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겐 신기한 제주 문화가 있나요?"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토박이 서나입니다.
제주에서의 일상은
여행으로 스쳐 지나갈 때는 잘 보이지 않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어요.
제주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던 풍경들이
누군가에게는 꽤 신기한 문화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늘 그래왔기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처럼 지나가지만,
제주 밖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들이기도 하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여행자일 때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제주 사람들의 일상 속 문화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오늘의 주제>
"신기한 제주 문화"
❶ 서흘 - 제주 도민들 분석기
❷ 서림 - 사소한 다름의 즐거움
❸ 서나 - 제주에선 이렇게 삽니다
1. 제주 도민들 분석기
서흘
사실 제주 도민분들을 그렇게 많이 만날 일은 없었는데요.
작년부터 운동을 하게 되면서 함께 운동하시는 분들이
저를 제외하고 모두 도민분들이시다 보니,
가끔씩 ‘아, 이분들 도민이시지?’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1 . 제주 자연을 자주 방문하진 않는다.
전에 운동 끝나고 밤에 ‘밤바다’ 이야기를 하시길래 “와, 제주 도민분들은 밤에 바다 보러 가요?” 하고 물어보니 당황하면서 ‘여수 밤바다 여행’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바다를 잘 가지 않으셨는데요. 정말 손꼽을 정도로 방문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딱히 꽃구경이나 신상 카페도 많이 가지 않으시더라고요. 제가 1년 동안 이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제주에 대해 제가 더 잘 알고 있다는 것… 여행지로 정말 유명한 곳들도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거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2 . 20분 이상 거리는 매우 먼 거리다.
저는 일하는 곳들이 항상 40분 이상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20분은 정말 가깝게 느껴지는데요. 20분 거리의 한 카페에 가서 “여기는 시내에서 가깝다”고 했더니 직원분이 “도민 되려면 멀었다, 도민들은 멀다고 잘 안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신제주에서 구제주 넘어가는 길도 정말 멀게 느껴지더라고요. 20분이면 시내에서 한라산 자락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리니까요.
제가 표선읍에서 시내까지 한 시간 거리를 올라가느라 운동에 늦은 적이 있는데, 멀리서 오셨다고 기립ㅜ박수를 받은 적도 있답니다…
3 . 그런데 생활 시설은 먼 거리를 감수한다.
이렇게 먼 곳들은 잘 안 가시길래 생활 반경이 좁으시나 했는데, 그런 것은 또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운동하는 곳이 제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라 제가 가장 멀 줄 알았는데요. 운동하시는 분들 중에서 제가 가장 가깝더라고요. 가장 멀리서 오시는 분은 차로 20분 거리를 오시기도 했어요.
생활 시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만큼, 그것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 부담이 없으신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제주에 살면 도민분들이 느끼는 거리감이 저희와 다른 것 같습니다.
2. 사소한 다름의 즐거움
서림
전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걸 좋아합니다.
원체 의지가 약한 편이라 언제나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걸 즐기는 편이죠. 제주에 온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부와의 소통을 줄이고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렇게 제주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엔 모든게 신기했습니다.
관광버스 같은 시내버스도
윗 동네를 ‘육지’라고 표현하는 것도
여름에는 가습기를 틀지 않으면 너무 습해서 걸어 다닐 때 쩍쩍 소리가 난다는 것도
겨울은 롱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생각보다 더 많이 춥다는 것도.
또 음식점 카운터에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귤 박스가 놓여있을 때도 있다는 것도.
글로 적기엔 너무 사소한 점들이지만,
아마 제주살이를 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른 채 살았을 겁니다.
사실은 몰라도 전혀 삶에는 지장이 없는 것들이죠.
그런데 왤까요.
전 이런 사소한 다름을 발견해내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강박감에 눌려
이 세상이 꼴도 보기 싫은 만큼 질렸다가도
이런 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조금 더 알아가 보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습니다.
아직 내가 못 본 세상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 죽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울 것 같거든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교류하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 것.
이 ‘호기심’이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큰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인생을 즐겁게, 또 버티게 해주는 그런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3. 제주에선 이렇게 삽니다
서나
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저를 ‘제주토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말투도 그렇고, 제주 여기저기를 여행하듯 살아가는 제 모습이
섬사람 느낌이 크게 나지 않는다고들 하더라고요.
사실 제주를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제주 문화가 특별하다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해본 지점이 없었어요.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당연했으니까요.
그런데 제주살이를 하는 친구들과 교류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알게 됐어요.
제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것들 중에,
‘제주만의 문화’가 정말 많았구나 하고요.

첫 번째는 결혼 문화예요.
제주에서는 결혼하는 친구의 사진을 카톡 프로필로 바꾸는 문화가 있어요.
최근에 언니가 결혼하게 되어 프로필을 바꿨더니
육지 친구들은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며
“이런 문화가 정말 있구나!” 하고 신기해 하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결혼식에는 ‘부신부’와 ‘부신랑’이 따로 있고,
전날 피로연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요즘은 피로연 문화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결혼식을 육지에서 올리거나, 서귀포·제주시처럼 이동 거리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로 피로연을 여는 경우도 아직 남아 있어요.
두 번째는 ‘신구간’ 문화예요.
매년 1월 말부터 2월 초, 이시기에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하곤 해요.
이 기간이 제주도의 전통 풍습 중 하나인 ‘신구간’이기 때문인데요.
신구간은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에 해당하는 시기로,
지상에 머물던 신들이 잠시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여겨지는 기간이래요.
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사나 집수리, 가구 이동을 하곤 했다는데
그래서 제주에서는 이사가 많이이루어지는 시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요즘에는 예전만큼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주에서는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저도 자취를 시작할 때에 신구간이 아니라
밥솥을 먼저 옮겨 놓으라는 말을 들었던 건 안비밀-
그리고 문화는 아니지만,
제주에서 살다 보면 볼 수 있는 귀여운 모습들이 하나 있어요.

겨울에는 귤이 여기저기처럼 깔려 있다는 것.
커다란 바구니째로 내놓는 그 귤들은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제주의 정이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에요.
이렇게 하나둘 들여다보면
저는 그냥 일상이라고 생각해온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문화더라고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일—
이런 순간들이 제법 흥미로워요.
익숙한 것이 다시 특별해지는 느낌이라서요.
여러분은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제주의 신기한 문화가 있나요?
<서나 pick>
드라마 속 제주, 이렇게 담겼어요 !
요즘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종종 볼 수 있어
TV 속 화면을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보곤 하는데요 -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제주의 문화와 풍습들도 볼 수 있더라고요.
오늘은 제주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촬영장소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우리들의 블루스
-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
- 촬영장소 : 금능포구, 금능반지하, 고성오일시장, 한림해안로, 카페송키 등
2. 웰컴투삼달리
-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삼달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
- 촬영장소 : 신창풍차해안도로, 오조포구, 별방진, 명월초등학교, 안돌오름비밀의숲, 신도포구
3. 폭싹 속았수다
-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 촬영장소 : 오라동 메밀밭, 구좌읍 김녕리 462-1, 성읍민속마을, 관덕정 제주목관아 등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인 <신기한 제주 문화>는 어떠셨나요?
익숙하다고 여겼던 이 섬의 문화와 일상 속에서
제주에 살다 보면 이 모든 풍경과 문화가 너무 익숙해서
굳이 의미를 붙이지 않고 지나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조금만 멈춰 바라보면 이곳의 일상은
제주라는 섬이 오랜 시간 쌓아온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여행자로 머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살아보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장면들.
그 속에는 제주 사람들의 속도와 관계,
그리고 계절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번 뉴스레터가 제주를 다시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되었기를-
그리고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제주를 만나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주 주제는 <제주에서 크리에이터로 산다는 것>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서서히 뉴스레터 https://maily.so/seoseo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