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4일차: 👈 4일차라고…?

“지난 18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 도착. 도착하자 마자 나는 파리가 조잡하고, 촌스럽고, 고집스러운 촌동네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들이 꼬장꼬장했고, 성가시도록 불편했다. 나는 빨리 암스테르담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 날은 파리가 최고기운 41도를 기록한 날로, 이따위 날씨는 20일까지 이어졌다. 부실한 에어컨이 달린 호텔들은 제값을 하지 못했고,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나는 원래 5일간 파리에 머무르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일정과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차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잡았다. 아무튼 무슨 인상이라도 정확히 받기 위해, 낮 동안 파리 시내의 여기저기를 뙤약볕 속에서 걸으며 무엇보다 절실하게,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곳은 개별로이구나. 다음 날 오후에 나는 파리 북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무려 70분이나 지연되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나는 밤 10시면 서늘한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있을테니까… 그러나? 기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5분간 우리를 어딘가로 이동시킨 뒤에 영원히 정지해버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창문도 열지 못하고 에어컨도 틀지 못한 채로 승객들은 3시간 동안 기차에 갇히게 되었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고, 정말 뒤져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작하고 화나고 울부짖는 여러 군상들에 대한 소묘는 생략하고… 하여간에 그 날은 마치 파리에게 복수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내 옆자리의 뚱뚱한 프랑스인 남자(직업: 개인적인 금융설계사)는 무뚝뚝했고, 거만했고, 여러모로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 기차도, 그 다음 기차도 취소되고 오늘 밤 암스테르담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을때, 그는 나에게 자기 집에서 쉬어도 된다고 제안했다. 나 뿐만 아니라 한 불쌍한 4인 가족 역시도 그는 자기 집에서 재웠다. 놀라운 것은 그가 나를 자기의 스쿠터에 태우고 자정 무렵 파리를 구경시켜줬다는 점이다. 갑자기 이 동네가 괜찮게 느껴졌다. 밤에 나는 그 가족들과 그 남자에게 ‘인스탄트 카르마’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잠에 들었다. 내가 파리라는 동네에 가진 혐오감과 바로 이 동네가 내게 돌려준 것 등등.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다시 기차역으로 갔다. 당연하다는 듯이 기차는 오후에나 운행된다고 했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리고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의 희한하게 가벼워진 마음으로, 나는 파리에 이틀 더 머물기로 했다. 그 결과로… 지금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직 중국 음식만 먹으면서… (제발 집에 가고 싶다. 그러나 90만원의 용기가 내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