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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500마리의 붉은털원숭이를 실은 배가 인도를 출발해 대서양 건너 푸에르토리코의 카요 산티아고라는 작은 섬으로 향했다. 이들은 영장류의 사회생활과 성적 행동 연구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주요 관찰 대상자로 선정되어 강제이주 중인 상태였다. 작은 섬 카요 산티아고는 곧 원숭이섬Monkey Island이 되었다.
2017년 ‘마리아’라는 이름의 거대한 허리케인이 이 지역을 강타했다. 학자들은 태풍 이후 생존한 원숭이 집단을 연구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허리케인 이후, 공멸의 우려와 달리 원숭이들은 오히려 다른 원숭이들에게 더 관대해졌고, 사회성이 좋아진 것이었다.
저위도 지역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는 1년 내내 더운 지역이라 생존에 중요한 것이 바로 뜨거운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나무 그늘이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숲이 초토화되면서 더위를 식힐 그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섬의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먹잇감도 부족했다.
하지만 원숭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사람들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그늘 아래서 원숭이들은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 앉아서 다른 원숭이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주었고, 상호 친밀함의 지표였던 털고르기 상대의 수를 늘려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부족해진 자원을 독차지하고자 아귀다툼을 벌이는 대신, 조금씩 양보하고 더 친밀하게 지내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원숭이 개체의 너그럽고 다정한 행위들은 결국 원숭이 집단 전체의 생존력을 월등하게 높여서, 몇년 만에 집단의 구성원들이 허리케인 직전에 비해 5% 이상 늘어나기에 이른다. 얼핏 어리석어 보이던 행동이 사실은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들은 수십억년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이 유전자에 아로새겨준 태초의 지혜마저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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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야.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만으론 행복해지기 어려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어.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행복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왜 '행복의 나라' 부탄 사람들이 서로에게 친절하고 상냥한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보통 행복을 받는 주체로 자신 스스로를 생각한다. ‘나는 뭘 해야 행복할까?’,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엄마는 뭘 하면 행복해할까?’, ‘저 친구는 어떤 순간이 가장 즐거울까?’라고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당장 나의 즐거움이 우선일뿐 가까운 존재에게 웃음을 안기기 위해 대단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한국에 돌아가거든 주변 사람들을 많이 웃게 만들어 봐. 가족을 행복하게 해줄 방법을 먼저 찾아봐. 그럼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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