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님의 영화가 곧 시작합니다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여름의 끝자락에서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아직도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지만, 산책 중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네요. 서강영화공동체는 여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번 뉴스레터는 우리 공동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에요. 새로운 부원 모집, 뉴스레터, 개강총회, 영화 감상, 영화 제작, 작은 영화제, 함께 하는 부산국제영화제 , 무비 올나잇, 그리고 매거진으로 재탄생할 문집 제작 등 80기와 함께할 다양한 활동들이 기대돼요. 

뉴스레터는 서강영화공동체를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고요. 격주 화요일 오후 8시에 발행돼요!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는 격주로 소식과 영화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길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FEELM 편집장 김예빈 

🎬 영공소식

1. 서강영화공동체 80기 신입부원 모집

지원하기

2. 동아리 거리제 

일시 : 2024년 9월 4일 (수) ~5일 (목) 

이번 동아리 거리제에서는 서강영화공동체는 동아리 홍보 뿐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난이도별, 언어별 영화퀴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나누다 

박소영 부원이 구독자님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소개합니다.

<가벼운 이야기>

영화: 여름 이야기 (1996)

감독: 에릭 로메르

*<가벼운 이야기>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개인적 시선에서 뒤튼 글로, 쿤데라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름만이 보여주는 경중이 있다.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나의 경우) 떠나고 싶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마음이 수시로 든다. 습하게 우리를 짓누르던 물방울은 그 몸을 기꺼이 땅에 내던져버림으로써 가벼움을 만끽한다. 이들이 친히 하늘을 위아래로 훑고 물러나면, 쨍한 햇빛이 머리 위에 드리운다. 사람들은 더위라는 짐을 힘껏 짊어지면서도, 땀을 떨어트리며 몸을 가벼이 한다. 여름은 가벼움과 무거움을 마음껏 펼쳐내는 계절이다.

  <여름 이야기>는 이러한 빛과 어둠을 잘 내보이는 여름을 묶어낸 일기집이다. 가스파르는 마고, 솔렌, 레나 사이에서 변덕스럽다. 에릭 로메르의 말마따나 가스파르는 ‘매번 입장을 바꾸는 일관된 사람’이다. 심지어 휴가를 마칠 무렵엔 이 세 명도 아닌, 음악 테이프를 선택한다. 누구와도 오위상트 섬에 가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떠나는 그의 모습은 더욱,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어떤 이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영원이 되고자 한다. 자칫 어딘가로 영영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무거운 돌이 되어 인생을 눌러둔다. 그러나 이러한 소망은 소망으로 그칠 뿐이다. 삶은 무거울 수 없다. 가스파르는 삶의 가벼움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빈번히, 무리하게 확신의 말을 던지는 동시에 자신을 가볍게 불신하곤 했다. 그러고는 매어진 닻을 올려 테이프를 찾아 떠난다.

  누구든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제 그랬던 것이 오늘은 아닌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렇기에 (적어도 내게 있어) 관건이 되는 것은 ‘온전하게 알 수 없는 실체’가 아니라, ‘인식되는 실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로 진리의 실체를 기다리며 어두운 쇠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기쁨에 겨워한다. 그 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죄수로 곤히 잠든다.

  가벼움이 좋고 무거움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들이 좋음과 나쁨 그 자체를 속성으로 가지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은 무거움에 익숙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탯줄에 매여 갇혀있다. 속박에서 풀려나는 순간, 다시 생명선에 묶여 곡예비행하도록 내던져진다. 죽어서도 땅속에 단단히 결박된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의존됨으로써 삶의 무게를 더하려 해보지만, 덧없다. 인생은 가볍게 설계되었다. 그렇기에 낯익은 무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이곳에서 벗어나 낯선 가벼움을 찾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아담과 하와’라는 동화가 가르친 삶이라는 원죄, 바로 그 나쁜 피가 우리로 하여금 가볍고도 무겁게 살아가도록 한다.

 쿤데라의 힘을 빌려, 여름과 <여름이야기>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글조차도 너무나 가벼워 참을 수가 없다

박 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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