을 접촉하며 서로를 포옹하고 부축하는 일이다. 한강 문학 핵심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국가대표 소설가'가 따낸 올림픽 금메달로 오독하는 건 아닐까. 이제 독자인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한국문학의 자산이 이미 충분함을 인지하고, 작가들이 고통 속에서 잉태한 책의 첫 장을 홀로 펼치는 일 말이다. 낯선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 안의 정신에 자아를 접속시키는 일.
책에 담긴 본질적인 동요와 불안은, 타자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매시간 느끼는 감정이다. 그 공감이 세계를 구성한다. 그런 점에서 독서란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거울이다.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독자이고(망구엘), 독서는 '나'라는 껍질을 깨뜨린다(C S 루이스).
#
오에 겐자부로는 “독서를 하며 얻는 감동, 영감, 지적 흥분은 그 책이 공급하는 정보가 아니라, 책 속의 언어들을 통해 어떤 정신을 발견한 것”이며, 이러한 책 읽기는 전신운동이라고 말한다. 책 읽기는 고요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며 읽는 이에게 전해지는” 매우 역동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책 읽기는 도피나 쉼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전 손택은 “단순하게 만들려는 목소리에 반대”하며 “정신적 약탈자들의 말을 믿지 않게 하는 힘”이라고 했고, 소설가 권정생은 “좋은 글이란 다 읽고 나서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이라고 말했다.
끝없이 나와 타인, 세계를 마주 보게 하며 또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이 글에 있다. 숏폼과 같은 짧은 영상에 삶의 시간을 쓰면 쓸수록, 우리 정신은 쇠약해지고 피폐해진다는 것 역시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정해진 시간 동안 책을 읽고 가는 공간이나 모임이 전 세계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유튜브를 보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책을 읽지 않고 우리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루리
늘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remem
'늘 잘 읽는다'는 말은 언제나 저에게 최상의 칭찬입니다. 고맙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