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떠나고 싶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안녕하세요, 1년차 제주도민 서림입니다:)
지난 번 처음 인사를 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갔네요.
일주일간 힘든 일은 없으셨나 안부를 여쭈며 오늘의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저는 요새 제주에서 2번째 여름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입추가 지난 이후로 조금은 아침 저녁에는 조금 선선해졌는데요,
무더운 날씨가 한창일 때는 여름이 금방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여름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더군요.
전 내년 봄에 제주를 완전히 떠날 생각입니다.
애초에 1년살이를 계획하고 오기도 했고, 살면서 불편한 점도 꽤 있었기에
제주를 떠나는 것에 큰 미련은 없습니다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왜 제주에 살고 있는 걸까.
제주를 떠나고 싶었던 순간을 없었을까.
그렇게 이번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살이 1년차와 3년차 그리고 제주 토박이.
전혀 다른 이유로 제주에 살기로 결정한
저희들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오늘의 주제>
"제주를 떠나고 싶었던 순간들"
❶ 서림 - 1년차의 솔직한 제주 후기
❷ 서흘 - 제주에는 3년병이 존재한다
❸ 서나 - 제주는 나의 집
1. 1년차의 솔직한 제주 후기
제주 살이 1년차의 시선
서림
전 제주에 산지 1년이 되어갑니다.
제주에 살기 전 까지는 몰랐습니다.
제주에 사는게 이렇게나 불편하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인지.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구매할 때는 언제나 추가 배송비가 있고요,
배송도 빠르면 2-3일, 느리면 일주일 까지 걸려 항상 미리 주문해야합니다.
심지어 냉동 음식같은 종류는 배송이 아예 안되는 것들도 꽤 있습니다.
가끔 친구들 결혼식이며, 각종 경조사로 인해 육지에 가야할 때가 있는데요
버스와 비행기값만 해도 왕복 15만원이 훌쩍 넘어가고,
이동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육지에 갈 일이 있을 땐 진이 빠질 각오를 단단히 해야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제주 생활이 정말 안 맞는 사람인가 싶은데요,
제가 지금까지 여러분께 말씀드린 부분은 ‘제주에 살면서 느끼는 불편’이지
‘제주 생활에 대한 불만’은 아닙니다. 사실 지금은 꽤 익숙해져 ‘불편하다’조차 느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제주는 원래 그래~’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모든 나라, 모든 지역의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제주 역시 정말 무수히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제주의 매력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곧 제주 살이를 정리하고 육지에 올라갈 계획인데요,
누군가 저에게 제주 살이를 후회하냐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제주에 살고 싶진 않다고 솔직히 말하고 싶습니다.
2. 제주에는 3년병이 존재한다
제주 살이 3년차의 시선
서흘
"제주에는 3년병이라는 게 있대."
제주에 살면서 익히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제주에 살다가 3년이 되면 여러 이유로 제주를 떠난다고 한다.
처음에 제주에 와서 정착하는 1년 동안에는 힘들었지만,
안정 궤도에 오른 2년 차부터는 제주가 너무 좋아서 평생 살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게 3년병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같은 장소를 재방문 하는 것보다 새로운 장소를 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3년병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사진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한 장소만 100번 넘게 방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날씨 별로 다르게 느껴졌고,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 계절과 시간대 별로도 모두 달랐다. 그 모든 시간대와 경우들을 다 경험하고 나니 제주가 질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어느 장소를 가도 더 이상 설레지 않아서,
내가 제주에 계속 있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고,
‘아, 내가 제주를 떠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는 3년병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3년을 넘기고 나면 제주에 오래 남을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3년을 넘길 수 있었다. 설레지 않았던 장소들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작업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각도로 제주를 바라보니 아직은 내가 하지 못한 것도, 새로 시도할 것도 많았다.
또다시 내가 제주에 질리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랬듯이 또 제주에게 빠져들 거다.
3. 제주는 나의 집
제주 토박이의 시선
서나
제주에 살면서 “제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라는 질문을 종종 들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여행지’로만 경험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삶을 쉽게 상상하지 못해서일 거예요.
어릴 적, 육지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던 친구들과 달리, 저는 제주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대학생 시절, 이십대 초반에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제주는 정말 작은 세상임을 느꼈고,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제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제주가 저와 잘 맞는 이유는 단순해요. ‘제주도’라는 섬의 느린 호흡과 바다의 리듬에 익숙하고, 마음만 먹으면 바다로, 오름으로 훌쩍 떠나 여행하듯 살 수 있으니까요.
매일 제주를 여행하듯 살아서인지, 제 시선을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물론 누군가에게 제주라는 곳은 낭만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계가 될 수도 있어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이들에게는 위로이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갇혀 있다는 감각으로 다가올 수 있고요. 교통의 불편함, 도시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선택지, 섬 특유의 좁은 인간관계는 숨 막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생각해요.
그래서 제주살이를 꿈꾸는 분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제주살이는 ‘로망’만으로 버텨낼 수 없다고. 섬의 아름다움과 불편함을 함께 껴안아야만 오래 머물 수 있다고요. 다행히 저는 그 느림과 고립마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주에서의 일상이 당연해질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을 잃지 않고 매일을 여행하듯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 “제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묻는다면, 저는 아마도 이렇게 답할 거예요.
“저에게는 제주가 딱 맞는 집이에요.”
<서림 pick > 마음을 위로해주는 노래
살다보면 열심히 했는데도 성과가 안나오는 날들도 있고
큰 이유 없이 지쳐버리는 날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가수'최유리'님의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포근하고 따듯한 음색과 가사들이 경직된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 하루도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께 이 노래를 추천합니다.
🎵 최유리- [살아간다]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인 <제주를 떠나고 싶었던 순간들>은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뉴스레터를 제작하며
1년차, 3년차 그리고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까지
3명의 서로 다른 시선의 제주도를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과연 나는 제주의 매력을 정말로 느끼려고 노력했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 지금까지 제가 속한 환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매일 똑같은 풍경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과 새로움을 찾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하겠다고요.
제주 살이를 꿈꾸는 분들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뉴스레터가 여러분께 어떤 마음으로 다가갈지 기대가 됩니다.
다음 주 주제는 <제주에서 좋아하는 동네>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서서히 뉴스레터 https://maily.so/seoseo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