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일상> / 춘프카 산문집
⌜아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옆구리를 계속 쿡쿡 찔렀다. 글을 쓰면 좋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었지만, 육아와 집안일부터 본인 업무 그리고 말썽꾸러기 남편을 챙기는 데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참으로 뻔뻔하게 말했다. 썼으면 좋겠다고.
우선, 글쓰기를 권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나보다 훨씬 근사한 사람인데 그걸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아서가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외국 생활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여러 일들을 글로 풀어내면 참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아내가 결혼 이후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욕심(그렇다면 더 많이 도와줘야 되는데...)이다.
결국 지난 주말, 몇 번의 호흡을 가다듬고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들은 그런 엄마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나 보다. 올라타고, 키보드를 발가락으로 경쾌하게 두드렸다. 아내는 “이러니까 못 쓰지.”라고 말했다. 나는 “그럼 말해줘. 내가 러프하게 받아 적을게. 전체 수정은 당신께서 하십시오.” 라며 키보드를 잡았다.
마치 연설비서관이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를 받아 적듯,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썼다. 코로나19 예방 접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쩌 면 자기는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확증편향’이라는 키워드를 내밀었다. 오호라!
그렇게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첫 글을 발행했다. 일명 『 Amy 하루 첫 번째 이야기』 제목은 ‘백신 접종과 확증 편향’이었다. 첫 도입은 이렇게 시작된다.
실은 본인 스스로 확증편향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옆에서 보기엔 그렇지 않다. 되려 확증하게 만드는 여러 언론 형태가 문제라고 봤다. 예 방 접종하면 무서울 거야,라는 불안감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매일 즐비하게 쏟아지고 있으니까. 그러니 마음이 더 굳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Amy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아들과 나는 옆에서 잔뜩 응원해야겠다. 그렇게 나도, 아내도, 아들도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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