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Ep 8. 세 사람이 기억하는 제주 동네

평범하지만 특별한, 우리의 추억이 담긴 동네들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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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매주 월요일, 제주의 세 작가가 전하는 제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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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좋아하는 동네가 있나요 ? "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 토박이 서나입니다.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었습니다.

기승을 부리던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 되었네요.

 

지나간 8월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달이었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가볍게 안부를 건네며 오늘의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충전이 필요할 때면

동네 한 곳을 정해 혼자 동네 여행을 다녀오곤 하는데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쉼을 가지기도 하고

동네를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거나 위로를 얻기도 해요.

 

요즘 들어 제가 좋아하는 동네들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동네들이지만,

저에게는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일상에 위로를 건네준 소중한 장소들이거든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동네는 모두 다를 거예요.

누군가는 익숙한 추억 때문에또 누군가는 머물던 순간의 온기 때문에 그곳을 오래 기억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제주살이 1년차와 3년차 그리고 제주 토박이.

세 사람이 기억하는 추억과 온기가 담긴 제주 동네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오늘의 주제>

" 내가 좋아하는 제주 동네 "

 

  서림 - 도심 속에서 찾은 나만의 휴식공간

❷  서흘 - 어르신들의 사랑방

  서나 - 노을과 바다가 머무는 동네

 


 

1. 도심 속에서 찾은 나만의 휴식공간

 

서림

 

제주에서 좋아하는 동네라는 주제를 보자마자 참 막막해졌습니다.

제주의 매력이 담겨있으면서도, 왠지 분위기 좋고 예쁜 곳을 추천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가장 제주스럽지 않은 중심지에 살고 있는데다가

지난 1년동안 집과 직장만을 왔다갔다 했기에 제주에 대해 잘 알지 못했거든요.

이 김에 좋아하는 동네를 찾아볼까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솔직하게 제가 잘 알고 저의 동네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노형동은요, 제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고 있는 곳으로

대형마트나 병원 뿐 등 좋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많은 음식점과 카페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거나 산이 보이는, 그런 풍경이 예쁜 곳은 아니지만

혼자사는 뚜벅이에게는 어디든지 걸어서 금방 갈 수 있어 살기에는 꽤 좋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일과 사람에 치여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멀리까지는 가기 귀찮고 체력이 없을 때 제가 자주 가는 장소 2곳을 여러분에게만 알려드릴게요.

 

 

1. 이운 소나이 국수

: 골목가에 있는 작고 따듯한 분위기의 국수집입니다. 매장에 조용히 흘러나오는 지브리 노래를 들으며 방금 나온 따듯한 국수를 먹으면 지친 몸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 들어 종종 퇴근 후에 혼자 먹으러가는데요, 이곳의 저의 추천메뉴는 잔치국수입니다! 반숙 계란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지 타마고 토핑을 추가해서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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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운 소나이 국수

📍주소 : 제주 제주시 다랑곶 227

🕖 운영시간 : 10:00 - 21:00 (라스트 오더: 20:30)

*일요일은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합니다. (라스트 오더 14:30)

*브레이크 타임 있습니다 (15:00 - 17:00)

 

2. 카페 플라케오

: 두번째로 추천해드릴 곳은 달달한 디저트가 땡기는 날이면 제가 꼭 가는 곳입니다. 이 곳은 골목가에 위치한 작은 디저트 카페인데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라 글을 쓸 때나 책을 보기에도 좋고 과일 케이크 뿐만 아니라 구움과자까지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배달도 운영하고 있어 가끔 나가기 귀찮은 날에는 플라오케 디저트를 시켜 집에서 홈카페를 즐기는 편입니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지만 저의 추천은 바닐라 초코칩 케이크피스타치오 초코케이크입니다. 부드러운 시트와 진한 초콜릿의 맛의 조화가 너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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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플라케오

📍주소 : 제주 제주시 성신로 223-5 1층 플라케오 카페

🕖 운영시간 : 10:00 - 19:00 (목요일 정기휴무)

*휴무일은 인스타 계정(@placeo_cafe)으로 별도 공지합니다.


 

2. 어르신들의 사랑방 

 

서흘

 

명월

: 밝은 달. 달이 밝은 동네

 

제주 한적한 마을, 명월리에서 사무소를 넘어가면 웅장한 팽나무 군락지가 펼쳐져요.

오후의 햇빛과 함께 나뭇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면 꼭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데요.

 

하지만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는, 명월리 팽나무를 방문할 때마다 만나는 어르신들 덕분입니다.

팽나무 아래는 어르신들의 사랑방 같은 곳으로, 오후가 되면 한 명, 두 명, 삼삼오오

나무 아래로 모여들어 이야기를 나누시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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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어요?”

 

처음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혼자 삼각대와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앞쪽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께서 말을 거셨습니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다른 할머니들도 은근슬쩍 한두 마디씩

거들면서 합세해서 또 화기애애한 대화의 장이 열리게 되었어요.

 

제주시에 산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어르신들께 시내는 너무 먼 곳이었나 봅니다.

날이 어두워지는데 숙소를 잡지 않아야겠냐고, 동네의 숙소가 남았나 심각하게 회의를 하시는데

그 모습이 훈훈해서 웃음 짓게 되더라고요.

 

어르신들의 관심은 외국인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 마을에 머물게 된 건지 신기한 외국인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면서 지나가자,

어르신들은 인사를 건네며 잘 지내냐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고

이제 그게 익숙한 건지 외국인은 영어로 또 답했어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골 마을의 정에 마음이 차오르는 기분이었어요.

그 후로도 명월리를 방문할 때마다 어르신들을 종종 만나곤 했고,

그때마다 어르신들은 유심히 지켜보다가 말을 걸곤 하셔요.

 

그래서 쉬고 싶을 때, 초록 팽나무가 있는 이 따뜻한 마을을 떠올리게 됩니다.

만약 제주를 방문한다면 한 번쯤 추천해 보고 싶은 동네예요.

 


 

3. 노을과 바다가 머무는 동네

 

서나

 

제가 입이 닳도록 추천하는 동네를 또 한 번 소개할 시간이 되었군요.

'제주에서 좋아하는 동네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돌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겨운 풍경을 이루고,

골목을 걷다 보면 고양이들이 구석구석을 누비는 모습이 반가운 곳.

바로 제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 하귀리예요.

 

노을 지는 시간대 풍경을 특히나 좋아했고,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보여서 퇴근길이면 포구에 들러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답니다.

하귀포구에서 바라본 노을은 삶이 막막하고 울적할 때마다 제게 위로가 되었던 풍경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제가 가장 애정했던 건,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가도 창밖을 보면 언제나 바다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잔잔하게 빛나는 바다는 지친 하루의 위로가 되는 풍경이었답니다.

특별할 건 없지만, 그 평범함이 주는 따뜻함이 저에겐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하귀리

천천히 걸을수록 매력을 알게 되는 동네 같아요.

소박하지만 정겹고, 그 속에서 일상에 기대어 쉴 수 있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이 동네를 떠나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여전히 그 시절의 퇴근길 노을이 떠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가 하귀리에 살며 자주 찾았던 공간들을 살짝 소개해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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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바우트뷰 하귀포구점

제가 작업하러 가장 자주 갔던 카페예요.

창밖으로 포구가 보여서, 노을이 지는 순간이면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곤 했죠.

어떤 날은 그냥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고요.

오픈 시간도 꽤나 빨라서 아침 일찍이 방문해도 좋은 공간이랍니다.

저한테는 '작업실이자 쉼터' 같은 곳이라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였어요.

 

📍 청수냉면불고기

저에게 맛집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곳이에요.

대체 도민맛집이란 뭘까?라는 의문이 들던 찰나

누군가 자주 가면 맛집이지!”라고 했는데요.

이 집의 비빔냉면을 먹으러 자주 방문하곤 했거든요.

사계절 내내 자주 찾았고, 특히 여름이면 더 자주 갔던 곳.

저만의 맛집으로 추천해요. (물론 입맛은 각자 다르니까, 가볍게 참고만 해주세요!)

 

📍 마시레치킨

사실 저는 하귀리에 살면서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요.

이 곳은 도민 맛집으로 아주 유명한 치킨집이에요.

평소 자주 먹던 곳이긴 했지만 점점 소문이 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걸 보니,

, 진짜 도민 맛집이 되었구나싶더라고요.

이제는 주문을 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맛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지만요.

 

 

정겹고 소박한 동네, 하귀리.

제가 오랫동안 살아서 더 애정이 깊은 곳일지도 모르지만,

제주의 정겹고 한적한 동네가 궁금하다면하귀리에서의 시간 꼭 남겨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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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나 pick >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 최유리- [동네]


 

“익숙한 골목과 오래된 풍경은 사라져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나만의 동네는 쉽게 잊히지 않아요.”

 

'최유리'의 노래 [동네]는 그런 마음을 닮아 있습니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과 담백한 목소리가,

마치 우리가 사랑하는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을 전해주거든요.

오늘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각자의 동네’처럼

이 노래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풍경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저에게도 마음을 쉬게 해주고,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동네들이 있기에

쉼이 필요할 때면 제주 동네 여행을 하는 듯 합니다.

 

듣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노래 🎵

산책길에, 혹은 하루의 끝자락에 조용히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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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 주제 <내가 좋아하는 동네>는 잘 읽어보셨나요?

 

모두들 각자마다 마음에 품고 있는 동네가 하나씩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익숙한 길, 늘 마주하던 풍경, 가끔 마주치는 작은 동네 친구들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걸음을 멈추면 그 속에서 나만의 풍경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동네에서 잠시 멈춰 서면, 일상을 조금 더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죠.

 

이렇듯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우리의 시간을 담고 추억이 깃드는 장소가 됩니다.

 

독자님들께도 마음에 아끼는 동네가 있으신가요?

누군가는 화려해서, 또 누군가는 잔잔해서 -

그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결국 동네는 우리가 살아낸 시간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독자님의 동네가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길 바라며

이번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무리해봅니다.

 

다음 주 주제는 <흐린 날, 제주에서 뭐하세요?>입니다.

그럼 우리는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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