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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여행을 가는 가족을 많이 봐왔지만, 무엇보다도 wide_balance님의 큰집이 여행을 가시는 이유가 너무 좋네요. 어쩌면 행복이 명절의 본질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wide_balance님도 명절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모래시계님의 정체 해결 제안은 너무 전체주의적인 듯한데요 ㅋㅋ 원래 인간은 위기 시 대처법을 전체주의적인 방도를 찾아내곤 한다만, ㅋㅋ. 저도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 꽤 합리적인 방도의 제안이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 밀짚모자님의 생각은 늘 명절마다 찾아오는 남성의 죄의식이랄까요. 저의 큰집은 조금 특이하게? 해체했는데, 살아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행복한 게 우선이다!라고 하셔서 (저에게 큰할머니) 어머니를 데리고 명절마다 여행을 가십니다. 그 덕에 저희 집안은 차례라는 행위에서 벗어났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불공평한 차례 문화가 사라지고, 진정한 의미의 그리움 해소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재밌네요. 이걸 고향 내려와서 읽으니까 조금 새롭습니다. 어릴 때는 솔직히 지루하고 잔소리만 듣는 명절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제는 좀 즐겁습니다. 명절이 순기능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 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나 봅니다. 다들 명절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모래시계님 글 잘 읽었습니다. 엉뚱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오고가는 엉뚱한 대화가 참 좋은데, 사실 엉뚱한 생각을 하는것조차 제게는 어려운것 같아요.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여유가 없어지고, 타인의 감정에 무심해지고… 더불어 책을 읽을 시간마저 부족하니 문학적인 상상력이 점점 고갈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하는 엉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아요.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 다소 유치하고 사소하다고 여겨 생각하기를 포기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잖아요. 엉뚱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날이네요. 밀짚모자님 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보려해요. 사랑하는 관계라면 의례 따윈 필요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정도가 지나치게 의례에 집착하는 연애문화는 저도 반대합니다. 내부의 결속이나 안정성이 적을수록 의례에 기대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는 의례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수많은 연인들이 비슷한 의례를 답습하지만, 그럼에도 연인들의 의례는 다 다르고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의례를 수행하는 사랑하는 관계들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이죠. 말씀하셨던것처럼 연인은 너무도 사적이고 또 특별한 관계잖아요? 결국 모든 연인들은 다르고, 모든 사랑이 다르듯 연인 사이의 의례 또한 겉으로는 전부 유사해보여도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를 지나온 모든 연인 상대가 비슷하지 않았고, 저 역시 시간을 지나오며 계속 변화하는 몸이기에 그런 변화하는 몸과 몸 사이의 관계에서의 의례는 결코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늘 비슷한 데이트코스를 유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지적한다면, 왜 우리의 데이트는 늘 특별해야만하나요? 당연히 연인들은 고궁, 놀이공원, 미술관만 가지 않습니다. 집 앞 카페를 가도, 도서관을 가도, 편의점에 앉아 라면을 먹어도 행복합니다. 친구들과의 만남보다도 더 다양한 장소에서 데이트를 하는건 오히려 그 사람이 사소하지 않기에, 특별하기에 그런 공간을 갈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내는거죠. 결코 사소하지 않은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을 의례적이고 진부하며 따분하다고 단정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선형적으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의례는 조성될 수 밖에 없어요. 같이 피씨방을 가는 친구와는 의례적으로 늘 같이 가던 피씨방을 가고, 같이 수다를 떠는 친구들과는 의례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되죠. 관계 내에서 공유하는 공통분모가 비슷하다면 의례는 자연스럽게 조성됩니다. 같이 공부를 하는 연인과는 종종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테고,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연인과는 종종 전국 여러군데를 방방 돌아다닐테구요. 그런 의례성이 오히려 연인의 독특한 정체성으로서 규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연인은 서로의 좋은 점만 공유하지 않아요. 서로를 점점 가깝다고 느끼며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연인이 서로의 더러움과 치부를 목격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연인은 서로의 치부를 공유하기에 오히려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죠. 처음부터 치부를 드러내야한다는 말은 와닿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치부를 드러내지 않잖아요. 오히려 점점 시간을 거쳐 깊은 관계가 되면서, 타인 앞에서는 너무도 유치하고, 사소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연인에게는 마음껏 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비슷해보이는 의례 속에서도 우리는 다른 존재로서 의례를 수행하거나, 비슷한 의례에도 조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이렇게 보면 의례적인 사랑에도 희망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밌다 이런 비슷한 베이스! 어쩐지 연결돼 있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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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결국 각자의 몫이라는 말이 참 와닿네요. 만나는 순간을 적당히 잘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인연은 더 가까워지더라고요. P.S. 뉴스없는 뉴스레터! 냉정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보다 따뜻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본래 추구하던 목적이었습니다 😅
예전에는 진지하게 에너지를 쏟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대화를 했지만 모래시계님 일화처럼 약간은 실없는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게 즐겁습니다. 밀짚모자님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둘만 만나서 서로에 집중하는 것도 좋고요. 뭔가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좋습니다. 저의 경우, 요즘 제 인간관계와 관련된 내 단상을 적자면 이렇습니다. 1. 모든 사람과 다 원만하고 비슷하게 관계를 맺을 수 없다. 2. 어떤 사람이든 계속 친할 수 없다. 그렇기에 기간제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 순간을 적당히 잘 지내기. 3. 그럼에도 나와 적당히 관계를 스쳐간 모든 인연들이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정답은 없겠죠. 인연은 결국 각자의 몫이니까요. 여러모로 최근에 든 단상과 일치하거나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라서 반가웠습니다. P.S. 그나저나 이 레터는 뭔가 감도가 있네요. 다만 뉴스가 없는 뉴스레터라, 포스트모더니즘하기도 하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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