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M 편집장 김예빈
🎬 영공소식
1. 지나간 영공
🎉개강총회🎉
지난 9월 12일 밤, 영공 80기 시작을 알리는 개강총회가 열렸어요.
많은 부원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80기 임원진 소개와 활동별 계획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 학기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첫번째 감상회🎞️
🕰️ 일시 :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 장소 : 서강대학교 K202
9월이 왔는데도 도통 오지 않는 가을, 여름의 끝을 기념하며 최재혁 감상단장이 <다함께 여름!>을 상영했어요.
실제로 영화가 상영된 후 며칠 사이에 시원한 가을 날씨가 되었죠. 환절기가 찾아왔어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
2. 다가올 영공
➗️ 나누다
강시형 에디터가 구독자님에게 <베테랑 2>를 소개합니다.
영화: 베테랑 2 (2024)
감독: 류승완
<사회적 담론은 더하고 장르적 쾌감은 덜어낸 속편>
영화 소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후속편인 <베테랑 2>가 이번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13일 개봉했다. 전작이 개봉한 지 9년 후 나온 이번 작품에는 전작의 주인공 서동철 형사 역을 맡았던 배우 황정민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주·조연 배우들이 동일한 배역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주요 인물로 배우 정해인이 분한 박선우가 추가되었다. 1편의 명성에 힘입어 연휴 기간에만 450만 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이어가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전작에 비해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좋고 나쁨이 갈리는 요소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영화가 비판을 받게 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영화의 색채가 전작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9년 전 <베테랑>은 절대적 악인인 조태오(유아인 扮)를 단죄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필두로 뛰어난 액션 연출과 코미디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고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속편이 나오기까지 걸린 9년 사이에 비슷한 방식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큰 성공을 이룬 4편의 <범죄도시> 시리즈가 나타났다. 유사한 방식으로 크게 성공한 영화와 굳이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감독은 자신만의 색과 관심사를 영화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하여 더욱 거대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장르를 비틀어 재미를 유도하는 지점을 옮기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영화의 양날의 검이 되어 뛰어난 흥행 속 호불호 갈리는 평을 이끌어 내었다.
이번 글에서는 감독이 영화 속에 담아낸 사회 문제와 장르의 변화에 대해 분석해볼 예정인데, 감독이 지적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그 찬반을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저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고 그로 인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 사회적 담론
막대한 부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 한 모습을 보인 범죄자 조태오를 제압함으로써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통칭하는 특정한 집단의 사회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사이버 렉카’, ‘사적제재’ 등을 중심으로 ‘정의에 중독된 사회’라는 보다 거대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속 담론을 자세히 다루기 위해서는 <베테랑> 시리즈를 관통하는 전제가 되고 있는 감독이 바라본 한국 사회 모습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권력자에 대한 불신’이다. 1편의 조태오는 대기업 재벌로서 자신을 잡으려는 형사를 자신의 부를 이용한 외압을 행사하며 막으려 하고 영화의 중후반까지는 이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한다. 즉, 부를 통해 권력을 쥔 집단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편에서 해치는, 영화 후반부 죄 없는 시민을 죽이려 드는 온전한 악인으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저지른 범죄에 비해 낮은 처벌을 받고 반성하지 않는 자들을 죽이는 자경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범행이 발생하고 또 호응을 얻게 된 근원에는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번 영화가 전작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이를 드러낸 지점은 현상의 범위와 비판의 대상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히 사법권을 쥔 소수의 타락한 인물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사법 불신으로 집결한 사회적 집단을 비판하고 있다. 두 문제 집단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대소관계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의 수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상대적인 규모를 비교할 수 있는데, 타락한 재벌과 이에 유착한 권력자들은 사회적 소수 집단이다. 반면에,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촉발된 대중의 움직임은 대규모의 사회적 다수가 된다.
소수의 악랄한 권력층에서 사회적 다수의 집단적 움직임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시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1편이 개봉한 이후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특히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적 변화가 커지는데 큰 일조를 하였다. 의협심을 넘어서서 정의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때이며, 정당한 분노와 길 잃은 분노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어쩌면 소위 ‘사이다’로 분류되는 <베테랑>이나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영화들의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고, 감독도 이를 의식했을 수 있다. 그래서 뒤에서 자세히 소개할 서도철 형사의 성장을 서사에 도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수의 죄지은 인간을 지적하다가 대중 다수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영화를 보는 대상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같으므로 직설적으로 이를 표현하면 관객의 거센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영화로써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러한 저항을 피하려고 한 가지 장치를 추가했는데 바로 대중에게 직접 비판을 가하는 대신 비판을 받을 만한 특정 인물을 설정하고 다시금 같이 해당 인물을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감정 이입의 대상을 설정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심리적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 장르적 쾌감
앞서 언급한 사회적 담론의 대상과 규모의 변화와 함께 장르 또한 일정 부분 변화가 생겼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전작이나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형사 히어로물에 집중하지 않고 서도철이라는 인물의 성장과 변화에 무게추를 둔 작품이 되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가 두 개 있다.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
윗대사부터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1편부터 본작 초중반까지 서도철은 죄질이 나쁜 죄인들에 대한 폭력적인 단죄를 찬성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상의 죽음을 기점으로 점차 성향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중간부터 묘사되는 아들의 문제도 한몫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치를 잡은 이후에 집에 돌아와 아들과의 대화에서 아래의 대사를 통해 성향의 변화를 넘어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히어로물에서 이러한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영웅적 활동에 회의를 표하기도 하고 고뇌하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고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기존 히어로 장르 영화의 문법이다. 마지막 심정지가 온 해치를 살리기 위해 구급대원이 왔음에도 자신의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플래시백으로 지나간 과거의 장면들을 떠올리는 서도철 형사의 모습을 보면 악인을 저지하기 위해 강한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자신의 신념이 극에 달한 인물인 해치를 마주하고 그를 반면교사 삼아 일종의 회개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성장과 자기반성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1편에 대한 감독 자신의 반성을 나타낸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정의에 중독되어 사이버 렉카 따위에 선동 당해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분노를 표출하는 대중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시도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악을 단죄하는 선이라는 히어로물의 장르적 쾌감은 확실히 줄어들었으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더 깊은 울림을 느낄 수도 있게 변화를 추구한 셈이다.
(=) 총합
정리하자면 1편에서는 주변인들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고 짓밟아 온 명확한 악인 그리고 그에게 빌붙는 곁가지 인물들과 현실에 없는 강한 힘으로 이들을 제압하는 주인공의 대립 구도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조명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정의에 중독되어 되려 사리분별 능력을 잃은 대중의 행태를 지적함과 동시에 그들의 분노를 통해 돈을 벌거나 개인의 폭력적 욕구를 해소하는 화살받이형 악인을 내세움으로써 기존의 분명한 선악의 대립 구도를 일정 부분 허물었고, 주인공이 기존의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반성하고 성숙해지게 함으로써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직관적인 장르적 쾌감을 주기보다는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 두 가지 변화가 잘 어우러져 영화의 질을 높이고 관객에게 더 다채로운 재미를 주었느냐고 하면 안타깝게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품 속 허수아비 악당의 존재가 영화의 가치를 양쪽으로 훼방을 놓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분명 정의에 중독된 사회의 다수를 지적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을 위해서는 보다 정확하게 대상을 설정해야 하는데, 많은 관객을 동원해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영화의 특성상 불특정 대중 다수를 상대하기 버거웠는지 비판의 화살을 대신 맞을 과녁과도 같은 존재를 추가하였다. 결국, 전작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악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영화의 매듭을 지음으로써 사회에 대한 통찰은 희미해졌다.
게다가 이렇게 명백한 악인을 설정하고 나니 주인공의 성장서사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약해졌다. 주인공의 어두운 단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던 인물이 실상은 주인공과는 전혀 결이 다른 순수한 악인으로 격하됨으로써 악인을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주인공의 행보가 근거를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되려 관객이 역시 저런 악인은 혼쭐나야 한다는 신념을 공고히 할 길을 열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편과 마찬가지로 절대적 악인을 때려잡는 주인공만 남게 되었다. 문제는 주인공의 신념이 변화하며 마지막 악인을 제압하는 상황조차 그 매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악인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마지막 발악마저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1편과 비교했을 때, 강인함으로 악인을 제압하지 못하고 실력으로 밀려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 뒤 운과 우연에 가깝게 범인을 체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감정이 고조되어 절정에 다다르지 못하고 김이 새는 꼴이 되었다.
결론
감독은 <베테랑 2>를 제작하면서 사회적 담론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판의 대상을 대중으로 설정하였고, 거기에 히어로물의 장르적 쾌감보다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의 변화를 꾀하였다. 문제는 관객의 저항을 피할 목적으로 욕할 정당성을 갖춘 피해자와 욕먹어 마땅한 절대적 악인이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 허수아비의 존재로 덕분에 상업 영화로써 돈을 벌 수는 있었지만, 사회적 담론은 흐려지고 주인공 서사도 설득력을 잃는 꼴이 되어 영화의 가치가 낮아졌다.
누군가는 이번 감독의 시도가 액션 히어로 영화의 장을 넓히는 일이라면서 좋아할 수도 있지만, 변화를 시도한 자체로 긍정하는 것에서 평가를 마치는 것은 영화의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평가 방식이 아니다. 시도의 성과에 대한 분석이 같이 이루어져야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영화의 발전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베테랑 2> 비평은 한국의 히어로물 영화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작성된 것임을 밝히며 글을 마친다.
강 시 형
- 여기서 소개된 글은 이번 겨울에 실물 잡지 《FEELM 공동체》로 발행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영공 부원 대상 자유 기고도 받고 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뉴스레터 발행 예정일 1주 전까지 '[기고] 학번_학과_이름_영화 제목'으로 A4 기준 1페이지 이상, 2~3장 글 관련 사진을 sogangfc.drive@gmail.com로 보내주세요. 검토 후에 공유할게요. 뉴스레터가 아니어도 실물 문집에만 공유하고 싶은 글도 수시로 받고 있어요 언제든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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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M NO.2 만든 사람들
편집장 | 김예빈 (yebinjoy@gmail.com)
교정·교열 | 박소영 (caulfiel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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