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부름
나는 최근 그 어떤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도 이 20분짜리 심부름보다 완벽한 이야기를 만난 적이 없다.
'나의 첫 심부름'은 모든 어린이에게 '집 밖의 어른'인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건 바로 어린이를 환대하는 어른,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른, 어린이의 크고 작은 성취를 기꺼이 칭찬하고, 어린이의 성공과 실패, 기쁨과 좌절 모두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어른이다. 어린이를 위한 자리를 준비해두고, 어린이의 출입을 막지 않으며,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어린이가 사회의 일원이 되는 일을 돕는 어른이다. 그런 어른을 우리는 공동체를 위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이라고 부른다.
# 산책
나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기운이 빠지거나 심신이 지칠 때면 자주 산책을 나간다. 내 상태를 바꾸려는 뚜렷한 의지가 발동해서는 아니고 대개 본능적으로 그리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나 간단히 외출할 차림을 하고 집을 나와 거리를 돌아다닌다.
내가 나한테서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즉 이제껏 해온 맘고생이니 노력이니 사색이니 논리 추구니 하는 것을 방구석 책상 위에 그대로 버려둔 채 나만 쏙 빠져나왔다고 실감한다.
그러니 만일 나라는 인간 안에 조금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또 만일 나라는 작가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모두 산책이나 여행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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