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차를 타면 생기는 일"
안녕하세요. 제주 3년차 이주민, 서흘입니다.
제주는 차 없이 다니기 힘들다고 말하는데요.
여행으로는 소화 가능하지만, 오래 머물거나
깊숙한 곳들까지 가려고 하면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죠.
한 달에 천오백 km를 기본 주행하는 사람으로서,
제주에서 운전/렌트에 관해 다뤄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알찬 꿀팁들을 꾹꾹 눌러 담은 제주 운전의 세계로 잠시 초대해봅니다.
<오늘의 주제>
"제주에서 운전하기 "
❶ 서나 - 제주 도로 위의 작은 배려들 + 운전 TIP
❷ 서림 - 제주에서 이런 사람들은 차가 없어도 괜찮아요
❸ 서흘 - 제주 사진작가가 알려주는 사람들은 모르는 드라이브 스팟
1. 제주 도로 위의 작은 배려들
서나
제주에서 차 없이 지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정류장 간격도 멀다 보니 정말 가고 싶은 곳을 포기해야 하는 날도 있죠. 그래서 어느 날 결심했어요. ‘이젠 나도 나를 데려다 줄 차가 필요하구나.’ 그렇게 처음으로 중고차를 구입했어요.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야 세상이 조금 달라 보였어요. 보고 싶은 바다가 있으면 그대로 달려갈 수 있고, 비 오는 날엔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한참을 머물 수 있죠. 즉흥성이 생기고, 이동의 자유가 생겼어요.
그런데 그 자유만큼 책임도 함께 따라오더라고요.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초보 운전’ 스티커, 급하게 끼어드는 차를 보며 움찔한 적도 많아요. 제주 도로는 생각보다 좁고, 초행길 운전자도 많아서 양보와 배려가 자연스레 필요한 공간이에요. 저도 처음인 시절이 있었기에 초보의 서툶을 이해하고, 다른 운전자의 실수에 조금 더 여유롭게 반응하려고 한답니다. 누군가의 급정거 뒤엔 놀란 마음이, 서툰 방향지시등 뒤엔 긴장한 손이 있다는 걸 아니까요.
운전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연습 같아요. 길 위에서의 배려는 결국 삶에서의 배려로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이렇게 조금씩 길 위에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빨리 가는 대신 천천히 양보하고, 경적 대신 차분한 여유를 가지면서요.
제주에서 운전하면서 알아두면 좋을, 작지만 중요한 팁들을 몇 개 적어볼게요. 조금 서툴더라도 괜찮아요. 운전할 때에는 언제나 안전제일이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기로 해요.
🚦 제주 운전, 알아두면 좋은 작지만 중요한 팁들
- 오름 입구나 바닷가 근처엔 비포장도로가 많아요. 돌길에서는 바퀴가 미끄러질 수 있으니 속도를 천천히 줄이기.
- 회전교차로에서는 진입 차량보다 회전 중인 차량이 우선이에요. 서두르지 말고, 타이밍을 천천히 보는 게 좋아요.
- 해안도로에서는 안개나 빗물로 시야가 흐려질 때가 많아요. 그럴 땐 전조등을 꼭 켜기.
- 가끔 도로 위에 야생동물들이 뛰어들기도 해요. 놀라더라도 급브레이크보단 천천히 감속하기.
2. 제주에서 이런 사람들은 차가 없어도 괜찮아요.
서림
“제주에선 차 있는 게 편해”
제주에 오기 전부터 자주 듣던 말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 하나둘 면허 학원에 등록할 때 19살의 서림은 그리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면허 따도 차 못 사는데, 지금 따봤자 장롱면허만 더 될 테니… 그냥 차 살 수 있을 때 따지 뭐!’
그리고 지금 27살, 저에겐 여전히 차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차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차를 가진다는 건 단순히 구매만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매달 내야 하는 보험비, 기름값, 정기 점검, 수리비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내가 핸들을 잡음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차 없이 제주에 사는 건 꽤 불편한 일이긴 합니다.
차로는 30분 정도 걸리는 곳도, 버스를 타면 1시간씩 걸리기 일쑤이다 보니 체력을 비축하고 싶은 주말엔 잘 나가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직 운전면허를 딸 생각이 없습니다.
다행히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에 직장이 있고, 택배와 배달이 잘되는 동네에 살고 있기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제가 깨달은 점은
전 멋진 자연경관이나 오션뷰 카페보다,
단골 국숫집에서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고,
근처 디저트 가게에 들러 케이크 한 조각을 포장하는 데
더 큰 감동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차를 가질 여유가 없는 상황과 제 성향이 이토록 찰떡이니, 이런 저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하지만 언젠가 핸들을 잡아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저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운전자의 행복을 찾아 나갈 테지만, 그때까지는 뚜벅이라 아낄 수 있는 지출의 일부를 제가 매일 사용하는 저의 공간과 저를 위해 조금 더 쓰고 싶습니다.
3. 제주 사진작가가 알려주는 사람들은 모르는 드라이브 스팟
서흘
제주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해안 도로나 멋진 숲길이 아닌
큰길로만 안내해 주기 때문에 드라이브의 낭만을 즐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제주 낭만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해 드릴게요.
1. 한밤중에 별빛 드라이브
우연히 밤에 녹산로를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1100로보다도 불빛과 차량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별이 어마어마하게 잘 보입니다. 당시 뚜껑이 열리는 차를 타고 있어서 아예 열어 놓고 별을 보며 드라이브를 했었는데, 일행이 너무 감탄했었어요.
중간에 차를 세워 놓고 나와서 올려다보는데, 무슨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주에서 밤에 많이 드라이브를 했었는데 가장 별을 많이 본 순간이었습니다.
2. 해질녘의 황금 물결 드라이브
일몰 명소로 유명한 고내리~구엄리 라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리는데요.
해식 절벽을 끼고 있어서 장엄하고 가슴이 벅찬 느낌입니다.
이 라인 사이에 돌바닥 위, 벤치 위, 그냥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일몰을 구경하곤 해요.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차를 세우고 일몰을 즐기는 걸 추천드려요.
3. 나만의 푸른 바닷길 드라이브
이곳은 아주 짧은 길인데요. 북촌포구~북촌환해장성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지형물도 없고, 푸른 바다가 아주 잘 보입니다.
천천히 바다를 구경하면서, 길이 짧아 아쉬워서 두세 번 왔다 갔다 하기도 했어요.
이 라인에 창꼼바위가 있어서 함께 구경하면 좋을 듯합니다.
<서흘 pick> 제주 렌트/드라이브 TIP 모음
제주 렌트/드라이브 관련하여 현실적인 TIP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니 한 번 정독해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인 <제주에서 운전하기>는 어떠셨나요?
제주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화나는 순간도 많고,
반대로 너무 멋진 순간들도 많습니다.
저는 아직도 도로 끝에서 바다가 보일 때,
오름 사이로 초록 능선을 달릴 때,
해질녘 눈이 부신 태양을 보며 달릴 때 여전히 벅찹니다.
그 설레는 순간들을 전달해 드려보고 싶었습니다.
다음 주 주제는 <제주에서 가능한 작은 사치들>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서서히, 제주에 스며들도록
서서히 뉴스레터 https://maily.so/seoseo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