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경] 2. 성인

2026.06.22 | 조회 140 |
0

20살이 되고 대학 입시에 전부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집에다 재수는 안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그래.. 너 원래 대학 안갈려고 했잖아?” 라고 말씀 하셨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내내 자퇴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차마 말씀을 못 드리곤 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당시에는 입시에 떨어진 것이 차라리 잘 됐다 라는 마음이 컸다.

 

그 시절엔 왜인지 내 주위에서는 대학에 안가면 큰 일이 날 듯 생각해 나를 설득하려던게 기억난다. 나는 속으로 “드디어 내 음악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다”라며 잔뜩 상기되어 남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장벽이 높았다. 당시 작업하면서 크게 느낀 것은 내 생각만큼 하려면 지금 실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었는데 인정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모양새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정도의 객관성은 탑재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과 밴드를 해볼까 하다가도.. 아니야.. 나는 무조건 원맨밴드로 음반을 낸다.. 이 유구한 고집때문에 시도조차 안했었다. 어찌보면 나는 기타리스트로 밴드에 소속되는게 가장 큰 꿈이었는데 지금까지 못 이뤘다.

 

그렇게 어찌저찌 EP앨범 제작에 매진했다. 하지만 다 만들면 이걸로 뭐하지..? 싶었다. 아직 연습기간?이라 생각했었지만 어딘가 소속감이 없으니 마음만 급했었다. 그러다 지칠때면 문정민 선생님(이상의 날개)을 찾아 뵙곤 했는데, 선생님이 내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위로였다.

 

별개로 나는 성인이 되면 주어지는 자유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20살에 기억나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대흥행해서 떠밀리듯 읽고, 극장에서 거북이 달린다라는 영화를 보곤 김윤석님의 연기에 놀라웠던 기억, 이상은님의 파라다이스라는 노래.. 이런 것들이 있다.

 

다시 돌아와 어떻게든 꾸역꾸역 작업하는 와중에 갑자기 병이 나서 수술을 하게 되고 뭔가 정신없고 불안한 해였다. 그래도 군입대 한달 전 쯤 이전에 메일링에서 공개한 적 있는 09demo의 곡들을 완성하게 되었다. 사실 완성보다는 시간이 없어 강제로 마무리 했다. 지금 들으면 미숙함만 느껴지는데 그래도 이것이 당시 나의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이런 부족함을 경멸했다. 초기 데모들이 있는 오래된 외장하드를 볼때마다 버릴까. 하다가도 됐다 싶다. 결국 이런 부족함도 다 나더라.

 

전체 공개로 바꿨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신해경

또 메일 할게요.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