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 구하기 ] 12화 외로운가?

2025.09.15 | 조회 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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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삶은 걷고 쉬고의 연속.

 

 

은서 

 

외로움은 추의 형태로 나에게 달려 있다

 

외롭다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라는 뜻이다.

가끔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지할 곳이 없어 흔들리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그래서 적적하고 쓸쓸하다.

 

사실 내가 살아온 삶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도 그 미래를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에 나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어떤 사람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 그걸 알고 있지만, 문득 외로워지곤 한다.

타인과 완전히 분리된 나의 나침반. 타인이 좋아서 손을 옭아매도 그때뿐 결국 각자의 삶을 위해 방향을 틀어 나간다.

나도 그렇듯 나와 아주 가까운 타인도. 가끔 타인과 하나인 양 착각에 빠질 때도 있지만 아님을 깨달은 순간 더 깊은 외로움과 독립심을 기르곤 한다.

아마도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 테니 앞으로도 그런 고통과 성장을 겪을 테지.

모두가 그렇다.

 

이런 특성을 가진 외로움을 내 마음대로 형상화해 보자면, 내 몸에 달린 보이지 않는 추와 같을 것이다. 이 추는 항상 나에게 달려있고 익숙해져 그 존재를 잊고 있다가도, 내가 중심을 잃을 만큼 약해질 때 더욱 무겁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누구나 이 추를 달고 있겠지만, 그 존재감을 알아채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이 추를 어떤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원

 

참을 수 없이 지겨운

 

아. 알아버렸다.

지난 주에 끝난 인턴십의 막바지 기간을 포함해서 최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괴롭히던 내면의 지겨움에 대한 이유를. 그즈음 나는 입으로 마음으로 지겹다는 말을 달고 지냈고 내가 왜 이런 마음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다. 나조차 불확실한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 조금 외롭기도 했다.

 

인턴십을 끝나고 다시 구직을 해야하는 상황이 초조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졸업 후 아무 소속도 없던 시기가 가장 불안했다. 자기소개서를 써야하는데 귀찮았고, 오늘 내기로 다짐했던 기업의 채용 마감 시간을 잘못 알아 놓치고 말았다. 아쉽지 않았다. 그저 지겨울 뿐이었다. 모든 게.

 

도서관에 앉아 지겨움에 팔을 뻗고 엎드리며 생각했다.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해야하는 이 현실이 지겹다. 자소서 쓸 바에 도넛이나 먹자. 그렇게 도넛과 아아를 먹고 마시며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정리하던 중, 예전에 찍어놓았던 책의 문장을 발견했다.

 

 

“십여년 전 피아노 앞에서 떨쳐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나는 지금 다시 떨쳐내려 하고 있다. 그때는 후회이지만 지금은 좌절감이다. 뚜렷한 대상은 없지만 열등감이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일 터이다.

(…)

어쩌면 예전에 내가 떨쳐냈던 것도 후회를 가장한 열등감이었는지 모른다. 음악을 하고 싶은데 실력이 모자란 데서 오는 열등감.”

-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중

 

 

나는 이 문장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설프고 창의적인 사람. 꿈을 이루기에 모자란. 내가 판단한 나는 이랬다.

이과로 고등학생을 마치고 대학에서 과를 전향하고, 기어이 대학교 4학년 졸업 직전에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며 큰 디자이너를 꿈꿨다. 속에 품은 빨리 이뤄내고 싶은 욕심과 늦은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초조함은 커졌다. 나는 디자인을 하며 자주 즐거웠고 자주 아팠다.

 

어느새 나의 속마음에서는 디자인이 싫어졌다. 디자인을 할수록 내 안의 열등감과 패배감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손을 놓게 되는 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들을 억누르고 디자인 직무로 취업을 하려 할 때 나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진심을 다하고 과정을 즐기며 최선을 다했어도 ‘실력의 세계’로 보이던 취업 시장에서 내가 해온 작업과 활동들은 쉽게 초라해지고 볼품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꾸는 꿈으로 나아갈 자신.

 

(…)

 

하지만 이를 다르게 보는 시선을 만났다.

 

 

“10의 사람이 하는 음악을 1의 사람은 따라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대의 경우다. 1의 사람이 하는 음악 역시 10의 사람 입장에서는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좋은 음악이란 창의적인 음악이고 창의성은 실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력을 높이려고만 노력할 게 아니라 각자의 실력에 어울리는 나름의 창의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니, 어쩌면 나의 실력이 아직도 대단치 않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 늘 내가 정한 이론대로 어쭙잖은 실력으로도 요리조리 밀어붙여왔다. 그렇게 만든 음악을 좋아해준 분들도 꽤 있었다. 지금의 이 일천한 실력으로 또 한번 알뜰하게 뭔가를 만들어낸다면, 꽤나 나다운 무언가가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중

 

 

카페에서 도넛 먹다가 울었다. 휴지를 한 움큼 집으며. 이 알 수 없는 불편함 깊은 곳을 이렇게 빨리 도달할 줄 몰랐는데, 장기하님께 고맙다. 그 책을 찍어 올린 나 자신에게도.

나의 창의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일에 다시 집중하고 싶다.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그저 나의 세계. 디자인과에서 공부하고 작업하며 처음으로 그런 세계를 만났고, 그걸 보고는 성큼 들어와 나와 닿아준 이들이 있었다.

 

오늘의 느낌과 문장들이 너무 소중해서 빨리 휘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오래오래 이 문장을 마음으로 품고 체화하여 스스로 얼마든 그런 말을 해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너의 세계를 만드는데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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