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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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라는 것이 잡지, 라디오, 팟캐스트, 텔레비전 같은 것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우리 몸을 확장시키는 모든 것들을 의미하죠. 매체가 너무나 많아지면 다들 자아가 비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 한 사람이 발전주의, 자본주의를 저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속에 뛰어들어 협상에 참여할 수는 있겠죠.
나를 비운다는 것은 나를 변형(transform)한다는 의미도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상대방이 되고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죠. 제가 ‘혼합’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한자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물 ‘수(水)’ 자가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물은, 한번 섞이면 절대 돌이킬 수가 없지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로만 머물지 않고 자꾸 나를 비우고 상대방에 빙의하자는 겁니다. 질적인 변화를 이루는 거지요. 혼합 중 제일은 말을 섞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우리가 말을 제대로 섞고 난 뒤의 친밀감, 그로 인한 변화는 굉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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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전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밖에서 노는 법 자체를 잘 모른다. 두 다리는 언제 빠르게 뛰는지, 빗물은 어떻게 손바닥을 간지럽히는지, 나무를 꼭 안았을 때 얼마만큼 따듯한지 알 기회가 없었다. 아이들이 차가 다니는 길을 사랑해서 거기서 노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찻길이 아니라 공원을 원한다. 그림책 <우리는 공원에 간다>를 보면 어린이들은 버스가 달리고 기중기가 버티고 선 죽죽 뻗은 도로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너무 거대해서 자신들과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공원을 사랑한다. 공원에서는 “비가 내리면 꽃들이 비를 가려 준다. 어떤 꽃은 우리 머리만 하다”고 자랑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아동청소년 글쓰기 센터 ‘해적상점’을 연 826내셔널의 데이브 에거스는 그동안 어린이 공간 대부분이 아이들의 존재를 기쁘게 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견디기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비판한다. 어린이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운 곳에서 불필요하게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보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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