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넘어지며 달리는 법을 배웁니다

가장 느린 거북이 3화

2022.10.21 | 조회 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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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ROUGH

당신과 나의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 글을 연재하게 된 임필통입니다. 저는 체육교사이자 학교에서 세팍타크로 을 맡고 있는 감독입니다. 과거엔 야구선수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은퇴 후, 학생들을 코치하며 지도자로서 저만의 철학이 확고한 편인데요. 오늘은 2년째 맡고 있는 저희 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하네요. 늘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랄게요. ^_^

 

선수이자 지도자로서 가장 감명 받았던 스포츠 장면입니다

 

때론 넘어지며 달리는 법을 배웁니다

 

여러분은 혹시 '세팍타크로'라는 종목을 알고 계시나요?

동남아에서 처음 시작된 이 스포츠는 배구와 족구가 섞인 경기인데요. 발로 하는 배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저는 야구인으로만 오랫동안 활동했기에 처음 감독을 맡게 된 이 종목이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저희 학교가 여고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여학생들에게는 이 스포츠가 얼마나 어렵게 다가올지 쉽사리 가늠이 되질 않더군요. 

야구는 보통 10살 에서 12살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인기 스포츠인 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알고 있고 보편화되어 있으며 어느 학교든 어렵지 않게 야구 하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팍타크로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적어도 고등학생은 되어야 할 텐데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이 접해볼 수 있는 환경은 커녕 보통 사람들은 종목의 존재 여부도 모르니 처음 감독으로 왔을 땐 야구와 너무나 다른 환경이 참으로 낯설었습니다.

게다가 3명이 뛰는 시합에 저희 학교 선수는 고작 3명뿐, 누구라도 다친다면 시합은 기권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1, 2년 차의 선수들이니 나이는 고등학생이지만 운동 경험은 오래되지 않은, 야구로 비교하면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정도의 경험을 갖춘 학생들이었습니다.

운동 경험이 적다는 건 다양한 불안을 초래합니다. 근력과 기초체력이 부족하니 조금만 훈련을 강하게 하면 아이들은 금세 아프기 시작했고, 운동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비인기 종목에다 미래도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운동을 그만두겠다며 저를 협박(?)아닌 협박으로 곤란하게 만들곤 했죠.

 

의욕 없는 아이들, 관심 없는 부모님들, 자리에만 만족하고 연연하는 지도자들.

오자마자 저는 꼭 30년 된 자동차를 본 것처럼 여기저기 수리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모른 척, 최선을 다하는 척하며 적당한 선에서 제가 해야 할 도리만 해도 되겠지만, 점점 팀에 애정이 생기다 보니 반드시 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지도자로서 자부심이 있던 제가 학교로 초빙이 된 상황이었기에 더욱 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성적 중심이 아닌 성장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선수이건, 학생이건, 어쨌든 우린 모두가 성장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가장 처음으로 노력한 일은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의욕을 보이지 않을 때마다 하던 말이 "비인기 종목이라 열정이 안 생겨요, 이쪽으로 진로를 나갈 것도 아닌데 대충 해도 되잖아요" 라는 말로 핑계 삼곤 했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반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너희는 힘들고 귀찮음의 이유를 비인기 종목 때문이라고 타협하고 있는 거야. 핑계만 대고 있는 거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대충 해도 된다고? 불과 100명도 안되는 이 현실에서도 앞서나가려는 마음이 없는데, 다른 것을 선택한다고 그 마음이 쉽게 생길 것 같아? 너희가 공부를 했다면 경쟁률이 100:1이 훨씬 넘고도 남는데 그건 뚫을 수 있겠어? 
노력이라는 건 말이야. 그 사람의 타고난 능력이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란 거야. 대충대충 사는 건 습관이 되기 때문에 참 무서운 거야. 앞서가는 사람은 종목이나 환경 탓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야. 너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1등이 아니고 노력이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루라도 빨리 이해하고 실천하는 거라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이 아니고 매일을 성실하게 다듬어 나가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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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꽤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밥을 먹는 중에도, 훈련 중에도, 수업 중에도 아이들을 만나면 열심히 제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매우 꼰대 같았겠지만, 고맙게도 아이들의 행동에는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에 관해서 먼저 질문하기 시작했고, 훈련 프로그램이 종료되어도 스스로 부족한 훈련을 찾아서 훈련을 하기도 했으며 훈련을 통해 보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마음변화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길이 보이기 시작했던 거죠.

 

야구라는 철저한 경쟁 사회에서 어린 나이부터 살아남으려고 넘어지고 부러져도 버둥대고 일어나며 버텼던 제가 평범한 환경에서 보통의 학생으로 자란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란 꽤 힘들고 어려웠던 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단지 넘어지고 길을 잘못 들어도 꾸준히 달리는 법을 배우는 제자들이 되어 주길 바랐을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요? 딱딱한 말들로 아이들을 나무라던 제가 훨씬 더 많이 넘어지고 패배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가장 느린 거북이 4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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