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2023.03.24 | 조회 1.9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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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지금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맞을 때마다 나의 삶은 점점 즐거워질 것이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나는 차차 자신과 자신의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나는 외부의 대상들, 즉 세상돌아가는 것, 여러 분야의 지식, 그리고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미래만 주시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결과에 따라 현재의 의미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버릇은 위험하다. 각각의 부분이 가치가 없다면 그 부분들이 모여 이루어진 전체 역시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인생을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엄청난 불행을 겪다가 결국은 그간의 모든 불행을 보상받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멜로드라마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글을 쓰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대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 해보라. 세상으로 나가라. 해적도 되어보고, 보르네오의 왕도 되어 보고, 소련의 노동자도 되어보라.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생활을 해라.

 

나는 일정한 시점까지는 돈이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정한 시점을 넘어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나는 성공은 행복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서 나머지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지나치게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훌륭한 책들은 모두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 없는 시기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생애의 대부분을 크산티페와 함께 조용히 지내면서, 오후에는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기도 하고, 산책길에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칸트는 평생 동안 쾨니히스베르크에서 16킬로미터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윈은 세계일주를 한 뒤 남은 생애를 자신의 집에서 보냈다. 마르크스는 몇 차례의 혁명을 선동한 뒤에는 여생을 대영박물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은 고민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때에만 고민하고, 고민을 해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며, 밤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의 행동은 내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결국 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또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아무리 큰 슬픔도 이겨낼 수 있다. 마치 인생의 행복을 끝장나게 할 것처럼 보이던 심각한 고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사그라져, 나중에는 그 고민이 얼마나 강렬했는지조차 거의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자신의 자아는 세상에서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희망을 자아를 넘어선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걱정거리 속에서도 어느 정도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종류의 두려움은 그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더욱 심해진다.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시선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어떤 무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된다. 모든 종류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올바른 방법은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그러나 매우 집중적으로 그 두려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두려움에 대해 친숙한 감정이 들게 된다. 이러한 친밀감이 생기면 마침내 두려움의 칼날은 무뎌지고, 모든 문제가 따분한 것이 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일에 성공했다는 것 만으로는 질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역사나 전설 속에는 늘 당신보다 더 성공한 사람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대부분 착각이겠지만 자신보다 훨씬 행복할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버릇을 버려라. 이렇게 한다면 당신은 질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우리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지만, 늘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그들의 입장일 뿐, 그들이 당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바라봐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행복의 비결은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사건들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때에만 비로소 경험이 된다.

 

우리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짧은 일생 동안, 이 이상한 행성과 이 행성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습득해야 한다. 비록 불완전한 지식이더라도,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하는 것은, 극징에 가서 연극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같다. 세상은 비극적이거나 희극적인 것, 영웅적이거나 기괴하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이 보여주는 이러한 구경거리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사람은 삶이 베푸는 여러 특권 중의 하나를 포기하는 셈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라도, 위대한 정신을 느껴본 사람은, 비열한 행동이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거나 사소한 불운에 안달하거나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을 두려워하는 데서는 결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위대한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우주의 구석구석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신조를 선택하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신조를 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이 자신의 신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인과관계는 그와는 정반대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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