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님은 무더웠던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혹은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영화 <어글리 시스터>의 사운드트랙을 자주 듣고 있는데요. 사실, 이전에 스코어로 참여한 노르웨이 뮤지션 Vilde Tuv의 음악을 재밌게 들은 기억이 있어서, 지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미리 보고 왔던 영화예요. 이 영화가 드디어 극장에서 개봉한 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투게더>와 함께 신세대 바디호러 영화로 소소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기대 이상이었던 영화는 물론, 영화음악도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 추천해 드리고자 영상 링크를 가져왔어요. 이번 주는 음악을 틀어놓고 FEELM을 즐겨보는 거, 어때요?
개강에 이어 드디어 영공의 첫 행사, 동아리 거리제와 개강총회가 연달아 열렸어요. 함께했던 9월의 추억을 되돌아보며 제작단 워크숍, 작은영화제 등 다음 이어질 행사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봐요.
이번 호 '나누다' 섹션에서는 박상준 부원이 <와일드 투어>와 <에스퍼의 빛> 두 영화를 통해 디스플레이 속 영황에 대해 탐구해 보아요. 이어서 강시형 에디터가 <와일드 투어>를 통해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요. 마지막으로는 김가은 부원이 여러분에게 영화 <버팔로 66>를 소개해요. 그럼, 다시 한번 우리의 영화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FEELM 편집장 박민제
🎬 영공소식
9월 1일 개강에 이어 영공은 동아리 거리제와 개강총회,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영화제 MT까지 바쁜 한 달을 보냈어요. 그 중 동아리 거리제와 개강총회의 기록을 함께 되돌아봐요!
⛺️ 동아리 거리제 ⛺️

행사 일시 : 9/4(목) ~ 9/5(금)
행사 장소 : 청년광장 동아리 거리제 부스
2025년 2학기 동아리 거리제에 참가했어요. 영공 거리제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영화 퀴즈뿐만 아니라 이번 거리제에서는 동방 구석에 놓여있던 아날로그 TV와 비디오테이프들을 활용해 간이 감상회도 진행했는데요. 혹시 깨알같이 저(문집부장)의 디제잉도 보신 분이 있으실까요? 맞다, 스페셜 버전의 팸플릿도 잊지 않고 챙기셨죠?
🎤 개강총회 🎤

행사 일시 : 9/13(금) 18시~
행사 장소 : 김대건관 K202호
드디어 개강총회 임원진의 소개와 활동 소개를 시작으로 스터디 모집과 회칙까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고, 또 집중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총회 뒤에는 익숙한 회식 장소에서 뒤풀이도 가졌답니다. 프레젠테이션 파일은 영공 공지 카톡방에 업로드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기 록 | 박 민 제
➗️ 나누다
박상준 부원이 구독자님에게 <와일드 투어>와 <에스퍼의 빛>를 소개해요.
강시형 부원이 구독자님에게 <와일드 로봇>을 소개해요.
김가은 부원이 구독자님에게 <버팔로 66>를 소개해요.
디스플레이 시대의 두 가능성

<와일드 투어, 2019>
ワイルドツアー
감독 : 미야케 쇼
드라마 · 일본 · 1시간 7분

<에스퍼의 빛, 2024>
감독 : 정재훈
다큐멘터리 · 한국 · 2시간 27분
오늘날 영화는 ‘디스플레이’라는 까다로운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단조로운 몸짓은 영화의 전통적인 공간감과 역동성을 평면화하며, 때문에 동시대를 카메라에 담는 영화들은 대개 이를 어색하게 통합하거나 아예 회피하곤 한다. 그러나 미야케 쇼의 <와일드 투어ワイルドツアー>(2019)와 정재훈의 <에스퍼의 빛>(2024)은 이런 흐름 속에서 디스플레이를 영화의 중심부로 끌어들이며, 동시대 영화가 나아갈 두 갈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와일드 투어>는 스마트폰을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를 더 깊이 관찰하게 하는 감각적 도구로 재정의한다. 영화는 연기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과의 워크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YMCA에서 진행된 식물 채집 워크숍을 서사의 소재로 삼는다. 아이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식물과 곤충을 찍으며 주변 세계의 물질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풋풋한 감정을 싹틔우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결정적인 순간에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는다. 주인공은 문자 메시지 대신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신체 접촉을 통해 소통한다. 이렇게 <와일드 투어>는 디스플레이를 거치며 오히려 화면 너머의 촉각적 경험과 진정한 교감의 가치를 섬세하게 일깨운다.
한편 <에스퍼의 빛>은 디스플레이의 논리 한가운데로 과감하게 뛰어든다. 영화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동 창작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때 아이들은 이야기를 구축하는 창작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정체성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 영화는 세계를 창조하는 동시에 그곳의 일원이 되는 독특한 감각을 포착해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악한 특수효과와 파편적인 서사는 의도된 것으로, 청소년들이 만들고 참여한 텍스트의 다듬어지지 않은 질감을 영상으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영화는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는 십대들의 얼굴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격렬한 판타지 세계를 병치시킨다. 감각은 무표정한 현실과 요동치는 디스플레이 세계 사이의 낯선 간극에서 발생한다. 바로 그곳에서 영화는 관객의 정서를 움직이고,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한다. 이는 곧 정동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영화적 체험이다.
<와일드 투어>가 디스플레이를 통해 외부 세계를 ‘보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에스퍼의 빛>은 디스플레이 안에서 새로운 자아로 ‘되는’ 과정을 탐색한다. 전자는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물리적 현실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후자는 디지털 경험 자체를 새로운 미학의 조건으로 수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 모두 주요 인물로 아이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에게 디스플레이는 바깥 세계를 탐험하거나 또 다른 정체성을 수행하는 가장 내밀하고 본능적인 통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감독이 이들의 시선을 통해 디스플레이 시대의 감각을 그려내는 것은 가장 자연스럽고도 필연적인 선택이 된다.
이렇게 두 작품은, 이제 우리에게 단순한 화면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된 손 안의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 또 영화가 오늘의 감각의 어떤 방식으로 조직할 수 있는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하고 또 응답한다.
부 원 |박 상 준
공존에 대하여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2024>
감독 : 크리스 샌더스
애니메이션/SF/가족 · 미국 · 1시간 41분
<와일드 로봇>은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로봇 '로즈'가 외딴 숲에 불시착하여 다양한 생명체와 교류하며 스스로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을 탐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로즈는 원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산업용 로봇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도착한 자연의 세계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동물들과 관계를 형성해 간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외부의 존재가 낯선 집단과 조우하여 겪는 갈등과 화합이라는 이야기 구조는 기존에 많이 제작된 이야기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간이 머물지 않는 공간에서 비인간 존재들 사이 윤리적 관계와 정치적 질서를 탐구하고 이질적인 존재 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묘사함으로써, 기존의 사회 질서를 이루는 ‘인간 중심주의’를 초월한 ‘포스트휴머니즘’적인,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려는 현대 철학적인 사유가 깔려 있다.

로즈는 자연 속 존재들과 감각적으로 교류하고, 윤리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작품 서사를 그저 로즈의 인간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대신, 로즈를 마주한 동물들의 감응을 문제 상황의 주요 해결책으로 제시함으로써 생존을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약육강식’을 넘어서는 다종간 협력의 윤리를 강조한다. 또한 시각적으로 로즈의 기계적/인위적 육체는 처음에 숲의 유기적 배경과 대비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환경에 동화되고 스며든다. 이는 단순한 외형적 변화를 넘어서는 존재론적 전환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 감독은 기계적/인위적 존재와 ‘자연’의 경계를 허물음과 동시에 비인간 존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지평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영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근대적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공존’과 ‘응답’ 등 ‘관계성’에 중심을 둔 새로운 윤리를 제시하는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결된다.

특히 이 작품은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와 캐런 바라드(Karen Barad)의 사유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둘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해체하고 관계 속에서 새로운 윤리를 모색한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1985)에서 인간과 기계, 유기체와 인공물의 경계를 해체하여 기술과 생명이 얽힌 혼종적 존재로서의 사이보그를 제시한다. 또한 「반려종 선언」(2003)을 통해 인간과 동물, 생명과 비생명이 단순한 주체-대상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형성되고 공동 진화하는 존재론적 동맹임을 강조한다. 바라드는 이를 한 걸음 더 확장하여 양자물리학의 해석을 토대로 ‘내작용(intra-action)’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이는 독립적인 주체가 먼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우선하며 그 속에서 주체가 형성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로즈라는 존재 역시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그녀의 존재 및 정체성은 관계 속에서 주변과 함께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윤리에 대한 사유로서 해러웨이와 바라드의 철학이 갖는 가치에 반해 그 논리적 정당성은 빈약하기 때문에, 감독은 두 철학자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영상으로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고난/프로그래밍된 한계를 극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본질적으로 주어진 특성을 부정하고 관계 속에서 반응하고 정의되는 행위자라는 측면에서 같은 듯 보이지만, 브라이트빌이 자신만의 비행 방식을 연마하여 기존 기러기 무리에 수용되는 과정은 관계를 통한 주체성의 형성과 달리 주체성이 관계에 선행하는 구조다. 두 사람의 철학처럼 ‘관계’를 중심으로 ‘존재’와 ‘윤리’를 급진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대신 관계 중심 존재론에 주체적 결단과 고전적 윤리를 결합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에 내포된 급진성을 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와일드 로봇>은 급진적 관계 중심 존재론을 수용하면서도 주체적 결단과 고전적 윤리를 결합함으로써 철학적 사유를 보다 폭넓게 수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부 원 |강 시 형
<버팔로 66>

<버팔로 66 Buffalo '66, 1998>
감독 : 빈센트 갈로
코미디/드라마/로맨스/범죄 · 미국, 캐나다 · 1시간 50분

<버팔로 66>는 1998년 개봉한 미국 독립 로맨틱 코미디로, 주인공 빌리를 연기한 빈센트 갈로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초반, 어린 빌리의 사진과 함께 흐르는 노래는 ‘한평생 외로운 남자아이’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귀여운 얼굴과 대비되는 이 문구는 곧 빌리의 존재를 설명한다. 제목의 ‘버팔로 66’은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한, 그의 출생 연도를 가리킨다. 곧이어 화장실을 쓰고 싶다는 그의 다급한 부탁은 계속 거절당하는데, 오줌조차 마음대로 누지 못하게 하는 세상이 바로 빌리가 살아온 세상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삶의 중심을 무엇으로 둘지 선택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 선명해진다. 우리는 고통에 합당한 보상과 깔끔한 결말을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대는 끈질기게 응어리를 남기고, 인정받지 못하는 삶은 지속적인 고통이 된다. 빌리처럼 인정에 목매는 일은 자신을 끊임없이 무가치하게 느끼게 만든다. 끝내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엄마·아빠·빌리·레일라가 식탁에 앉아 있는 장면을 네 개의 서로 다른 앵글로 보여주는 연출은 한 공간에 있어도 전혀 함께 있지 않은 느낌을 만든다. 이를 통해 빌리가 평생 느껴온 소외와 고립을 체감하게 한다. 레일라는 뾰족한 빌리에게 온순하지도, 반항적이지도 않다. 빌리를 동정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빌리를 바라본다.

영화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정직한 감정에 집중한다. 그리고 내면을 구성하는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다. 선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진 빌리와 레일라의 관계. 모텔 침대에 웅크린 빌리의 모습은 사랑을 갈망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낡은 모텔과 어설픈 포옹이 그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고, 레일라의 존재는 복수와 절망 속에 있던 빌리를 일으켜 세운다. 영화는 말한다. 불안과 불행 속에서 작은 희망을 붙잡는 일은 결국 나의 몫이라는 것을.
부 원 |김 가 은
🎞️ <1회차 감상회 : 클래식>
2025년 9월 15일 (월)

<클래식, 2003>
감독 : 곽재용
로맨스, 드라마 · 한국 · 132분
영화 <클래식>은 한국 멜로 영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로, 단순한 연애 이야기 그 이상의 감정과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되, 시대적 배경과 가족의 역사를 엮어 더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하며,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클래식>은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손예진 배우의 1인 2역으로도 유명한데요. 영화에 집중하다 보면 1인 2역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연기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는 대학교에 다니는 여대생 '지혜'(손예진)가 우연히 어머니 '주희'의 오래된 편지들과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 됩니다. 그 속에는 어머니의 첫사랑이었던 '준하'(조승우)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두근대고 설레는 사랑 이야기 속에서 그저 반딧불이가 가득한 밤의 호수를 보거나, 우산 없이 비 속을 달리는 과거의 청년들을 보고 있다 보면 충분한 낭만과 향수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감상단장 오혜성
우수 한줄 감상
안정빈 클래식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
김가일 클래식은 클래식이다…
Kuremura Yoshitate The actress's tears and the many rain scenes will remain in audiences' mind.
🎞️ <2회차 감상회 : 젊은 날의 링컨>
2025년 9월 18일 (목)
<젊은 날의 링컨, 1939>
감독 : 존 포드
드라마, 전기 · 미국 · 100분
고전 서부영화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존 포드는 무성영화 시절부터 유성영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의 서부극을 연출하며 장르의 형식을 정립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 세계는 서부극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젊은 날의 링컨>은 전설적인 서부극 <역마차>와 포드의 첫 컬러영화인 <모호크족의 북소리>와 함께 193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의 폭넓은 영화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비서부극입니다.영화는 미국의 상징적인 인물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의 젊은 시절 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을 다룹니다. 링컨은 살인 혐의를 받은 형제를 변호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법정물이나 성장 서사의 장르를 넘어, 한 인간이 역사의 부름 앞에 운명과 의지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신화적 숭고함으로 그려냅니다. 운명에 몸을 맡기는 듯한 순간에도 자신의 의지가 개입되었을지 모른다고 자문하는 링컨의 모습은, 이 영화가 신화를 구축하는 방식의 복잡성을 암시합니다.
포드는 미시시피 강변의 고요한 풍경, 들판을 스치는 바람, 나무 그늘 아래 앉은 링컨의 모습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시대의 정서를 형상화합니다. 풍경은 배경을 넘어 사유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절제된 구도와 리듬감 있는 편집은 링컨의 침묵과 결단을 더욱 섬세하게 부각시킵니다. 이러한 형식적 감각은 영화에 시적인 밀도를 부여하고, 존 포드가 단지 장르영화 감독이 아닌, 영화 예술의 진정한 작가였음을 여실히 증명합니다.감상단장 박상준
우수 한줄 감상
김가은 단두대에 오른 두 남자를 유일하게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변호사 링컨의 모습이 인상 깊다.
김준범 링컨 수령님 관심법 쓰신다.
안정빈 승전행진곡과 천둥의 이중 노출. 예감시키는 젊은 영웅의 운명.
🎞️ <3회차 감상회 : 화양연화>
2025년 9월 22일 (월)

<화양연화, 2000>
花樣年華
감독 : 왕가위
로맨스, 드라마 · 홍콩 · 98분
영화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이자 홍콩 영화사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여타 로맨스 영화들과는 달리, 두 남녀의 시선, 표정, 정적. 분위기만으로도 서로를 향한 강렬한 감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굉장히 섬세한 영화입니다.
영화 <화양연화>는 1962년 홍콩, 좁은 골목과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 주모운(양조위)과 소려진(장만옥)이 각자의 배우자가 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배신의 상처와 고독을 공유하며 점차 서로에게 끌리지만, 당시 사회의 보수적 규범과 서로의 도덕적 망설임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빠집니다. 이 과정에서 왕가위 특유의 느린 호흡과 반복되는 장면, 비 오는 골목, 치파오 드레스, 담배 연기 등 1960년대 홍콩 특유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미묘하고 절제된 감정을 아름답게 구현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사랑과 시간,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관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시적 영상시로 여겨지며 지금까지도 영화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명작입니다.감상단장 오혜성
우수 한줄 감상
염승욱 초록색의 빛 아래에서 붉은색으로 침전되며 천천히 그리고 진하게
김도유 본능의 늪을 아래로 둔 두 사람의 외줄타기
전민준 서로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끝내 이어질 수 없는
🎞️ <4회차 감상회 : 마지막 국화 이야기>
2025년 9월 25일 (목)

<마지막 국화 이야기, 1939>
残菊物語
감독 : 미조구치 겐지
로맨스, 드라마 · 일본 · 144분
일본 고전영화의 4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조구치 겐지는, 여성의 희생과 고통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와 인간의 운명을 응시해 온 감독입니다. 1930년대 그의 미학이 집약된 걸작 <마지막 국화 이야기>는 한 편의 그림 두루마리를 펼쳐 보이듯 전개되며, 억압적인 사회 구조를 시각화하는 집요하고 유려한 롱테이크를 통해 깊은 비애의 정서를 담아냅니다.
이야기는 가부키 명문가의 양자로 입적되었지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기쿠노스케와,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하녀 오토쿠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오토쿠의 조언과 지지를 통해 기쿠노스케는 진정한 예인으로 성장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신분의 벽에 가로막히고, 결국 그의 성공 뒤에 오토쿠의 희생이 자리하게 됩니다.
미조구치는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촬영 방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깊이를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냅니다. 카메라는 때로는 문턱을 넘지 않고 인물들의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무대와 객석을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보여줌으로써 인물이 처한 사회적 장벽과 심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특히 인물의 얼굴을 직접 비추기보다 그림자와 공간, 구도를 활용해 감정을 투영하는 연출은 깊은 파토스를 품어냅니다.
비극을 외화하는 대신 관조하는 거리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국화 이야기>는 한 예인의 성장담과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의 외피를 넘어, 거스를 수 없는 사회 구조와 인간 운명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미조구치 영화의 정점으로 기억됩니다.감상단장 박상준
우수 한줄 감상
김가일 간절함이 꽃으로 피어난다.
박한울 북소리가 들리던 것은, 두 사람의 연극이 끝났다는 것을.
이천희 이무기보다 큰 여의주.
- 뉴스레터에서 소개된 글은 2025년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으로 발간됩니다.
- 다음 달 자유 기고는 영공 부원 대상 10월 14일 (화) 23:59까지 받고 있습니다.
- 기고 방법은 영공 카톡 공지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82기 영공 캘린더
🎬 9월 4일 (목) ~ 5일 (금) : 동아리 거리제 (신입부원 추가모집)
🔥 9월 12일 (금) : 개강총회
▶️ 9월 15일 (월) : 첫 감상회
🍿 9월 19일 (금) ~ 21일 (일) : 부산국제영화제 MT
🎞️ 9월 25일 (목) : 4회차 감상회
🎬 9월 27일 (토) ~ 9월 30일 (화) : 제작단 스태프 모집
🎞️ 9월 29일 (월) : 5회차 감상회
🎞️ 10월 2일 (목) : 6회차 감상회
🎞️ 10월 27일 (월) : 7회차 감상회
🎞️ 10월 30일 (목) : 8회차 감상회
🎥 10월 31일 (금) ~ 11월 1일 (토) : 제작단 워크샵
FEELM NO.13 만든 사람들
편집장 | 박민제
교정·교열 | 강시형 박민제
에디터 | 강시형 박민제
객원 에디터 | 김가은 박상준
사진 | 김준범 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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