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왼팔에는 제법 많은 문신들이 있습니다. 대다수는 반팔 티셔츠를 입었을 때 가려지는 위치에 있지만 토마토 도마와 당근 예수님 만화는 잘 보이는 위치에 그려져 있습니다. 작년에 핸드포크(타투의 기법 중 하나)를 배우고 직접 새긴 문신이에요. 인표님은 그 그림을 보시고는 “전도사가 문신을 해도 돼요?”라고 질문하셨습니다. 그 질문에 제가 인표님을 흘겨볼 새도 없이 인표님은 팔을 걷어 유진피터슨 문신을 보여주셨어요. “목사가 되고 나서 해야지(농담)”하셨어요.
팔에 유진 피터슨이라니!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나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당근 예수님이 그려진 제가 웃을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인표님을 패널로 모시고 언젠가 문신있는 그리스도인 모임을 하는 소망이 제게 있습니다.
인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제가 만난 인표님은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한 번은 제가 페이스북에 근래 좋지 않은 건강에 대한 소회를 나누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보시고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표님의 세심함과 다정함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어찌 잘 담겼는지 모르겠네요. 아이스크림보다는 덜 달달하겠지만 분명히 더 따끈할 겁니다. (당연하지!)
유미(유): 안녕하세요! 틈 인터뷰에서는 보통 첫번째 질문에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곤 했는데요. 제가 인표님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보니, 소개란에 인표님을 설명하는 여섯가지의 단어가 있더라고요 (✞ Christian / 🤓daddy / 📚IVP Marketer / 📩pastor / 📷streetphotographer / 📍seoul) 그래서 오늘은 요 여섯가지의 단어들로 이야기 나누어 볼 생각입니다.
첫번째 단어인 ‘기독교인’부터 살펴볼까요? 인표님은 어떤 기독교인인가요? 인표님에게 지금 중요한 신앙적 가치가 무엇일지 궁금해요. 그 가치를 위해 인표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인표(인): 제가 그리스도인이었다니요. 한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웃음). 이전에 작은 교회 부목사로 사역했을 때는 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예배나 성례, 말씀을 함께 묵상하거나 목양하는 일로 제 자신의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채워갔던 것 같아요. 요즘은 부목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한 명의 신앙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내 삶 전체가 그리스도인다운지를 더욱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교회라는 작은 세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여러 일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제 정체성을 제 의지와 상관없이 살뜰이 채워주고 있었다면, 요즘은 교회에 한정되지 않은 세계로 확장이 되고 누가 채워주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채워가고 있달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정, 교회, 일터, 사회, 세계, 그리고 지구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 고민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계엄 사태를 비롯하여 무너진 정의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 사회, 전쟁의 포화 속 세계 각국, 인간으로 인해 기후 위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지구 등. 이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 찾기에 끊임 골몰하는 ‘번민 지속’, ‘지속가능한 번민’’이라는 참 약소하고 궁색한 실천 중이예요.
유: 하나도 작지 않고 궁색하지 않은 거 아시죠? 삶 전체를 두고, 그리스도인다운지 고민을 하신다니, 스스로가 그리스도인인지 한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의 대답같지 않고, 매일 매일 생각하는 사람의 대답같습니다. 두번째 단어는 ‘아빠’네요? 인표님은 어떤 아빠인지 궁금해요, 어떤 아빠가 되길 원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인: 저는 해랑, 푸른별의 아빠입니다. 큰 아이 해랑이는 봄날 햇님처럼 따뜻한 아이고, 작은 아이 푸른별은 어두운 밤에도 별처럼 반짝이는 아이예요. 저는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아빠입니다. 가끔 제가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다는 것에 새삼 놀라운 마음이 들어요. 부족한 것 많은 제게 이렇게 사랑스럽고 천사같은 아이들이 찾아왔다는 것에 과분한 마음입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의 새아빠인데요. 새아빠의 삶을 시작하려 할 때 주변의 어른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 말씀해 주셨고, 살아보니 실제로 쉽지 않습니다. 많은 고민들이 결국 ‘새아빠이기 때문인가?’라는 생각으로 끊이없이 귀결되는 나 자신을 그 생각의 늪에서 건져 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앞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번민 지속’을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져가려 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번민을 멈추지 않는 삶이 제 아빠라는 삶에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유: 생각의 늪에서 스스로를 건져 올려야 했다는 답, 그럼에도 번민을 지속하겠다는 말이 멋지네요. 솔직하게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아빠의 자리에서 밀려오는 다양한 일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일과 돌봄, 자아실현과 여가 시간 조절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어려움은 없으세요?
인: 제가 존경하는 김근주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겁나” 어렵습니다. (웃음) 양육자가 되며 깨달아가는 것은 ‘자유롭지 않을 자유’를 선택하는 삶이라는 거예요. 나 자신이라는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돌보고 함께해야 할 가족이 생긴 이후로, 자아실현과 여가라는 자유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려놓는 자유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려워요. 그렇지만 그 어려움에 점차 익숙해지고, 더 깊어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유: 앞선 질문은 양육자이신 풍관간사님이 눈여겨 보시던 질문이었는데요.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것 같다고 전달드리도록 할게요.(웃음) 아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돌보고 사랑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이어서 세번째 단어는 ‘IVP 마케터’입니다. 마케터의 업무일지를 열심히 읽고 있는 저로서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표님의 정체성이 바로 이 ‘마케터’가 아닐까 싶어요. IVP 마케터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인: 제가 일하는 IVP 출판사는 많은 책을 출간합니다. 한 해에 전자책을 포함해 약 90종 정도를 출간하죠(2024년 기준). 고로 마케팅 일도 많습니다. 여러 편집자와 함께 각자의 책을 마케팅해 나가야 하기에, 성향과 일의 스타일이 제각각인 편집자들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게 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수십 장의 카드 뉴스를 제작하고, 이벤트나 행사를 기획하며, 협업하는 단체와 이것저것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합니다. 언론 매체와는 광고나 서평 관련 조율을 하고, IVP가 운영하는 여러 SNS 채널도 관리합니다.
또 저자 인터뷰를 촬영하거나 편집하고, 책에 관한 짧은 소개글이나 서평을 직접 쓰기도 합니다. 북클럽이나 북토크, 현장 책 판매 등을 통해 독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책에 대한 독자의 민원에 응대하기도 하죠. 정말 많은 일을 합니다. 사실 저는 일 중독자여서, 이렇게 다채롭고 다방면으로 일하는 지금의 시간이 즐거워요.
유: 일중독자 오인표 마케터만의 출판 마케팅이란?(웃음)
인: 낭만? 책이라는 것에 쏟아부은 마음이 가치롭고, 책이 독자에게 가닿는 일에 들인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력이 빛나도록 하는 일? 제가 추구하는 마케터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랑 같이 협업했던 청어람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실적은 몰라도 쏟아부어주셨던 마음과 정성이 가치롭게 느껴지도록 제가 했는지 말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너무 낭만에 젖은, 실적 없는 마케터일 수도 있겠지요. 늘 실직의 불안 속에 살아갑니다.(웃음)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저는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룬 마케터는 아니예요. 어떤 책을 흥행시켜 “한 사람 걸러 한 사람은 읽었다” 할 만큼 마케팅에 성공한 유능한 사람도 아니고요. 다만 책이 쓰이고, 만들어지고, 독자에게 가닿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순탄하도록, 함께 일하고, 함께 읽는 이들이 그 여정에서 건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힘쓰는 일, 그 모든 일에 마음을 쏟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 하시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답이네요. 좋습니다. 그 다음 단어는 ‘목사’예요. 인표님은 목사처럼은 안보여요(positive). 이런 이야기 종종 들으시나요?
인: 그런가요? 사실 저는 ‘목사’라는 정체성을 좀 앞세워 떠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해를 사기도 하죠. 그렇게 앞세우는 이유는, 목사라는 직업이 사실 대단한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목사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에서 ‘시작 버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서, 사랑, 평화 그 모든 일 앞에서 주변 사람들이 쭈뼛거릴 때,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부담감을 갖는 거죠.
저는 그런 차원에서 “목사입니다”를 앞세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목사를 바라보는 권위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다 보니, 제 행동이 상대에게 ‘꼰대’나 권위를 앞세워 압박하려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반성도 하고,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도 하고, 그런 의미가 아니었음을 해명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툴툴거림이 남습니다. “왜 목사라는 걸 앞세우세요?”라고 제게 되묻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목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냥 기분이 나쁘다는 걸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랄까요. 목사도 다른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문들이 수두룩합니다. 다만 세상의 문법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할 때, ‘목사’라는 명분이 유용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 앞세우시는 편이신 줄 몰랐네요. 아마 인표님이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아보여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관심이 인표님의 일상이나 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단어 설명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섯번째 단어는 ‘스트릿포토그래퍼’입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은 얼핏 알고 있었는데, 인표님을 소개하는 여섯단어에 사진이 들어갈 줄은 생각하지 못 했어요. 사진을 찍는 행위와 앞에 나열한 단어들(크리스천, 아빠, 마케터, 목사)은 닮아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다르기 때문에 인표님을 더 잘 설명하는 단어일까요?
인: 어렸을 때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하지 못했고, 스스로 일해 번 돈으로 산 카메라로 취미 삼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작은 네모 안에 내가 원하는 세상을 욱여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림 그리는 일과 묘하게 맞닿아 있음을 느낍니다. 2007년에 제 첫 카메라를 샀으니… 조금 보태어 20년 가까이 사진을 찍은 셈이네요(이제 오래 지속하고 있는 일들은 대부분 20년 가까이 되는 나이가 되었네요;). 그렇다고 전문적인 건 아닙니다. 셔터를 눌러 내가 원하는 장면을 찍는 것 외에, 카메라로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죠.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IVP에 입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제 사진이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다른 건 영 형편없었는지, 그나마 사진을 잘 찍어 입사하게 되었다는 반 우스개 섞인 말인데, 거기에 뼈가 아픈 건 저 하나뿐이지만요.
여기에 덧붙여 사진을 비롯한 여러 관심이 지금의 저를 만들고, 앞으로의 저를 만들 것 같기는 해요. 저를 더 소개하자면,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저는 교육 교재를 만드는 수업 덕분에 익힌 디자인 프로그램의 간단한 사용법으로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교재, 책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신학생이었지만, 신앙서적이나 주일학교 교재 디자인하는 일을 먼저 시작했죠. 2006년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본부 교육국에서 책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일했고, 이후에도 책을 디자인하는 일, 신학을 전공한 덕에 가끔은 교재를 집필하거나 편집하는 일도 조금씩 맛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군 복무도 독립문에 있는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했고, 작은 선교단체의 출판팀장으로 일하다가 IVP에서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진 찍는 재주는 이제 주로 책 사진을 찍는 데만 사용해요. 빈틈없이 책과 관련된 일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네요. 요즘은 꿈이 생겼습니다. 이제 책을 전문적으로 편집하는 일, 그리고 직접 책을 써보는 일까지 가닿아 보고싶다는 꿈입니다. 그간 책과 함께 보낸 시간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유: 오! 인표님 쓰신 책이 벌써 궁금해져요. 그 책의 디자인과 마케팅도 궁금해지고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근래에 찍으신 사진 중에 ‘이것은 마음에 든다’하시는 사진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인: 제 사진 대부분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야말로 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이죠. 길에서 포착한 여러 사진 중, 제가 특히 좋아하는 사진은 모든 일을 정리하고 40일간 영국 런던에 머물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던 때였는데, 길에서 마주친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 몇 장을 소개합니다. 그중 한 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킹스크로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국 북부 뉴캐슬로 향하던 중,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어린아이가 아빠에게 “아빠,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라고 수십 번 반복해서 물었고, 아빠는 단 한 번도 화내지 않고 그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해주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는 제 자신과, 늘 성실하게 저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동행을 엿보았달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유: 사진 말고 최근 관심을 갖고 있거나, 배우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인표님의 관심사와 청어람의 관심사 중 겹치는 부분이 있을지도 궁금해요.
인: 마음이 맞는 몇몇의 동료들과 ”글쏘시개”라는 글쓰기 동아리를 하고 있어요. 서로 직책, 나이를 벗어던지고 평등한 관계아래, 심지어 이름도 필명으로 서로 불러주어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을 강조한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일을 좋아합니다. 요즘 내 친구 이풍관 간사님과 김유미 간사님의 청어람 합류로 청어람에 글쓰기와 관련된 일이 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더 섬세한 표현과 마음을 헤아린 언어들이 청어람에 더 풍성해 졌달까요? 청어람을 통해 좋은 글 함께 쓰고 함께 나누는 일이 더 많아지면 우리 신앙이 표현될 기도의 화법과 신앙의 언어들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유: 마지막인데요, 요것도 의외에 단어였습니다. “서울”. 서울태생이신가요? 저도 ‘서울 사람’인데요. 저는 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서울을 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서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조금 놀랐어요. 서울은 ‘정보 없음’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거든요. 저에게는 특색이 없는 곳이랄까요? 이것 저것이 순서 없이 정렬된 도시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는데, 서울이라는 도시의 어떤 점이 인표님을 소개할 수 있을까요?
인: 우선, 가볍게 말씀드리자면 보통 포토그래퍼나 예술가들이 자신의 활동 지역을 나타내기 위해 프로필 상단에 도시명을 적더라고요. 그것을 흉내내 본 것이고요, 조금 더 진중하게 말하자면 제 입장과 위치, 의견 등을 명확히 하려는 저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는 일은, 부딪힘과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때로는 명백히 밝힌 내 입장과 의견이 마치 헐벗은 채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모든 화살과 공격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제 위치나 의견을 명확히 밝혔을 때, 때때로 그 의견 아래에서 쉼을 얻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 자신과 동일한 의견, 같은 위치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한 저의 위치와 의견을 명확히 말하려고 합니다. 저는 하나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고 믿습니다.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고,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여기가 제가 서 있는 자리 같아요.
유: 인표님이 뽑아주신 여섯가지의 단어들로 인표님을 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렇게 진행해 보니 또 색다른 것 같아요. 싸이월드의 백문백답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즐거웠는데 인표님은 어떠셨나요? 혹시 이 여섯 단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포함시키고픈 단어는 없으신가요?
인: 엄청난 질문 공세였달까요. 여섯 단어로 충분했습니다. 다만 포함되었으면 하는 단어보다는 ‘아빠’라는 단어에, 사실 제 많은 고민과 생각을 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라는 이름에 담긴 고민과 분투, 실수 등등. 그래서 조금씩 ‘아빠’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가고 있습니다. 글이 모이면, 아이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산이 되지 않을까요?
유: 인표님의 가방에는 늘 세 권에 책이 들어있다고 들었어요.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 업무 때문에 살펴야 하는 책, 그리고 인표님이 읽고 싶은 책 이렇게 세 권이 들어 있다고요. 오늘은 그 세권 말고 인표님이 읽고 싶은 책으로만 세 권 추천해 주세요. (이유도 함께요!)
인:
글쓰기 동아리에서 함께 읽었는데 제가 너무 사랑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상과 그냥, 사람이었던 이들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 제 세계를 확장시켜 준 엄청난 책입니다.
사람의 고통과 희생, 죽음을 홀대하던 권력은 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이며, 모두 기억을 상실하기 바쁜 세상 속에서 여전히 불편한 기억의 편린을 붙들어 세상에 알리는 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려준 책입니다.
저는 아직 이 책의 훌륭함을 표현할 명확한 말을 찾지 못했달까요. 약해진 이들도 살아있고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일깨우는 너무 귀한 책입니다. 마캐터로서가 아닌 그냥 자연인으로서도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책입니다.
요즘 답장이 없어요… 저희.. 계속해도 괜찮겠죠….?
무플과 무반응을 꿋꿋하게 견디며 15일에는 7월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책을 소개시켜드릴게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