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2022.06.09 | 조회 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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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remem 무인양품의 ‘기분 좋은 것은 어째서일까’ 메시지를 좋아한다. 미니멀은 다 버리고 없애는 무소유만을 의미함은 아니다. 맥시멀리즘의 반대편도 아니다. 이것은 러다이트 운동 같은 거부도 아니고 참고 견뎌야하는 금욕도 아니다. 생각에 쌓인 번잡한 먼지와 보푸라기를 떨쳐내는 것이고, 내가 속한 세계를 잘 보존하려는 청소같은 것이다. 내 안밖을 정리하고 청소하여 평안하고 단정한 균형을 찾는 것이 미니멀리즘이다.

 

아우슈비츠 형무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공통적으로 매일 ‘세수‘를 했다. 지금 할 이야기에 비해 거창하고 극단적 예시이긴 하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식은 아주 소소하고 기본적인 것에 있다는 거다. 엄마들이 옷은 깨끗이 빨아 입고, 밥은 혼자 먹더라도 그릇에 예쁘게 담아 먹어야 한다고 했던 말은 잔소리가 아니라 평생 지켜야 할 철칙이란 얘기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그릇’ 한 번 구경해보자. 확실히 혼자 먹더라도 자신을 대우할 줄 아는 사람은 멋져 보인다.

원문

 

# 책.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일레인 카스켓

  • 당신이 지금은 거의 멸종된 디지털 은둔자가 아니라면, 당신에게도 디지털 발자국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애써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그 발자국은 좋든 싫든 언젠가 당신의 디지털 유산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사실 당신은 매일 이메일에 로그인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터넷에서 시간을 보내고,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을 하면서 당신의 자서전을 한 줄 한 줄 채워나가고 있다.
  • 나는 언젠가 죽음의 신이 나를 방문할 것이란 점을 잘 안다. 내 몸도 할머니의 몸처럼 결국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와는 달리, 나는 수십 년에 걸친 온라인 활동의 잔재인 디지털 먼지 역시 남겨놓을 것이다. (...) 당신에게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열 가지 일반 원칙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원칙들을 디지털 시대의 삶과 죽음을 대하는 하나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고, 자신의 디지털 흔적들을 건설적으로 대하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사색을 자극하는 촉매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다.

1. 죽음에 대한 불안에 직면한다. 깊이 심호흡한 뒤, 당신 자신의 유한성을 정면으로 응시해보라. 그러면 당신은 그 인식을 보다 의식적인 삶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매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당신은 죽은 뒤 남길 디지털 기념비에 벽돌 하나를 더 얹거나 자서전에 문장 하나를 더 추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가끔씩 상기해 보라. 만일 당신이 디지털 활동을 삶뿐만 아니라 유산과도 연관시킬 수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2. 항상 점검하고 결코 추정하지 않는다. 아날로그 시대에 진실이었던 것이 디지털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중요한 모든 온라인 계정의 이용약관을 찾아, 죽은 뒤 당신의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해보라.

3.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4. 죽음과 디지털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추상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당신 스스로 당신의 디지털 자료들을 어떻게 느끼는지, 디지털 시대의 정보 프라이버시와 소유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죽은 뒤 당신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싶은지 의견을 피력해보라. 상대방에게 그들 자신의 디지털 정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라. 만일 당신의 친구가 죽은 뒤 모든 소셜 미디어 자료를 삭제하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그런 친구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면, 친구에게 당신의 느낌을 말하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병행해보라

5.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유언장을 작성해둔다. 유언은 다음과 같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나는 어머니가 내가 남긴 자금을 활용해 내 블로그를 계속 운영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내 페이스북 프로필이 추모 상태로 전환되길 바란다’ 등등. 당신이 남긴 메시지가 전무한 상황이라면, 사랑하는 이들과 당신의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 모두 당신이 원하는 바를 추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가능한 한 모든 계정에서 디지털 유언 집행자(페이스북의 기념 계정 관리자,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인 등)를 미리 임명해두자. 물론 상대방과 먼저 상의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6. 권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마스터 패스워드 체계를 구축해둔다.

7. 당당한 큐레이터가 된다. 온라인 자료를 ‘큐레이팅’하는 행위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우리는 그런 행위를, 자신의 성공과 행복 등을 인위적으로 과장하고, 자신의 꾸며진 삶을 과시하면서 타인의 시기심과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연관 짓곤 한다. 하지만 디지털 유산의 관점에서 보면 큐레이팅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건 좋지 못한 측면을 가려내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자신의 모든 면모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자신과 타인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취급하기 쉽도록 자료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뿐이다. 무수한 사진을 보유한 누군가의 노트북이나 다른 저장 장치를 물려받게 된 상황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8. 더 많은 접속이 항상 더 나은 기분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한다. 당신이 여는 건 소중한 선물 상자일 수도 있지만, 혼란으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 미리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만큼, 미리 조심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9. 오래된 방식을 존중한다. 가끔씩이라도 디지털 자료 중 일부를 선택해서 물리적 자료로 변환해둘 필요가 있다. 조부모님들에 대한 내 기억은 사진과 편지에 의해 자극받은 것이지만, 그런 추억들은 특별한 반지와 마주치거나, 바느질 상자에서 낡은 단추를 발견하거나, 초콜릿 쿠키 만드는 법이 담긴 빛바랜 레시피 카드를 볼 때에도 솟아나곤 한다. 그런 기억들은 같은 추억을 지닌 사람들과 공유할 때 더 강화되고 확장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슴속에 담아두었다가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준다. 세상이 변하면 변할수록 그 추억들은 가치를 더하게 된다.

10. 불멸 같은 건 잊는다. 우리 중 소수는, 다빈치나 셰익스피어, 바흐, 호킹같은 사람들처럼 예술과 문학, 음악, 과학 등의 영역에 기여하여 수세기 동안 이어지는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살면서 남긴 디지털 흔적과 물질적 유물들이 우리를 알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남겨줄 가장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 채, 당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하면서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던져보기 바란다. ‘아무도 이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이 활동이 금전적 이득이나 명성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해도, 이 일은 여전히 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 일은 나나 다른 누군가에게 여전히 좋은 일인가?’

  • ‘가능한 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라. 많이 사랑하라. 살아가는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라. 세상의 선을 위해 힘쓰라. 이런 삶에 헌신하다 보면, 그 삶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유산의 형식과 지속 기간은 당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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