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한분이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얼핏 보아도 연세가 많으셨지만, 여유와 기품이 있으셨고, 은퇴 후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보내시는 분 처럼 보였습니다.
"대표님, 제가 지금 답답합니다."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으로 조곤조곤 자신의 상황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그동안 2곳의 대형 증권사를 변경하며 PB(Private Banker) 에게 맡겨왔는데 현재 성과가 좋지 않은 것 같고,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하다는 것 이었습니다.
이런 답답함을 주변분들에게 호소하던 차에 저희를 한번 찾아가보라고 누군가 이야기를 해줘서 직접 찾아오게 되었다라고 하시네요.
말씀을 주시면서 종목과 매수가격, 수량을 수기로 적어둔 수첩을 꺼내어 보내주셨습니다. 연세가 많으신터라 어플 사용이 익숙치 않고, 여전히 바쁘게 살고 계셔서 본인이 직접하기 보다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듯 했습니다.
수첩에 적힌 수량과 매수금액을 대략 계산해봐도 금액이 상당히 컸습니다.
아마 제가 그동안 만나뵌 개인투자자 분들 중 최고액이 아닐까 싶네요.
PB(Private Banker)가 정확히 커뮤니케이션을 안하는지, 정확한 계좌의 상태도 알지 못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수첩에 적어둔 종목들을 보니 한때 국내주식 시장에서 뜨거웠던 종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략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투자로 마음 고생을 하시다가 찾아오시는 분들에 종목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인기주식'을 모두 가지고 계시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고객 상담을 하면서 항상 뒤따라 들어가는 '인기 주식'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데이터 분석과 통계적 관점에서 보면 제게 "인기 주식"은 가장 피해야할 주식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한번 살펴보죠.
'인기 주식'에만 투자한 결과는?
'인기주식'에 반복적으로 투자하는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국내 상장된 2000여개의 종목들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매 분기마다 '유통주식 수 대비 과거 6개월간 거래량'이 높은 종목들을 순위를 매겼습니다.
그후 거래량이 가장 많은 1등부터 200등까지는 1번 그룹, 201등 ~ 400등까지는 2번 그룹 이렇게 총 10개의 그룹을 만들었어요. 따라서 1번 그룹은 매 분기 종목을 뽑는 시점에 가장 과거 거래량이 가장 높은 종목군을 의미하구요, 10번 그룹은 매 분기 시점별로 과거 거래량이 가장 낮았던 종목들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그룹을 나눈 후 3개월 간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순위를 매기고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빨간색 선을 봐주세요.(1번 그룹, 당시 시점에 과거 거래량이 많았던 종목들) 과거 거래량이 많았던 종목들만 골라 투자를 반복해 왔다면, 결과는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한편, 파란색 선은 과거 거래량이 적었던 종목들을 의미하는데요, 전반적으로 성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보기 좋게 조금 더 요약된 차트로 보겠습니다.
아래는 위의 결과를 연환산 수익률로 바꾸어 봤는데요, G1 (과거 거래량이 많은 종목들) 과 G10 (과거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 을 보면 거래량이 높은 종목일 수록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G1 의 -0.15 는 과거 거래량이 많았던 종목들만 골라 투자를 했다면 평균적으로 연간 -15%씩 손해를 봤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정밀하게 테스트를 진행해보겠습니다.
"과거 가격 상승률"과 "과거 거래량" 2가지 개념을 모두 사용해서 테스트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인기 주식을 "과거 가격 상승률이 높으면서 과거 거래량도 많아진 종목" 으로 정의하여 과연 인기 주식에 반복적으로 투자하는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선 방식과 마찬가지로 먼저, 2006년부터 매 분기마다,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1년간의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5개의 그룹을 만들겠습니다.
2,000종목을 과거 1년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5개 그룹으로 나누니까 한 그룹당 400종목(2000/5) 정도가 해당됩니다.
다시 각 그룹안에서 (400종목) '과거 거래량'을 기준으로 5개 그룹으로 나누어 볼게요. 최종적으로 그룹당 80종목 (400/5) 씩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과거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들 중에서도 거래량이 많아진 종목들과 그렇지 않은 종목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차이를 구분해서 비교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과거 가격 상승률이 낮았던 종목들 중에서도 거래량이 크게 많아진 종목들도 있을 것이고, 거래량이 낮아진 종목들도 있을 것이구요.
이렇게 과거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5그룹으로 나눈 후, 다시 각 그룹안에서 5개의 그룹으로 쪼개면 5 X 5 = 총 25개의 그룹이 만들어 지게 됩니다, 2006년부터 매 분기마다 당시 시점의 데이터로 그룹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서 투자를 했을 때 결과를 보겠습니다.
아래는 테스트 결과를 연평균 수익률을 정리한 표입니다.
빨간색 배경으로 칠해진 곳을 봐주세요.
높은 가격 상승률과 동시에 높은 거래량을 가진 종목들에 2006년부터 2024년까지 투자했다면 연간 -18.4% 씩 손해를 봤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는 모든 그룹중에서 최악입니다.
이렇게 테스트 결과로만 보면 실감이 잘 나지 않을 수 있어요. 1년전쯤으로 돌아가서 당시에 '인기주식'(높은 가격상승률과 높은 거래량)으로 분류된 그룹에 어떤 종목들이 뽑혔었고, 현재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한번 살펴볼게요.
1년전 인기 주식은 현재 어떻게 되어 있을까?
최근에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이 가지고 계신 종목들은 보통 1년, 2년전쯤 당시 모두가 이야기하던 종목들에 뒤늦게 투자하여 현재까지 보유하고 계신 경우들이 많습니다.
일시적으로는 성과가 좋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잠시만 보유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쯤인 2023년 7월 기준 당시 '높은 가격 상승률과 동시에 높은 거래량'을 보인 종목들이 무엇이었는지 확인을 해봤습니다. 3종목만 뽑아볼게요.
지금으로부터 1년전, 에코프로, 금양, 포스코 DX 종목이 당시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으면서 거래량도 크게 증가한 종목들이었네요.
에코프로, 한때 정말 많이 뉴스와 유투브 등에서 다루어지던 종목이었는데 요즘은 에코프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네요.
이 종목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보겠습니다.
에코프로 입니다.
한눈에 봐도 당시 엄청난 가격 상승률을 자랑했었습니다. 무섭게 상승을 하던 에코프로는 2023년 7월 말 기준으로 최고가 307,800원 에 닿은 후 현재(2024-09-13)는 76,800원으로 고점 대비 -75% 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약 최고점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투자금이 2,500만원이 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금양입니다. 금양도 에코프로랑 마찬가지로 같이 많이 다루어지던 종목이죠.
결과는 에코프로와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 7월 말 최고가 대비 -75% 기록 중이네요.
한편, 포스코 DX 는 조금 다릅니다.
2023년 7월 말 기준 당시에도 이미 충분히 많이 가격이 상승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약 31,000원 으로 부터 2024년 초까지 79,600원을 찍으며 156%가 더 상승했습니다. 아마 이때 투자하셨던 분들은 한동안은 아주 기분 좋은 상승을 경험했을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투자자들은 이런 종목들에 대한 투자를 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는 최고점 대비 -63% 가 하락한 29,350원입니다.
한 두번의 기분 좋은 상승을 경험했을 수 있으나, 통계적으로 "인기주식"은 지는 게임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를 정리한 통계가 항상 미래에 참조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과거의 통계가 미래에도 반복되리라 믿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면 우리가 참고할 만한 유용한 정보가 될 겁니다.
저는 '인기주식'에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 통계적 사실 뿐 아니라 이런 현상이 만들어지는 구조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기 주식의 전형적 패턴
인기주식이라는 것은 그자체로 그동안 엄청난 상승을 해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식입니다. 이 특징이 최근 가격 상승률과 거래량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구요.
이런 환경에서는 군중심리가 작용합니다. 도저히 정당화 하기 어려운 가격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면, 시장에서는 현재의 가격을 정당화 하기 위해 미래 실적이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긍정적 스토리들을 쏟아냅니다. 누구도 미래는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희망찬 이야기들로 스스로를 정당화 하며 또 현재의 가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여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은 엄청난 수익률에 꿈에 부풀어 모든 현금과 대출을 끌어다 투자를 합니다. 아직 이 종목에 투자하지 않으신 분들은 내 종목은 별로 상승하지 않는데, 뉴스, 커뮤니티에서, 옆 동료가 매일 얼마 만큼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다 결국엔 참지 못하고 편승해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보통 이 순간에는 이미 눈치 싸움이 시작된 상황입니다.
어느 순간 이 기업의 실적 상승률이 조금만 주춤해도 모두가 빠르게 주식을 던지게 됩니다. 모두가 현재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내심 알고 있기에 조금만 부정적인 뉴스와, 하락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하락이 진행되다 보면 사실은 이 밸류에이션은 과도했다라고 현재의 하락을 설명하는 스토리가 시장에 나오면서 더욱 가격이 빠르게 하락합니다.
그러다 어느시점에는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장기보유 할 수밖에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주식이 되는것이죠. '인기주식'에서 반복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결론
-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고들 하죠. 데이터와 통계는 이 격언이 맞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지난 20년간 최근 1년 가격상승률이 높고, 거래량도 크게 증가한 주식에 반복 투자했다면 연간 -18% 씩 돈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 단타를 목표로 하는게 아니라면, 비인기 주식에서 수익의 기회를 찾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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