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한번잡솨봐

27호: 이 책 한번 잡솨봐 - 여름의 신간소개

2025.07.16 | 조회 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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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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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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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스틸 히어

오스틴 채닝 브라운 지음, 황가한 옮김,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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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백인들이 있다.’ 첫 문장부터 눈에 딱 박힌다. 

<아임 스틸 히어>는 흑인 여성이 백인 주류 사회, 특히 백인 중심의 교회(기독교 공동체)를 살아가며 겪는 "피곤한"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책이다. 인종 정의에 대한 책이지만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공감을 더한다. 나는 백인들이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따라가며 “정말 피곤하네…”를 절로 되뇌었다. 누군가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모두의 경험은 교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흑인의 차별 경험이 우리와 동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더라도 그들의 신앙과 자부심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많아질수록 우리 주변에 스며있는 차별을 예민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확실히 사람을 피곤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 좋은 책이 많다. 흑인 교회의 신앙을 다루는 <진리는 나의 집에 있었다>라든지, 장애인의 차별 경험을 다룬 <나는 내 몸에 대해서는 기도하지 않습니다> 같은 책이 그러한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

조민아 지음, 삼인 펴냄,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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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학자 조민아 교수가 쓴 여성신학 입문서다. 여성신학 관련한 책이 이제 적지 않게 출간되었지만 1) 한국인이 한국 상황을 고려하며 쓴, 2) 여성신학의 주요 주제를 충실히 다룬, 3) 구체적인 현재/현실의 문제도 빠뜨리지 않은, 4) 누구나 편히 읽을 만한 책은 한 손에 꼽을 만하다. 이런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당장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꼭 체크해 두면 좋겠다. 가톨릭을 배경으로 나온 책이지만 딱히 개신교 현실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본문에 소환되는 여성신학자들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유하는 학자가 많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개신교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짚어주기 때문에 여성신학을 어느 정도 접했거나 고민한 개신교인에게는 오히려 이 책의 가톨릭 배경이  장점이 될 것 같다. 매 장 끝에 실린 ‘더 생각해 볼 질문’은 형식적이거나 피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적이고 살뜰하다. 이 책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획되고 쓰였음을 증명한다.

 

서로 다른 우리, 하나의 교회

스캇 맥나이트 지음, 오현미 옮김, 죠이북스 펴냄,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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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앙고백은 교회를 ‘하나’의 공동체인 동시에 ‘다양성’의 공동체라 고백한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다양성 앞에서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오히려 교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특정 집단의 공동체, 심지어 이익공동체화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결국 이러다 우리는 교회를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공감을 나누는 곳’이라 생각하게 될지(이미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이되 다양한 교회, 다양함 속에서 일치를 이루는 신비를 경험하며 참된 교회 됨을 더 배워가야 한다. 

스캇 맥나이트는 이 책에서 교회를 ‘다름의 공동체’(A Fellowship of Difference)로 정의하고, 교회가 마치 샐러드 볼처럼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 안의 ‘다름’이 살아나고, 각자의 다름이 다양성으로 존중받을 때 진정한 교회가 될 수 있으며, 그런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온전히 형성될 것이라는 게 이 책의 큰 주제다. 서론에서 제기하는 문제제기에 비해 은혜, 사랑, 식탁, 거룩함, 새로움, 번영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다루는 본론은 조금 평이하고 약간 장황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맥나이트의 조언은 지혜롭고 실용적이다. 어렵지 않고 은혜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들어라 거룩한 말씀을

테렌스 E. 프레타임 지음, 조윤 옮김, 비아 펴냄,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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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성경을 썼을까?’, ‘성경 번역본은 왜 서로 다를까?’ 같은 비교적 간단한 질문부터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와 과학은 어떠한 관계일까?’, ‘하느님과 고통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성경은 어떻게 권위를 지니게 되었을까?’ 같은 ‘답 없는 질문’까지, 총 35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성경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저자는 성경이 질문해야 하는 책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얻을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질문하고 탐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려 깊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편안한 에세이 형식이지만 성경을 진지하게 대하며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입문서가 가져야 할 학문적 미덕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다만 번역서 제목은 조금 아쉽다. 출판사 나름의 의미와 이유가 있겠지만, 원제를 보면 책의 성격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원제는 About the Bible: Short Answers to Big Questions이다. 

 

성경적 비판이론

크리스토퍼 왓킨 지음, 신재구 옮김, IVP 펴냄, 1024쪽, 전자책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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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라도 어떤 책인지 한두 마디로 간단히 요약해 말할 수 있는 책이 있는 반면, 이 책은 몇 페이지를 써도 뭐라 간단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책이다. 그런 점에서 ‘성경적 비판 이론’이라는 제목은 잘 지은 제목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 방식으로 풀어 설명하자면 ‘성경,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윤리학, 변증, 정치 사회, 철학을 아우르며 기독교 신앙과 사회 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뢰할 만한 철학자인 저자는 조직신학이나 기독교 세계관 책에 나올 법한 목차에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여러 신학자와 철학자의 논의를 빽빽하게 녹여내며 현대 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단순히 분석하는 것을 넘어, 이분법의 폐해를 극복한 ‘대각선화(diagonalization)’ 작업까지 시도하는데, 저자의 이 대각선화 작업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오느냐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결정하는 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요소는 독자들이 관심을 둔 사회 문화적 문제들을 저자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파고드느냐 하는 점일 텐데, 이 부분에서는 독자들의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다. 워낙 두껍고 현란해 보여 겁먹기 쉽지만, 차근차근 읽다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여기까지의 소개가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면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한 줄 보태는 책들

몇가지 책을 단평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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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석의 <지혜의 언어들>(복있는 사람)은 이미 충분히 소개되었다고 생각하여 딱히 더 소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 아쉬운 책이라 언급하고 넘어간다.
  • 장준식의 <예배자의 기도>(바람이불어오는곳)는 기도집이다. 이 책은 뭐라 소개를 더 쓰는 것보다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를 살피면 책의 매력을 바로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도집은 보이는대로 고민없이 구매해두는 편인데, 이 책도 좋았다. 
  • 짐 월리스의 <성서적 백성의 제자도>(이레서원)는 이전에 <부러진 십자가>로 번역되었던 책이 복간되어 나온 책이다. 짐 월리스는 중요한 사람이고, 이 책은 짐 월리스의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는 아까운 책이다.
  • 헬무트 틸리케의 <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아드벤트) 역시 복간된 책으로 주기도문에 대한 강해서다. 헬무트 틸리케의 설교집이 몇 권 번역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었는데, 틸리케에 매력을 느끼는 분에게는 이 책도 매력적일 것이다. 
  • 여러 학자가 함께 쓴 <우리라는 신화의 폭력>(동연)은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다루는 책으로 소개한 <아임 스틸 히어>와 함께 보면 잘 어울릴 책 같았(!)다. 하지만 아직 실제 책을 살펴보지 못해 언급만 한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번 메일 형식이 기존의 ‘이 책 한번 잡솨봐’와 약간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셨나요?

저희 ‘틈’은 8월부터 발행 포맷을 약간 변경하기로 하고, 그 변화를 이번 호부터 반영했습니다.

기존에는 ‘세속성자 인터뷰’와 ‘이 책 한번 잡솨봐’가 각각 1일과 15일에 발행되는 형식이었는데요, 앞으로는 ‘이 책 한번 잡솨봐’에 함께 실리던 '큐레이션 책 소개'와 '신간 소개'를 분리하여 발행합니다. 책 소개의 방향이 서로 약간 다르므로, 분리하여 더 깊고 풍성한 콘텐츠를 나누려는 결정입니다.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월 3회 발행으로 변경하여, 매월 10일에는 신간 소개, 20일에는 인터뷰, 30일에는 큐레이션 책 소개 형태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특히 ‘큐레이션 책 소개’를 위한 여러분의 질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어떤 주제나 특징을 가진 책을 소개하면 좋을지 질문을 남겨주시면, 선정된 분께 소정의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질문은 메일이나 피드백 링크로 남겨주세요.)

 

지난 26호의 오인표 님 인터뷰에 많은 답장이 왔어요!

  • 이번 뉴스레터가 <틈>을 구독하고 메일로 받은 첫 편지입니다. 사실 답장이 없었다는 마지막 말에 후다닥 달려와 몇 자라도 적어보자 싶어서 써보냅니다. :) 청어람을 알게 된 지 1개월도 되지 않은 뉴비(?)지만, 그동안 남겨오신 콘텐츠들이 좋아 구독하게 되었어요. 반응이 없을 때에도 유지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죠. 그렇지만 묵묵히 응원하거나 여전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며 다시 힘내실 수 있길 바라봅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화이팅하세요! :) → 후다닥 달려와주셔서 답장을 남겨주신 다정함에 감사드립니다! 힘이나네요. 무명의 독자 님도 화이팅!!!
  •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좋습니다. 전혀 부담도 없이 이야기하듯이 나누는 방식이 특히요. 감사합니다. → 좋으시다니 뿌듯하네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을 만나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 인표님이 이렇게 매력적인(!) 분이셨다니... 미처 몰랐어요(positive)! → 만나시면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하실텐데 어쩌나...
  • 존경하는 인표형 겁나 멋지네요! 잘 보고 있어요 :D → 인표형 보고있나요!
  • 좋았어요, 계속해주세요! → 네! 계속 갑니다~

다음 컨텐츠는 7월 30일, 우리 곁의 평범한, 그러나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로 찾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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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래

    0
    5 months 전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특히 <예배자의 기도>가 반갑습니다. 이런 기도책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어요. 사고픈 책은 많고 이렇게 못 읽고 쌓여가는 책들만 늘어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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